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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IMG_20190723_12.jpg : 촌부의 단상-세상에 이럴 수가...IMG_20190723_11.jpg : 촌부의 단상-세상에 이럴 수가...IMG_20190723_9.jpg : 촌부의 단상-세상에 이럴 수가...IMG_20190723_10.jpg : 촌부의 단상-세상에 이럴 수가...[촌부의 단상]
세상에 이럴 수가...

7월 24일, 음력 유월 스무이튿날
잠시 장맛비가 주춤하고 구름 사이로 햇볕이 간간이 
고개를 내밀어 그런대로 아침나절엔 바깥일을 하는
것을 무리가 없을 듯했다. 절기상 大暑라고는 하지만
그다지 덥다는 생각은 들지않았다. 지난번 예초기로
풀깎는 일을 하다가 서너 군데 못한 곳이 있어서 마저 
해칠울 생각이었다. 허브 타임이 자라는 옆쪽 빈터에
지난봄 고들빼기와 더덕 씨앗을 뿌렸는데 나오라는
고들빼기와 더덕보다 온갖 잡초들이 무성하여 볼상이
사나워 베어버렸다. 풀을 베다보니 그런데 바로 위에
있는 도라지밭에 도라지꽃이 보였다. 우와~ 대단하다.
도라지밭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챙피할 정도로 온통
풀을 키우고 말았다. 그동안 텃밭농사에만 온 신경을
곤두세우느라 도라지밭은 돌볼 생각을 못했던 것이다.
'그래, 오늘은 예초기 작업 마치고 도라지밭에 무성한
잡초를 잡아야겠구나!'라고 마음속으로 다짐을 했다.
풀을 다 베고나서 장모님댁 옆쪽의 풀을 베다가 그만
예초기가 멈춰버렸다. 설명서를 보고 또 봐도 도저히
원인을 알수가 없었다. 딱 세 번 밖에 사용하지 않은
것인데 무슨일인가? 할 수 없이 맥가이버 마을 아우를
불렀다. 올라온 마을 아우도 사방을 살펴보고 작동을
시도했지만 안되겠다고 했다. 포기하고 판매회사에다
전화를 했더니 택배로 보내달라고 했다. 진작 그럴 걸
둘이서 생고생을 하였다. 올라온 김에 아우와 점심을
함께하고 예초기를 포장해 읍내에 나가 택배로 보냈다.

읍내에 다녀와 한낮에는 더워서 일을 할 수가 없으니
잠시 오수를 즐겼다. 그새 아내는 2층 처마끝에 짓고
있는 제법 큰 벌집을 떼어놓았단다. 이 아줌마 정말로
겁도 없다. 한 손에는 빗자루, 또 한 손엔 에프킬러를
들고 처리를 했다며 우쭐댔다. 하긴 그동안에 아주 큰
벌집을 제외하고 어느 정도 크기의 벌집은 겁이 없는
아내가 모두 다 떼어낸 경력이 있는 무서운 아낙이다.
조금 서늘해진 늦은 오후, 하던 일을 하려고 낫을 들고
모터울 부근의 무성한 풀을 베었다. 풀을 거의 다 베어
갈 무렵 저만치 밭가에서 조심해서 하란 아내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갑자기 윙하는 소리와함께 벌들이
풀섶에서 날아드는 것이 아닌가? '벌이닷! 비켜!'라고
넵다 소리를 지르며 낫을 들고 뛰쳐나왔다. 땅벌집을
건드린 것이다. 왼손으로 풀을 잡고 낫을 든 오른손을
넣는 순간 벌집을 건드려 왼손 손등에 두 방을 쏘였다.
그나마 천만다행이다. 봉침을 두 방이나 맞았으니 올
겨울 감기는 걱정이 없을 것 같다. 약을 바르던 아내가
'여보셔! 누구는 벌집을 떼어내는데 누구는 바보처럼
벌에 쏘이고 다니냐? 이 영감탱이야! 그래도 그만하기
다행이다. 얼굴에 쏘였으면 우짤뻔 했노? 조심해!"
라며 말하여 둘이서 한참을 웃었다. 

벌에 쏘이긴 했지만 아내가 즉시 약을 발라줘 그런지
크게 부어오르지 않아 다시 호미를 들고 도라지밭에
나갔다. 장마철이라 비가 자주 내려서 다행히 호미를
사용하지 않아도 잘 뽑혔다. 지난 가을 도라지 수확을
하며 자잘한 뿌리를 다시 옮겨심은 게 잘못 심었는지
많이 없어졌다. 겨울에 땅이 들뜨면서 얼어버린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도 풀을 뽑고나니 드문드문이지만
제법 보인다. 꽃몽오리 선 녀석도 있고 이미 꽃을 피운
녀석도 꽤 있다. 그 다음은 지난 초봄 씨앗을 뿌려놓은
곳인데 풀을 모두 뽑고보니 새싹들이 잔뜩이다. 많은
풀들 사이에서 잘 자라지 못하고 주인이 잡초 제거를
해줄 날을 손꼽아 기다린 듯했다. 그렇게 두어 시간을
아니구나, 아침에 한 시간을 포함하면 세 시간을 꼬박
쪼그리고 앉아 도라지밭의 잡초를 몽땅 잡았다. 진작
했어야 하는 일을 깜빡 했었으니 고생을 해도 싸다 싸!

어제는 하는 일마다 '세상에 이럴 수가...'였던 것 같다.
새 예초기가 고장이 나서 그랬고, 
맥가이버 아우도 못 고치는 것이 있고,
겁없는 아내는 벌집을 떠어내고,
어리버리 촌부는 벌에 쏘이고,
도라지밭인지 풀밭인지 구분이 안가도록 풀을 키웠고...

그리고
예초기 작업과 예초기 고치겠다고 땀을 뻘뻘 흘리고,
낫으로 풀을 베며 땡벌에 쏘이는 투혼을 보이고,
그 무성한 더덕밭을 깔끔히 정리하느라 고생했다며
갖은 채소를 라이스페이퍼로 말아 채소말이를 하고,
그 옛날 들밥 먹던 기억을 소환하듯 오이 숭숭 썰어
넣고 만든 미역 냉국에, 옥수수 셀러드까지 맛있게
한 상, 저녁식사를 마련해준 아내가 너무 고맙다.^^
Atach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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