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저녁 어머님의 생신을 맞이하여 형제들이 모여 식사를 하였다.
늘 둘이 다 올라오기가 어려웠는데 모처럼 아내도 올라와 함께 하니
어머님께서 흡족해하시니 우리도 마음이 흐믓하였다.
일요일 아침 어머님께 인사를 드리고 집을 나섰다.
간만에 함께 서울에 왔는데 어디를 좀 기웃거리다가 갔으면 좋겠다는
아내의 제의에 흔쾌히 동의했다.
어디로 갈까?
아내는 인사동을 가보고싶단다.
그래 그럼 우리의 추억이 어린 서울시내를 돌아보자며 버스에 몸을 실었다.
안국동에 내리니 조계사가 눈에 들어온다.
고등학교시절 조계사 불교학생회에 매주 일요일 열심히 다니던 기억이 난다.
아내는 멀리 수원에 살았으니 조계사에는 발걸음이 뜸했지만 우리가 사귀던
젊은 시절 가끔 들리곤 했었다.
법당에는 법회가 열리고 있었지만 워낙 많은 불자들이 참석하여 들어갈 수가
없어 탑주위의 향피우는 곳에 향을 피우고 간단히 합장하고 나왔다.
나오다보니 불교서적을 파는 서점의 게시판에 얼마전 입적하신 법정스님의
저서 "무소유"를 1인 1권만 한정판매한단다. 오래전 그 책이 있었는데 어디론가
사라져 아쉬웠고 최근에 절판한다고 하여 안타까웠는데 어찌나 반갑던지...
스님의 "무소유"를 이렇게 소유하게 되었다.
나는 아직 소유욕이 마음속에 가득 쌓여있나보다?
이제부터 우리의 추억을 더듬어 인사동골목으로 들어가보자!
참 많이도 변한것 같지만 또 한편으로 그대로인듯...?
우리 둘 다 아주 까만 머리때 왔었는데 이젠 하얗게 서리내린 머리로 여기에
오니 아내도 감회가 새롭다하고 나역시 옛날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예전에는 그저 거닐다가 마주하고 싶어 전통찻집에서 차한잔하자는 핑계로
손잡고 들어가곤 했었는데...
여기저기 기웃기웃거리며 다니다보니 비록 지금 쉰을 훌쩍 넘겨버린 나이지만
그 옛날 20대인듯한 착각에 빠져버렸다.
그리고 종로2가를 거쳐 청계천으로 향했다.
청계천을 복개하고나서 두번째 아내와 청계천 물가를 거닐어 보는가보다?
봄이 성큼 다가왔는지 버들개지에는 연두색 움이 트는 듯하고 창포인지 붓꽃인지
파아란 새싹이 쏘오옥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여기저기 가족나들이 나온 사람들의 즐거운 모습에서 아들녀석의 양손을 아내와
함께 붙잡고 웃으며 걷던 아스라한 영상이 머리에 떠오른다.
그 녀석이 벌써 나이가 서른살이니 원...
그 시절엔 지금처럼 승용차도 없었는데도 버스타고 기차타고 참 많이도 다녔는데...
점심무렵이다. 걷다보니 배가 고파지는걸...어디로 갈까?
아내는 시청앞에 있는 국수집의 그 옛날 맛있게 먹었던 우동생각이 남다고 한다.
그래 맞다! 그 집으로 가자!
시청옆 지하도를 지나다보니 웬 박스움막... 아마 노숙자들의 거처인가보다?
마음한켠에 무언가 모를 아픔같은 것이 스며들었다.
덕수궁돌담길을 거쳐 대한문앞을 지나니 반가운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그 옛날의 그 긴판은 아니지만 상호는 뚜렷이 들어온다.
우동을 먹을때마다 이 집의 우동이야기를 아내와 말하곤 했었는데...
여기 냄비우동 두 그릇이요!
아내와 나는 뜨근한 냄비우동을 개눈감추듯 후딱 비워버린다.
그리고는 서로를 마주보며 흐믓함에 눈으로 미소를 나누고...
오는 길에 "오늘 추억더듬기 데이트 우쨌노? 좋더나?"하니
아내는 "좋다마다... 말이라꼬 해싼나? 자주 좀 이런 시간 가지모 안되건나?"한다.
"그러세! 뭐 대단한기라꼬 몬하겄노! 아무때나 시간나는대로 우리젊은 시절의
추억찾기를 하자꼬? 문제는 자넨기라! 서울이 싫다꼬 잘 안오는기 문제아이가..."
"이런기라모 언제던지 온다! 걱정말거라!"
이렇게 오늘 우리의 추억더듬기 서울투어는 1장의 막을 내렸다.
후속편을 기다리며...
지하철을 타고 오다보니 학교에서 아트페어가 있다기에 아내를 보내고 학교로 갔다.
진행을 하는 류장림君이 반기고 조대연 방장나으리는 촬영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고
사진작가인 지영빈 친구의 작품설명도 듣고... 조성원친구도 동문회 행사에 적극적이란다.
64회는 지영빈, 신용순, 이 성 그리고 몇몇 친구들의 작품이 행사를 빛내고 있었다.
이런 친구들이 있음에 우리학교는 이렇게 100년이라는 역사를 이어왔구나 싶다.
우리가 다닐때는상업학교였었는데 이렇게도 대단한 아티스트들이 있었네...
뽀식이 부부 서울나들이 함께 인사동부터 걷고 있는 느낌이네.
다정하게 부부 손잡고 옛날 추억속에 흠뻑빠졌던 순간이었겠네..
덕수100년 아트페어에서 보고... 다음날 또 보고... 아뭏튼 자주 보았던 주말이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