

[촌부의 단상]바람부는 날에는 서재 정리를...
4월 22일, 음력 庚子年 삼월 그믐날
가던 겨울이 뒷걸음질하여 되돌아 오는 것일까?
영하 2도의 쌀쌀한 날씨, 아니 꽤 추운 아침이다.
산책삼아 단지를 걷다보니 서릿발이 서걱서걱...
4월도 하순으로 접어들어 5월이 가까워지는데
춥다고 느껴지는 이 자연현상은 어떻게 된 것일까?
모르겠다. 무지랭이 촌부가 그걸 알아 뭘 하겠는가?
산책이고 뭐고 그만 후닥닥 집으로 달려 들어왔다.
어제 저녁무렵 아내가 장작을 가득 채워놓은 난로에
불을 지폈다. 진달래꽃이 만발하고 있는 이 봄날에
난롯불을 지핀다는 것이 참으로 어색하고, 정말로
어울리지가 않는 조합인 것 같다. 이제서야 산골에는
꽃샘추위가 몰려온 것이라고 해야겠지? 꽤 춥다!
어제는 강풍경보까지 내려져 엄청시리 거세게 바람이
불었다. 영하의 기온에 강풍까지 불어제껴 바깥에서
일을 하지못할 정도였다. 이따금 눈발까지 흩날렸다.
거센 바람, 눈발까지 맞으며 바깥일을 해야 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생각하고 예정을 했던 일을 할 수 없어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오후 들어 하늘은 맑아졌지만
강풍은 저녁까지 이어졌다. 나뭇가지가 부러지기도
하고 명이나물밭에 세워둔 비닐로 만든 허수아비가
모두 다 찢겨 날아가 버렸다. 그뿐이 아니다. 길가에
데크목으로 만들어 세워둔 야외등이 자빠져 있었다.
아마도 밑둥이 썩어 바람의 힘을 견디지 못한 것 같다.
봄날인데 봄날같지않고 마치 여름날에 태풍이 지나간
느낌이고 모습이다. 산골의 봄은 참 요란스럽게 온다.
바깥일을 못한다고 그냥 빈둥거릴 수는 없는 것이다.
아내는 모처럼 한가롭게 여유나 즐기라고 말을 했다.
그리고는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강풍까지 맞으면서
운동을 나서는 아내의 의지가 꽤 대단하구나 싶었다.
딱히 할 일이 없어 2층 거실겸 서재에 올라가서 책을
한 권 꺼내다가 문득 생각이 났다. 지난번 책정리를
겸한 대청소를 하려다가 미뤄둔 것이 떠오른 것이다.
그래, 이런 날엔 이 일을 하는 것이 좋겠구나 싶었다.
청소기, 물티슈와 휴지, 마른 걸레, 박스를 준비했다.
높은 곳을 닦으려면 밟고 올라 갈 의자도 필요했다.
우선 버릴 책을 골라 박스에 담았다. 책 욕심이 많아
읽고 마냥 쟁여두었던 것이 꽤 많다. 꼭 필요한 것이
아닌 책, 다시 읽을 것 같지않은 책, 지난 잡지, 여행
팜프렛, 아내의 옛날 요리책 등등 골라서 박스에 담고
보니 무려 다섯 박스가 되었다. 주구장창 가지고 있던
책들이지만 버린다고 박스에 담고보니 서운함이 남아
혹시 버리지 않아야 하는 책이 있나싶어 뒤지고 있는
촌부에게 그냥 과감하게 버리라는 아내 말에 박스를
덮었다. 책에 대한 미련은 어쩔 수가 없는 촌부이다.
책에 쌓인 먼지를 닦아내고 책장도 말끔하게 닦고 또
무슨 소품은 주워다놓은 것이 그렇게도 많은지 버릴
것은 골라 담고 나머지는 깨끗이 닦아 재배치를 했다.
그렇게 시작한 일이 오전을 지나 오후까지 이어졌다.
너저분했던 서재가 아주 깔끔해졌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 아내가 너무 좋아했다. 촌부의 기분 또한 그랬다.
버릴 것은 과감하게 버리고 살아야지 마냥 쌓아두고
있는 것은 미련맞은 짓이며 욕심을 쟁여두는 것이라는
것을 이제서야 뒤늦게 깨닫게 된다. 참 잘했구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