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立春大吉인데 한파주의보라니...
2월 4일, 음력 庚子年 정월 열하룻날
24절기 중에 첫 번째이며 봄이 시작된다고 하는 절기
입춘(立春)인 오늘은 따뜻한 날씨 뒤에 한파가 몰려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어제 아침 영하 5도에 머물렀던
수은주가 무려 영하 13도까지 곤두박질을 하여 한파
주의보가 내려진 산골이다. 옛말에 '입춘 추위는 꿔다
해도 한다' 느니 '입춘 추위에 오줌독 깨진다'라 하더니
틀린 말이 아닌가 보다. 그 옛날에도 입춘 무렵에는 꽤
추웠던 모양인데 추위에 어떻게 봄이 선다고 했을까?
절기와 날씨는 따로 노는데 말이다.
어제는 날씨가 참 좋았다. 파란 하늘에 간간이 보이는
구름마저 보기 좋았다. 하늘과 맞닿은 듯한 자작나무
맨 꼭대기에 마치 솜사탕을 얹어놓은 것처럼 보였다.
아침나절 아내와 함께 장모님댁에서 청소를 하다가
아내가 정월장을 담가야 하는데 지난 늦가을 메주를
부탁한 집에 어떻게 되었는지 전화를 해보라고 했다.
다행히 메주가 잘 띄워졌으니 와서 찾아가라고 했다.
하던 일을 멈추고 집을 나섰다. 우리집에서 평창읍은
약 40여분을 가야만 한다. 무슨 메주를 그 먼 곳에다
맞췄냐, 콩농사를 지으면서 왜 남에게 맞췄냐고 할지
모르겠다. 우리가 먹을 만큼의 콩농사를 짓기는 한데
두어 해 콩농사를 망쳐 어쩔 수 없이 아는 분께 부탁
했다. 사실 메주를 띄우는 일도 쉬운 것이 아니고 꽤
번거로운 일이라 그냥 콩을 재배하여 메주를 띄우는
지인에게 부탁을 했던 것이다.
가는 길에 대화 장골목에 있는 장국밥 잘하는 집에서
점심을 먹고나서 마트에서 장을 보고 그 집으로 갔다.
생각과 달리 그 집은 대단했다. 아니 부러웠다는 말이
더 올바른 표현일 게다. 넓은 논밭가에 있는 마을인데
무려 22,000평 농사를 짓는다고 했다. 소위 말하는
富農이다. 벼, 쥐눈이콩은 물론이고 온갖 채소에다
비닐하우스에 메론 농사까지 부부가 둘이서 짓는다고
했다. 힘들지 않느냐고 했더니 하절기엔 눈코 뜰 새가
없다고 했다. 그래서 겨울엔 그 보상으로 스키장에서
스키를 타면서 여유를 즐긴다고... 우리와 동갑인데
말이다. 그런데 그 부인은 겨울 스키시즌에는 인근의
스키장에 아르바이트를 한다니 생활력이 대단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그건 그렇고 웃지못할 해프닝이 있었다. 아주 잘 띄운
메주를 싣고 집에 와서 내려놓고 모처럼 쉬는 날이라
잠시 오수를 즐기려고 2층에 올라가다가 스마트폰이
생각났다. 다시 내려와 찾으니 없다. 자동차에다 두고
왔나 싶어 가봤으나 없었다. 그 사이 아내가 혹시나
하고 다녀온 평창읍의 지인 집에 전화를 했더니 거기
놓고 왔단다. 오수고 뭐고 다시 평창읍으로 향했다.
스마트폰을 찾아 집에 왔더니 아내가 피식 웃으면서
"이 영감탱이야! 아침에는 늦잠을 자더니 저녁에는
전화기를 잃어버리고 다니냐? 늙긴 늙었는갑네!"라고
했다. 할 말이 없어 그냥 머쓱하게 아내를 쳐다봤다.
하여간 이렇게 힘들게 가져온 메주인데 간장, 된장이
맛있게 담가지기를 바래야겠지?
*이래저래 수고했다며 저녁에 맛있는 등뼈찜을 해준
촌부의 영원한 동반자 아내가 너무 고맙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