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식구들이 모두 떠나고...
9월 14일, 음력 팔월 열엿새날
지팡이를 짚으신 86세의 장모님께서 자식들과 손자,
손녀가 다니러왔다가 가는 뒷모습을 한동안 물끄러미
바라보고 계셨다. 추석명절 이틀간 떠들썩하여 사람
사는 것 같다고 하셨는데 포옹하고 붙잡은 손을 놓기
싫고 아쉬워 하는 표정이 역력하셨다. 추석전날 밤에
손자, 손녀와 함께 노래도 부르시면서 덩실덩실 춤도
추셨던 기억을 오래오래 간직하셨으면 좋으련만 아마
지금쯤은 또 잊어버리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
너무나 마음이 짠하다. 오래오래 건강하시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서 계시는 장모님을 먼발치에서 바라보았다.
집에 들어왔더니 설거지를 하고 있던 아내가 하는 말,
"동생들이 양배추를 놓고 그냥 갔네. 전화 좀 해보셔!
너무 바쁘게 서둘러 떠나서 그랬나봐?" 라고 하면서
안타까워 했다. "이미 고속도로에 올라탔을텐데..."
하며 전화를 했더니 "형부! 양배추 놓고 왔죠?ㅎㅎ"
처제들도 고속도로에 들어선 후에 생각이 났나 보다.
늘 아침마다 일어나자마자 데크쪽 커텐을 걷는데 왜
어제는 그걸 잊었을까? 이상하게 챙겨줘야지 하는데
보내고 나면 꼭 잊어버리고 그냥 보낸 것이 생긴다.
택배로 보내기도 곤란하여 그저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2박 3일 동안 함께했던 식구들이 모두 각자의 삶터로
떠나고 나니 또다시 산골은 적막강산이 된 느낌이다.
아들과 아우들이 다녀간 뒤 후유증이 생긴 듯하다는
아내는 너무 허전해 했으며 피곤한 모습이 역력했다.
아마 식구들 챙기느라 힘들기도 했겠지만 그 보다도
말동무 없이 지내야 하는 것이 두려웠던 것 아닐까?
그 뿐만이 아니구나! 말 못할 사정이 아내의 마음을
더 아프게 했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 아내의 어깨를
다둑거려 주었다. 어쩔 수가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아내와 둘이서 오붓하게 커피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여보! 힘내시게! 어쩌겠는가?
우리가 건강해야 되는거야! 힘내서 열심히 사세!"
라고 하며...
꽤 긴 가을 장마가 끝난 추석날의 하늘은 너무나 높고
파랗게 보였다. 더불어 햇살도 정말 반갑고 좋았었다.
이제부터는 그런 하늘, 이런 햇살이 내리쬐는 따뜻한
날씨가 쭈욱 계속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런데 오늘은 또 잔뜩 흐린 모습의 아침을 맞는다.
설마 또 비가 내리는 것은 아닐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