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날궂이도 할만하구먼!
7월 6일, 음력 유월 초나흗날
마른 장마인가 했더니,
지난 6월말부터 장마가 시작되었다고 했었지만 비는
내리지 않고 연일 마른 장마가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폭염주의보까지 내려져 한낮으론 30도를 훌쩍 넘긴
기온에 대지는 뜨거운 용광로처럼 달아오르고 있다.
이 산골이야 여느 고장에 비해 덜하지만 멀리 아랫쪽
몇몇 고장은 무려 35도를 넘는 폭염에 온열환자까지
생기고 있다는 뉴스를 접했다. 하기사 우리고장에도
폭염주의보가 내려졌으니 폭염경보가 내려진 고장은
더위가 오죽하겠는가 싶다.
고마운 소낙비에 웃음을 짓고...
이럴땐 한바탕 쏟아붓는 시원한 소나기는 생명수라고
할까, 사막의 오아시스라고 할까? 바로 그런 광경이
어제 저녁무렵에 있었다. 아마 한시간 가량 천둥에다
번개를 동반한 소낙비가 거세게 퍼부었다. 갑작스런
천둥.번개에 전기 차단기가 떨어져 잠시 정전이 되어
걱정을 했는데 이내 괜찮았다. 그런데 옆집은 낙뢰를
맞았는지 전기가 안들어 온다며 우리집은 어떠냐고
전화를 했더란다. 그렇게 한시간 넘게 쏟아부은 비는
못해도 20mm는 내렸을 것 같다. 농작물에겐 너무나
고마운 단비였다. 어제 산골 부부는 느닷없이 내려준
소낙비 때문에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아내의 당찬 각오
그제 저녁무렵 아내와 함께 밭을 한바퀴 돌면서 했던
이야기, 아침에 다짐했던 이야기, 소낙비 내리기 직전
통화했던 이야기 때문이다. 아내가 신경을 많이 쓰는
올해의 텃밭농사는 바로 고추농사이다. 지난해 너무
가뭄이 들었는데 제대로 물을 주지못해 칼슘부족으로
고추가 열려도 끝이 썩는 현상이 생겼으며, 설상가상
더위에 고추 데임현상까지 겹쳐서 열린 고추의 30%
가까운 많은 양의 고추를 따서 버려야만 했던 너무나
가슴 아픈 기억을 다시 겪을 수는 없다며 각오를 다진
아내였다. 그 당찬 각오는 지난해보다도 갑절의 양을
늘려서 심은 것이다. 기필코 올해는 붉은 고추를 따서
태양초로 말려 자급자족을 하고야 말겠다는 것이다.
우리의 다짐은 날궂이었다!
아내와 함께 매일 텃밭에 심어놓은 채소를 살펴보러
나간다. 요며칠 내리쬐는 강한 햇볕에 땅이 바짝 말라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멀칭을 하긴 했지만 밭고랑은
흙먼지가 풀풀 날렸다. 장마철이라서 비가 내리겠지
하고 마냥 기다렸으나 비는 내리지 않고 마른 장마가
연일 이어진 결과였다. 작년 같은 일이 또다시 되풀이
될까봐 걱정이 되었는지 아내가 이렇게 말을 하였다.
"당신 내일 조금 일찍 와서 밭에 물 좀 주면 안될까?"
"안될 것 없제! 그러세! 서둘러 오도록 할께!"
그랬는데 어제 아침 집을 나설 무렵 재차 다짐하듯이,
"오늘 일찍 와야 해! 밭에 물주는 것 잊지않았겠지?"
"아따, 그 사람 맨날 속고만 살았나? 잊을걸 잊제!"
그리고 또 퇴근시간 한시간쯤 전에 전화를 한 아내,
"식사하고 오셔! 오자마자 일찌감치 밭에 물주게..."
"그러려고 그러네. 걱정마시게 잊지않았으니..."
소낙비 내리기 직전, 출발을 하며 아내와 통화를 했다.
"밥 묵었나? 나 지금 출발하네. 준비하고 기다리게!"
"벌써 먹고 밭에 나갈 준비하고 있으니 빨리 오셔!"
날궂이도 필요한가봐?
지하주차장을 나오자마자 컴컴한 하늘에서 빗방울이
차창에 뚝뚝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소나기 소식이
있었나?"라고 혼자 중얼거리며 차를 모는데 갑작스레
우루꽝~ 천둥이 치고, 번쩍번쩍~ 번개가 치면서 굵은
빗줄기가 거세게 쏟아졌다. 자동차로 10분 거리도 채
안되는데 장대비가 쏟아져 서행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시작한 소낙비는 한시간 가량을 넘게 내렸다.
밭에 물 줄 필요가 없어 얼마나 다행이냐는 아내에게
"당신이 하도 날궂이를 하니까 하늘이 당신 불쌍해서
단비를 내려주었나보다 그쟈? 안 그렇나?"
"그런가? 가끔은 날궂이도 필요한가봐? 그치?ㅎㅎ"
라며 함박웃음을 웃는 아내의 모습이 마냥 좋아보여
"날궂이도 할만하구먼!"이라고 맞장구를 치면서 함께
따라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