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촌부의 단상]이제 월동 준비 다 된 건가?
아침 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져 이제 제대로 겨울임을
실감하게 된다. 그동안 미뤄두었던 일을 마무리했다.
넓은 단지의 여기저기에 꽃이 피고 지나간 자리에는
물기가 빠져 말라비틀어진 꽃대들이 우두커니 서있어
보기가 싫다. 꽃은 좋아했으면서 꽃이 지나간 자리는
구박하는 것인가, 차별하는 것인가? 구박이면 어떻고
차별이면 어떤가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다음해
또 꽃을 보기 위해서는 꽃대를 잘라주는 것이 최소한
꽃을 감상하며 즐거웠던 것에 대한 보답이고 예의가
아닐까 싶었다. 그래서 오랜만에 예초기를 꺼내 짊어
지고 단지를 한바퀴 돌아다니며 꽃대를 모두 잘랐다.
간만에 해서 그런지 꽤 힘들었다. 아침에는 추웠지만
낮에는 햇볕이 따스하여 일하기에는 좋은 날씨였다.
이런 날 일을 하며 땀을 흘렸더니 기분은 상쾌했지만
몸은 뻐근했다. 밥을 먹으면서 오른쪽 팔이 후들후들
떨리는 느낌이 들어 "이젠 예초기 작업도 힘이 드네."
라고 했더니 아내가 하는 말, "아직도 청춘인지 아슈?
쉬엄쉬엄 하라니까 왜 그렇게 무리하게 일을 몰아서
하느라 그 고생을 하는지 몰라? 나이도 좀 생각하셔!"
라며 걱정이다. 맞는 말이라서 대꾸도 못했다.
너저분했던 단지의 구석구석 꽃대를 모두 다 잘랐고
언덕배기 더덕밭 주변도 적당히 정리를 했다. 방치해
두었더니 온갖 잡풀이며 아카시아, 산딸기, 찔레나무,
그 외 이름도 모르는 나무들이 어떻게 자랐는지 모를
정도로 꽤나 무성하여 모두 잘라 버렸다. 더덕덩굴은
어느새 저절로 사그라져 더덕을 캐기가 난감해졌다.
대충 어느 위치에 있는지 알기는 하지만 덩굴을 봐야
뿌리 크기를 가늠할 수 있어 구분하여 캘 수 있는데
너무 시간이 많이 지나버린 것 같다. 일단 캐보고 난
다음 큰 것은 수확을 하고 자잘한 것은 다시 심어놓는
것이 옳은 방법일 것 같은데 할까말까 다시 망설이고
있다. 그냥 두었다가 새봄에 움이 틀 무렵에 캘까?
막내네가 다시 영주로 갔다. 이젠 잠시 잠깐 다녀가는
것 마저 마음이 짠하다. 그나마 막내네는 이렇게라도
가끔씩 다녀가는데 둘째네는 얼굴 보기가 꽤 힘들다.
다들 바쁘게 살다보니 어쩔 수가 없는 일이지만 가끔
밖에서 혼자 일을 하다보면 함께 옛 생각이 나곤한다.
이렇게 겨울 채비 할 때는 더 그런 생각이 많이 난다.
아우들 생각을 하며 장평 철물점에 나가 겨울나기를
위한 제설도구를 사가지고 들어왔다. 넉가래 2개와
눈삽과 빗자루도 하나씩 샀다. 이런 도구들은 겨울이
지나면 거의 다 소모가 되는 것이다. 그만큼 눈치우는
일이 겨울날 산골살이의 일상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제 대충 겨울 채비, 월동 준비가 끝난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