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쉬는 날이 더 바쁘다니...
2월 11일, 음력 庚子年 정월 열여드렛날
산골의 요즘 날씨는 들쭉날쭉에다, 오르락내리락이
반복되는 종잡을 수 없는 기온이다. 그제 영하 15도,
어제는 영하 6도, 오늘 아침엔 또 영하 11도까지 뚝
떨어졌다. 그뿐이 아니다. 내일, 모레는 기온이 올라
비소식이 있고, 주말에는 또 기온이 떨어져 눈소식이
있다는 장기 예보이다. 그냥 이러다가 봄이 성큼 다가
오려나? 아랫녘은 겨울 가뭄이 심하다고 하는데 여긴
이렇게 비소식에다 눈소식까지 있으니 가뭄 걱정은
하지않아도 될 것 같다.
어제는 날씨가 참 좋았다. 모처럼 서재 청소도 하고,
마실도 다녀오고, 아내와 읍내에 나가 점심도 먹으며
여유로운 휴일이 될 것 같아 일기에 입방아를 찧었다.
허허~ 그건 촌부의 생각일 뿐이었다. 아침 식사후에
아내가 어딘가 전화를 하고 나더니 아무래도 원주에
다녀와야겠다며 웃었다. 모처럼 아내가 웃는 걸 보니
좋은 일인 것 같아서 다행이구나 싶었다. 아내가 하는
말, "당신은 쉬는 날이 더 바쁜 사람인갑소? 준비하고
원주에 좀 다녀옵시다. 어쩌겠소, 우리 팔자인 걸..."
"잘됐네! 심심했는데 도시 구경이나 하고 오지 뭐!"
나갈 채비를 하던 아내가 경북 영주에서 사과농장을
하고 있는 막내처제와 통화를 하면서 미소를 지었다.
때마침 막내네도 원주에 올라올 것이라고... 2년전에
교사가 된 조카 딸내미가 어느새 집이 가까운 원주로
전근을 하게 되어 학교 인근에 오피스텔을 마련하여
이사를 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1월말 반가운 소식을
전해듣기는 했지만 일이 바빠 설에도 못봐기에 함께
만나 점심이나 하자고 했다. 그렇게 원주에서 생각도
못한 산골 가족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기왕 만나려면
인천의 둘째네도 왔으면 했으나 그 집도 이사를 앞둔
사정이고 바쁜 일이 있어 못온다 하여 조금 아쉬웠다.
산골은 영하의 날씨가 이어지는 겨울이지만 원주는
봄날 같았다. 불과 40여분 거리인데 말이다. 아내와
예정한 일을 마치고 막내처제네와 약속한 음식점으로
갔다. 두어달만에 만난 동서와 처제, 자랑스러운 조카
딸내미를 보게되어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집에서
늘 사람구경 못하고 사는 아내는 더 기뻐하여 모처럼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막내네는 겨울철이지만 바쁜
과수원의 일에 그을린 얼굴이었지만 건강해 보였다.
모처럼 맛있는 점심을 함께하고 헤어져 우리는 잠시
쇼핑을 하러 대형마트로 가고, 막내네는 조카 딸내미
오피스텔로 가서 이사할 준비며 청소를 한다고 했다.
쇼핑을 마치고 다시 오피스텔에 갔더니 아주 깔끔한
것이 놀라웠다. 요즘은 오피스텔이 최신 시설이었다.
그렇게 하루가 갔다. 산골집에 도착하니 어느새 해는
서산으로 지고 있었으니 촌부의 쉬는 날은 한가로울
여유가 없는 어쩔 수 없는 그런 것인가 싶다.
저녁에 TV를 켰더니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상 4개 부문을 휩쓸었다는 수상 소식으로
온통 난리였다. 그것도 모르고 원주에 다녀온 것이다.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대한민국의 자랑이면서
아시아의 자랑이기도 하다. 멋지다. 감격스러웠다.
반가운 마음에 두어 군데 매체의 기사를 옮겨 본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2020)에서 각본상, 국제영화상, 감독상과
작품상을 수상하며 한국 영화 최초·아시아계 최초란
수식어를 얻으며 한국 영화계 새로운 역사를 썼다."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 권위인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까지 4관왕을 차지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가 세계를 놀라게 한 소식에 문득
1995년의 일이 떠올랐다. 광고회사에 재직시절이던
그 해 영화 1편을 제작하여 추석에 개봉관 단성사에
올렸던 그 기억... 촌부가 전문 영화인은 아니었지만
제작사 제작실무 책임자로 참여했기에 영화 바닥에
잠시 발을 디뎠던 것이라고 할 수 있겠지? 겨우 영화
끝부분 자막에 이름 석자를 올렸을 뿐인데 말이다.
봉준호 감독의 아카데미 4개부문 수상을 축하하는
오늘 아침에 영화인도 아니면서 슬쩍 묻어가 본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