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팔불출(八不出)이래도 좋다!
7월 3일, 음력 유월 초하룻날
오늘은 아내 자랑을 좀 해볼까? 팔불출(八不出)이면
어떻고, 공처가(恐妻家), 경처가(驚妻家)라고 해도
괜찮고, 애처가(愛妻家)라고 하면 고마울 따름이다.
우선 팔불출(八不出)이 무슨 뜻인지 사전적인 의미를
살펴보면, '몹시 어리석은 사람을 이르는 말'을 뜻한다.
그럼 어떤 사람을 팔불출(八不出)이라 하는 것일까?
첫째, 스스로 잘 났다고 뽐 내는(잘난 척) 제 자랑
둘째, 마누라 자랑
셋째, 자식 자랑
넷째, 선조와 아비 자랑
다섯째, 저보다 잘 난 듯 싶은 형제 자랑
여섯째, 어느 학교의 누구 선후배라고 학교 자랑
일곱째, 태어 난 고장이 어디라고 우쭐하는 고향 자랑
여덟째, 팔불출이라는 원래 뜻이 본디 덜 떨어진 것을
비꼬아 만들어서 그런지 그 여덟 가지조차도
하나를 덜 만들었다나?
어제 아침나절 잠시 밭일을 하고나서 아내와 원주에
가기로 하여 집을 나섰다. 아내보다 먼저 주차장으로
내려가 자동차 시동을 걸어놓고 나서 보니 저만치에
중앙통로를 터덜터덜 걸어오는 아내 모습이 보였다.
먼발치에서 아내가 걸어오는 모습을 한 컷 찍었더니
초상권 침해라나 몰카는 불법이라나 하며 지우란다.
워낙 아내는 사진 찍는 것을 꺼려하고 싫어하는 그런
사람이라서 대놓고 사진을 못 찍으니 이렇게라도...
얼마전부터 얼굴과 눈 때문에 피부과와 안과 치료를
받느라 일주일에 한번씩 원주에 있는 병원을 다니고
있다. 다행히 많이 좋아지고 있다고 하여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가끔씩 원주에 나가면 다니는 설렁탕집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 더운 여름에 무슨 설렁탕이냐고
하겠지만 더울수록 뜨거운 음식을 즐기는 우리 부부,
'열은 열로 다스린다'는 이열치열(以熱治熱) 섭취법
이라고나 할까? 그건 그렇고 설렁탕집 주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오래전부터 우리가 가기만 하면 매번
서비스로 음료수를 내놓는다. 원주에서는 꽤 이름난
집이다. 우리와 아무런 친분도 없는데 다른 손님에겐
주지않으면서 꼭 우리에게만 친절하게 말도 붙이면서
음료수를 줘서 늘 부담스러웠다. 가끔 설렁탕을 포장
하곤 하는데 그때마다 남들에겐 돈을 더 받는 김치며
깍뚜기를 챙겨주기도 한다. 그저 단골로 다녀 그렇게
했으리라 생각했었다. 어제는 음료수 대신에 아내가
좋아하는 바로 만든 달걀찜을 내놓는 것이 아닌가?
너무 맛있게 먹고 난 아내가 슬며시 너무나 고맙다며
물어봤더니 아내가 참으로 선하고 예쁘고 좋아보이고
친언니처럼 여겨져 그랬단다. 촌부 어깨가 으쓱했다.
고맙고 감사한 분이라 다음에 갈 때는 밭에서 뭐라도
뜯거나 따다 드려야겠다고 아내는 웃으며 말했다.
오는 길, 기왕 원주에 나왔으니 대형 마트에서 쇼핑을
하자고 하여 차를 몰았다. 집에서 이미 구입할 목록을
포스트잇에 메모를 하여 지갑에 넣고 나온 아내는 꼭
필요한 것외 섣불리 즉석 구매는 하지않는 성격이다.
섬출신이라 생선을 좋아하는 촌부가 생선회 코너에서
서성이고 있었더니 생선회 한 팩를 골라보라고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알뜰한 아내가 쇼핑하는 것에 비해
너무 비싼 것이었다. 망설이다가 포기를 하고 돌아서
대신 정육코너에서 세일하는 갈매기살 세 팩을 샀다.
생선회보다 더 실속이 있다며 아내가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쇼핑을 하고 에스컬레이터를 타려는데 앞에
유모차를 밀고 서있는 젊은 아기엄마와 쇼핑 카트를
밀고 있는 남자가 있었다. 그런데 남편인 줄 알았던
그 남자는 마트 직원이었고 쇼핑 카트만 밀어주고
돌아서 나왔다. 아기엄마는 유모차에 쇼핑 카트까지
안절부절하는 것이 아닌가? 순간 뒤에 서있던 아내가
쫓아가더니 아기엄마 유모차앞의 쇼핑 카트를 붙잡고
올라가 계산대있는 부근까지 밀고가서 전해주었다.
그 모습을 뒤에서 본 촌부의 마음이 얼마나 흡족하고
기쁘고 자랑스러웠는지 모른다.
착한 일을 하여 너무 좋았는데 아직도 남았는지 집에
와서 하는 말이 "밭에 호박 딸 것이 있나? 상추는?"
"왜? 호박도 두어 개는 딸 것이 있고, 며칠전 직원들
따다 주었는데 그새 많이 자라서 뜯어도 되겠던데..."
"그럼 됐네! 호박도 따고 상추도 우리 먹을 만큼 보다
좀 더 많이 뜯어 오실라우?"라며 큰 비닐봉투를 주는
것이 아닌가? "누구 줄 사람이라도 있나? 누군데?"
"아~ 노인 어르신들 계시는 요양원에 보낼까 싶어서"
"그래, 그랬구나! 좋은 생각이야! 몇 분 안 계시지?"
"그런가봐! 많이 드시겠어? 알아서 뜯어오슈!"
비닐봉지를 들고 밭에 나가 상추를 듬뿍 뜯고 있는데
아내가 나와서 그 정도면 되었으니 호박이나 따자고
하여 큰밭으로 가서 보니 이제 한창 열리기 시작하여
전날 처남네 몇 개 따보냈더니 딸만한 것이 두개 밖에
없으니 집에 따다놓은 것을 합쳐서 보내기로 하잖다.
86세의 장모님을 생각하며 다른 어르신들께 별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기른 상추와 호박을 드려서 맛있게
드신다며 이 또한 텃밭농사를 짓는 기쁨이고 보람이
아니겠느냐는 아내의 참한 그 마음 씀씀이가 너무나
곱고 예쁘고 대견스러워서 꼬옥 안아주고 싶었지만
주책이라고 핀잔을 들을 것이 분명하여 참았다.
참, 한가지 빠뜨릴뻔 했네!
어제 영주에서 사과농장을 하는 막내처제가 자두를
보내왔다. 팔고 남은 것이라 씨알이 작다고는 하지만
빨갛게 잘 익은 자두가 너무 맛있다. 마음씨가 고운
두 언니를 닮아서인지 우리 막내처제도 작은 것 하나
라도 형제들과 나누려는 그 마음씨가 너무나 고맙다.
애써 농사지은 자두를 그냥 먹으려니 많이 미안하다.
아내가 고맙다고 전화를 했더니 맛있게 먹고 아프지
말란다. 막내야! 장서방! 잘 먹을께.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