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폭설에 한파까지...
2월 18일, 음력 庚子年 정월 스무닷샛날
"아니, 이럴 수가 있십니까?"
"하나님요, 이거이거 너무 하는 것 아입니까?"
"폭설을 쏟아부었시모 그만이제 한파는 또 뭔교?
"겨울이 따시다고 입방아 찧어서 그런깁니까?"
"아따, 참말로 하나님이 너무 하신다 그쟈?"
"한파까지 닥쳤으니 저 많은 눈을 우짜모 좋노?"
이른 아침 일어나 촌부 혼자 중얼거리던 말이다.
이틀 동안에 쏟아부은 폭설, 쌓인 눈이 장난이 아니다.
그런데 설상가상(雪上加霜), 설상가설(雪上加雪),
엎친데 덮친격이라더니 그 와중에 한파가 뒤를 따라
기습적으로 몰려와 내린 눈을 꽁꽁 얼어붙게 하였다.
도대체 기온이 몇 도까지 떨어졌기에 대설주의보에
이어 한파주의보까지 이 산골짜기에 내려졌을까?
영하 16도, 하긴 지나온 겨울 내내 이만큼 기온이 뚝
떨어진 날이 별로 없었으니 한파주의보가 내려질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긴 든다. 하여간 엄청시리 춥긴 춥다.
"따신 겨울이라꼬 그리도 입방정을 떨었싱께 그 벌을
받는기라 그마! 한마디 더 해볼까? 인자 하늘이 정신
차렸는갑다, 그쟈?ㅎㅎ"
어제 아침나절,
함박눈이 그칠 줄 모르고 펑펑 내리는 것을 바라보며
아내와 함께 따뜻한 난롯불 앞에 서서 이렇게 말했다.
"눈이 그칠라모 오전 다 갈 것 같은데 우짜모 좋노?"
라고 했더니 아내가 "그칠 눈이 아닌 것 같은데 그냥
원주에 먼저 얼른 다녀오는 게 좋지않을까 싶은데..."
"그라모 눈 치우는 거는 원주에 다녀와서 하기로 하고
빨리 챙겨 다녀오도록 하세!"라고 하며 집을 나섰다.
이틀째 내리는 눈의 양이 엄청났다. 발목까지 푹푹
빠지고 전날 내린 축축한 눈이 밑에 깔려 한파에 얼어
미끄럽기까지 했다. 이래선 안되겠다 싶어 넉가래를
들고 앞서가며 눈을 밀었다. 그 뒤를 따라오는 아내는
마치 게가 옆으로 기어가듯이 엉금엉금, 뒤돌아 보니
그 모습이 우습다. 아마도 넉가래로 길을 터느라 애를
쓰며 눈을 밀고 있는 촌부 모습을 뒤에서 본 아내도
그 모습이 우습게 보였을 것이다.
그렇게 눈길을 걸어서 자동차를 세워둔 곳에 내려와
영동고속도로를 달려 원주에 도착해 볼 일을 보았다.
점심때가 다 되어 날씨에 걸맞는 뜨끈한 설렁탕으로
식사를 하였다. 아내가 나온 김에 생필품을 사가자고
하여 대형마트에 들려 이것저것 몇 가지 구입을 했다.
눈이 그치면 제설작업을 해야한다는 생각에 부랴부랴
자동차를 몰았다. 오는 길에 아내가 "오늘 봉평 장날
인데 살 것이 있으니 잠시 들렸다 얼른 갑시다."라고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짐을 들고 눈이 쌓인 비탈길을
올라가야 한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눈이 내려 그런지
4시도 안되었는데 이미 파장 분위기였다. 몇 가지의
장을 본 다음 농협마트에 들려 또 몇 가지를 구입했다.
알뜰함이 몸에 밴 아내의 쇼핑 습관 덕분에 이리저리
여러군데를 다니게 된다. 이렇게 저렇게, 이곳 저곳...
그렇게 시간이 꽤나 지났음에도 눈은 그칠 줄 몰랐다.
집으로 올라가는 길목의 도로가에 자동차를 세웠다.
트렁크를 열었는데 원주에서 쇼핑한 것, 봉평장에서
장을 본 물건이 장난이 아니다. 그때서야 자동차가
집에 못간다는 것이 생각났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다 필요한 것들인데... 아내가 미안해 하는 눈치였다.
얼지않는 것, 무게가 나가는 것, 오늘 당장 필요하지
않은 것 순으로 남겨놓고서 나머지는 모두 다 커다란
쇼핑백에 챙겨 담았다. 그래도 혼자 들기엔 무거웠다.
그나마 튼튼한 쇼핑백이라서 아내와 함께 양쪽으로
손잡이를 나눠들고서 걷기 시작했다.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고 쌓인 눈이 거의 무릎 가까이까지 푹푹 빠져
걷는 것이 꽤 힘들었다. 눈쌓인 비탈진 길을 무거운
짐을 들고 오르는 악전고투를 한 것이다. 물건만을 산
것이 아니고 힘이 드는 고생까지 사가지고 온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그렇지만 한번도 미끄러지지를 않고
집에 올라왔으니 대행이구나 싶었다. 쉬는 날인데 또
이런저런 일 때문에 하루를 보내느라 고생을 했다며
저녁 식사로 차돌백이를 구워주어 맛있게 잘 먹었다.
하지만 결국 내린 눈은 치우지 못했다.
날이 저물고 저녁이 되었음에도 그칠 줄을 몰라서...
어제 오전이면 눈이 그칠 것이라고 했던 일기예보는
빗나갔다. 폭설이 내리는 것도 예측 못했고... 그렇게
눈은 새벽까지 내렸다. 그나저나 저 많은 눈을 언제
다 치울꼬? 바라보는 설경은 기가 막히는데...
용식이 부부는 고생깨나 했겠지만, 보기에는 속인은 범접못할 선경에다가 천상의 낙원처럼 보이네......아무도 보지 못하는 신비를 보여주시는 하늘에 삿대질 그만하고 함께 시장바구니 들어가며 입김 품어가며 웃을 수 있는 기회가 있음이 다행이여........ 속터지는 얘기해서 미안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