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복(福)을 짓는다는 것은...
7월 5일, 음력 유월 초사흗날
이른 아침,
사방을 뒤덮은 아침 안개가 자욱한 산골이다.
장마철이지만 오늘도 덥겠구나 하며 중얼거린다.
밤새 목마름을 한 사발의 냉수로 목을 축이고
바깥으로 나와 크게 기지개를 켜며 몸을 풀었다.
촌부의 발걸음은 자연스레 텃밭으로 향한다.
잠시후,
작은 밭에 다가가 입구에 설치한 출입문을 열었다.
야생동물들 침입을 막기위해 밭가에 그물망을 치고
한 쪽에 출입을 할 수 있게 하고 닫아두는 간이문이다.
사립문 열듯이 여닫을 수 있게 만들어 본 작품(?)인데
허술해 보여도 여닫을 때마다 흐믓한 미소를 짓는다.
두리번거리다가,
대파, 상추 밭고랑에 드문드문 자란 잡초를 뽑았다.
잡초 잡는 일은 그때그때 눈에 보이는 즉시 해치운다.
제초제를 확 뿌리면 될 것을 왜 그 고생을 하느냐고들
하지만 지금껏 그랬듯이 농약을 뿌릴 생각은 없다.
땅에, 흙에 대한 예의이며, 복을 짓는 것이라 여긴다.
저만치,
나름의 방법으로 설치한 지지대와 유인줄을 타고
무럭무럭 자라고 덩굴을 뻗어 촌부 키보다 더 높이
올라간 오이덩굴 사이사이에 노란 오이꽃이 피었다.
드문드문 길쭉하게 자란 오이도 올망졸망 매달렸다.
보는 눈이 호사하고 하나 둘 따 먹는 즐거움이 좋다.
발걸음을 돌려,
큰밭에 다다라 역시 사립문 열듯이 출입문을 열었다.
눈앞에 펼쳐지는 것은 주인을 기다리는 채소들이다.
마치 사열 하듯이 반듯하게 줄지어 도열한 모습이다.
날이 갈수록 빼곡해지는 모습에서 큰 보람을 느낀다.
이런 재미에, 이런 기쁨에 텃밭농사를 짓는 것이리라!
이리 봐도 저리 봐도,
온통 녹색 향연이 펼쳐지는 산골 부부의 놀이터에는
줄콩, 완두콩, 메주콩, 쥐눈이콩이 무럭무럭 자라고
방울토마토, 수박, 참외가 열리기 시작하고 있으며
브로콜리, 양배추는 차츰 모습이 변하며 자리를 잡고
고추, 청양고추, 꽈리고추, 아삭이는 하얀 꽃이 핀다.
이 뿐만이 아니라,
뒤늦게 모종을 심은 들깨는 어느새 잎이 손바닥 크기
밭고랑에서 뽑아 옮겨 심은 아욱은 잎을 따야할 정도
자고나면 호박이 쑥쑥 자라서 매일매일 따야 하는데
장모님과 아내 그리고 촌부가 다 먹을 수가 없을 정도
오늘 딴 호박은 복을 짓는다는 생각으로 나눔을 하자!
그래 그렇지,
산골살이를 하며 복을 짓고 산다는 것이 뭐 별 것인가?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없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마음이 중요한 것이지 크고 작고, 많고 적음이 아니다.
옛말에 "콩 한 쪽도 나누어 먹는다"란 말이 있잖은가?
하찮은 것일지라도 텃밭농사 지은 걸 나누면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