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쉬엄쉬엄, 놀며, 즐기며...
4월 15일, 음력 庚子年 삼월 스무사흗날
오늘은 대선일, 제21대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일이다.
코로나19 창궐 사태 속에 치르지는 선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유세 기간은 끝났다. 이제 국민의 올바른
선택만 남았다. 정말이지 지난 20대 처럼 무책임하고
일도 제대로 하지않고 허구한날 싸움박질이나 하면서
국민의 혈세를 낭비한 그런 사람들은 뽑히지 않기를
바란다. 나라를 위해, 국민을 위해 올바른 정치를 하는
그런 사람들이 뽑히기를 기대해본다. 촌부는 며칠전
사전투표를 했으니 아내를 데리고 투표소에 다녀와야
겠다. 오늘 산골의 날씨는 서리는 여전하고 어제보다
높은 영하 2도의 기온이다. 어제 촌부는 무얼 했을까?
"오늘은 놀자?"
"그러자, 꼭 그러자!"
"그런데 저 밑에 철쭉 사이에 있는 잡목만 베줄래?"
"그거야 간단하지! 가볼까?"
놀자고 했는데 그렇게 시작하다보니 또 일이 되었다.
단지에 들어오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이 카페 입구와
펜션 첫 번째 건물앞 축대이다. 그리고 올라오다 보면
처음 눈에 띄는 것이 진입로 왼쪽 시냇가의 화단이다.
카페옆에는 주목이 서있고, 펜션앞 축대 위에는 주목,
전나무, 철쭉을 심어놓았다. 진입로 화단은 초창기에
야생화를 심어놓았으나 그동안 제대로 관리를 하지
않고 그냥 방치를 하였더니 온갖 잡목들이 자라났다.
카페옆 주목 주변과 펜션 축대도 마찬가지로 관리를
하지않아 초대하지않은 손님들인 잡목들이 주인인냥
자리를 잡고 주인 행세하고 있는 것이 영 볼상 사납다.
아내와 다짐을 했다. 오늘 만큼은 절대 무리하지않고
쉬엄쉬엄, 놀면서, 즐기면서 일을 하자고... 그러자고
했다. 촌부가 엔진톱으로 잡목을 잘라내고 있는 사이
아내는 긴 전지가위로 카페옆 주목 다듬기를 하였다.
삐죽삐죽 웃자라 볼상 사나운 가지를 잘라 깔끔하게
모양새를 잡아나가고 있었다. 축대위 전나무와 주목,
철쭉 사이에 심지도 않은 온갖 나무들이 얼마나 많이
자라고 있는지 모른다. 베고 보니 그 양이 엄청 났다.
촌부는 베고 또 베고, 나르고 또 나르고 몇 번을 반복
하였다. 아내도 마찬가지 자르고 또 자르고 반복했다.
그런데 엄청 작업 속도가 느렸다. 평소와 같이 열심히
했으면 금방 해치웠을 일인데 세월아 내월아 하면서
쉬엄쉬엄, 조금 하다가 물 한 모금을 마시며 미적미적,
한참을 앉아서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누고, 간식까지
챙겨다 먹으면서 느릿느릿 하다보니 그럴 수밖에...
"그래, 어디 세월이 좀 먹나? 뭐 급할 것 없는 일인데
조금 느리면 어떻노 그쟈? "라고 했더니 아내가 하는
대답이 재밌다. "하모, 그렇제!"라며 경상도 출신 촌부
흉내를 내는 바람에 한바탕 웃었다.
그리고 나서 평창읍내에 볼 일이 있어 가다가 점심을
먹으려고 대화에서 가끔 들리는 음식점에 들어갔다.
그런데 재밌는 일이 생겼다. 막 식사를 하려고 하는데
입구에 들어오는 70대쯤 되어보이는 분이 낯이 익어
아내에게 "저기 저 분 옛날 해태제과 선배님 같은데"
했더니 "설마? 여기가 강원도인데 그럴리가 있어?"
라고 하여 "가서 물어볼까? 아니면 말고"라고 했다.
식사를 마치고 그 분께 다가가 정중히 인사를 하고
"실례지만 혹시 해태제과에 근무하지 않으셨나요?"
했더니 "맞는데, 어떻게 저를 알아보시나요?"하셨다.
"운수과에 근무하시던 오ㅂㅊ 선배님 아니세요?
저는 판매관리실에 근무했던 이용식입니다."했더니
"아, 기억나요. 그런데 어떻게 여기에... 참, 누가 여기
내려왔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는데 그 양반이구만!"
우리보다 더 오래전에 이곳에 내려와 살고 계신단다.
그렇게 서로 안부를 물으며 이 다음에 한번 만나기로
하고 음식점을 나왔다. 아내가 신기하다는 듯 말했다.
"당신 눈썰미도, 기억력도 좋수! 40년 가까이 만나지
않았던 분을 기억하니 말이오. 이용식氏 대단해요."
"여보게! 머리는 희끗희끗 해도 기억력은 여전하지?"
라며 우쭐거렸다. 내가 생각해도 신기하기만 하다.
우리가 사는 봉평은 아직도 벚꽃이 필 기미도 없는데
불과 40분 거리의 평창읍내는 도로가에 벚꽃이 만개
하여 올해 처음 벚꽃 구경을 하였다. 같은 평창이라도
기후가 이렇게 차이가 나다니... 잠시 일을 보고 급히
집으로 돌아왔다. 지붕공사를 문의했던 사장이 집에
견적을 의논한다며 오겠다고 하여 다른 일은 다음에
보기로 하고 달려왔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뒤에
다음주 공사 일정을 다시 의논하기로 하고 돌아갔다.
집을 지은지가 20년이 되니 돈달라는 곳이 생긴다.
아내가 오후 운동을 나간다기에 그냥 집에 있기가 좀
그래서 오전에 하다가 둔 진입로 화단의 잡목 제거를
할 생각으로 내려갔다. 엔진톱으로 잡목을 베어내고
열매도 열리지않고 쓸데없는 머루덩굴도 잘라냈다.
이곳도 20년 동안 방치했더니 화단이 아니고 잡목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한참 일을 하다보니 운동하던
아내가 어느새 긴 전지가위를 들고 반대편에서 가는
것을 자르고 있었다. 팥배나무를 타고오른 머루덩굴
처리하는 걸 제외하고는 그다지 어렵지도 힘들지도
않았다. 늘 오르내릴때 마다 저것을 정리해야 하는데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깔끔하게 해치우고 나니 속이
다 시원하다. 코로나19로 쉬는 날이 많은 요즘 오랜
숙제처럼 생각했던 일을 하나 둘 차근차근 정리하게
되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이제 중앙통로 주목 손질을
하고 카페 뒷쪽의 축대 윗쪽에 잡목을 제거하는 일이
남았지만 무리하지 않을 생각이다. 천천히, 느긋하게,
쉬엄쉬엄 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