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2019 네 번째 풀과의 싸움
7월 16일, 음력 유월 열나흗날
촌부의 날씨 걱정,
어젯밤에도 꽤 요란한 천둥, 번개를 동반한 소낙비가
한바탕 쏟아붓고 지나갔다. 잠시 내렸음에도 꽤 많은
듯했다. 이런 비를 게릴라성 호우라고 하는 것인가?
이런 현상은 참으로 특이하다. 며칠전 불과 산 하나를
사이에 두었을 뿐인데 우리 마을엔 비가 쏟아졌는데
터널을 지나 6km 남짓한 산너머 장평에는 비 한방울
내리지 않았다고 했다. 하기사 언젠가 한 해, 건널목을
사이에 두고 한쪽은 비가 내려 우산을 쓰고 있었는데
반대쪽은 해가 쨍쨍 나는 것을 본 기억도 있으니...
이런 현상은 환경문제 때문일까? 문득 얼마전에 봤던
대기과학자인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의 인터뷰
기사가 생각난다. 기후변화의 위험을 강조했었는데...
"미세먼지도 위험하지만, 기후변화와 같은 종류의
위험이라고 보기는 무리다. 미세먼지가 뒷골목
폭력배의 위험 수준이라고 하면,
기후변화는 핵폭탄 수준의 위험이다."라고...
한낱 평범한 서민에 불과한 무지랭이 촌부가 농부도
아니면서 농부인 척, 늘 날씨 걱정을 하게 되는데 요즘
같은 기후변화에 과학자들의 걱정은 오죽 하겠는가?
풀과의 싸움 한바탕,
어제도 날씨는 참으로 이상했다. 아침나절부터 잔뜩
찌푸린 하늘은 촌부의 마음을 괴롭혔다. 장마철이라
단지 곳곳에 무성하게 자란 풀을 잡으려고 예초기를
꺼내 점검을 하고 있는데 느닷없이 이슬비를 뿌리는
것이었다. 작업을 못하겠구나 싶어 망설이는데 이내
그쳤다. 부랴부랴 연료를 주입하고 예초기를 짊어질
무렵 다시 아주 가는 빗방울이 보이자 아내가 작업을
다음으로 미루면 어떻겠냐고 했다. 갈등이 생겼지만
그냥 강행을 하기로 했다. 흔히들 잡초라고 말하지만
우리 단지 곳곳에 자라난 풀들은 하나하나 살펴보면
쓸모없는 잡초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다. 제한된 곳에
나와서 자랐다면 엄연한 야생초이고 야생화인데...
하지만 자리를 마련해준 곳을 벗어난 녀석들은 모두
없앨 수 밖에 도리가 없다. 생활에 지장을 주거나 또
볼상 사나운 것은 그냥 놔두고 볼 수 없으니 제자리를
못찾은 녀석들의 운명이라고 해야겠지 싶다.
처음엔 잠시 아주 가는 비가 내리기는 했지만 예초기
작업을 하기에는 안성맞춤인 날씨였다. 하늘에 잔뜩
낀 구름은 해를 가려주었고 더불어 더위도 막아주는
것 같았으니 말이다. 날을 잘 잡았다고 해야 하는 것이
맞는 말이렸다! 어제는 얼마전 고마운 친구가 마련해
준 새 예초기 대신 19년의 관록을 자랑(?)하는 쓰던
구형 낡은 예초기를 사용하기로 했다. 험한 작업이긴
해도 대부분 풀이라서 플라스틱 끈을 장착한 것이 더
작업하기가 쉬울 듯했다. 작업을 시작할 때는 몇 군데
볼상 사나운 곳만 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까탈스러운
촌부의 성격이라 할까, 아니면 지랄같은 성격이라고
할까? 나 자신은 잘 모르겠지만 일을 시작하면 끝장을
봐야만 속이 시원한 촌부이기에 애초 생각대로 하지
않고 장장 다섯 시간에 걸쳐서 단지 전체를 해치웠다.
무리하면 안된다고 성화를 하던 아내는 촌부 성격을
잘 알기에 연신 시원한 물과 음료수를 가져다 주면서
쉬었다 하라고 하였다. 하기사 마누라 아니면 그 누가
촌부의 고충을 알아주겠는가? 먼발치에서 예초기로
풀을 깎는 촌부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느라 서있으면
위험하다고 소리까지 지르지만 그래도 이 싸움에서
가장 고마운 응원군은 내 아내 뿐이다.
이런 예초기 작업을 할 때는 단지가 넓은 것도 너무나
부담스럽다. 하지만 힘들지라도 일을 다 마치고 나면
뿌듯함은 부담을 넘어서는 시원함과 기쁨으로 다가와
무리를 해서라도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2층 창문을
열어 젖히고 바깥을 내다보며 아내가 이렇게 말했다.
"아이고~ 속이 다 시원하네! 늘 내다보면 너저분하고
답답했는데... 정말이지 당신 고생많고 수고하셨수!"
이 말 한 마디 들으려고 장장 다섯 시간을 뻘뻘 땀을
흘리며 위험하고 힘든 예초기 작업을 한 것이겠지?
잠들기 전에 아내는 아들녀석이 일하고 힘들면 사용
하라고 사다놓은 저주파 마사지 자극 패치를 사방에
붙여 주었다. 그래서인지 오늘 아침은 거뜬하다.
어제 무성한 풀을 해치운 곳은 중앙통로와 양쪽부터
시작하여 윗쪽 주차장, 장모님댁 앞뜨락, 자작나뭇길,
돌계단, 둘째네와 막내네 사이, 둘째네 앞과 옆뜨락,
막내네 옆과 뒷뜨락, 두 군데의 밭길, 넓은 정원 사이
길들, 바베큐장 주변, 목공실 주변, 퇴비장 가는 길,
붓꽃길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르내리는 진입로 양옆...
언제 다시 다섯 번째 풀과의 싸움을 위해서 예초기를
짊어지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속이 시원하다.
결코 풀과의 싸움에서 이겼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어제의 예초기 작업이 힘들었던지 아침형 인간이라고
늘 자부하는 촌부가 오늘은 늦잠을 다 자고 말았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