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잘 익은 줄콩을 따고...
절기상 처서(處暑)인 어제도 한낮에는 꽤나
더웠다. 오늘도 여전히 더울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어제보다도 아침기온이 훨씬 높은 걸
보니 그런 생각이 든다. 이제 절기도 우리의
현실과는 잘 안맞는 것이 되어 가는가 싶다.
이제 서서히 수확을 하는 시기가 되어간다.
며칠전 녹두에 이어 호랑이무늬 줄콩을 따기
시작했다. 지난봄 씨앗을 심고나서 군데군데
긴 장대를 세우고 길게 줄을 묶어 주었더니
이름처럼 줄을 타고 높이 올라가며 자라더니
꽃이 피고 열매인 콩이 주렁주렁 달려 이젠
잘 익어서 따야 하는 때가 되었다. 농작물은
제각기 자라는 모양이 다 틀리기는 하지만
특히 콩종류 자라는 것은 참으로 재미있다.
같은 콩인데 어떤 것은 덩굴성이고 또 다른
것들은 나무처럼 자라고 지금 따고 있는 콩,
줄콩은 하늘높은 줄 모르고 위로 뻗어가는
성질이 있다. 콩들이 자라는 모양도 즐기고
이렇게 오늘처럼 수확도 거두는 촌부의 작은
농사는 비록 지금에 이르기까지 힘들지라도
무척 재미가 있다. 이래서 농사를 짓는걸까?
수확을 한 콩은 산골가족들에게 고루 나누어
먹을 것이다. 줄콩을 심어 보라면서 씨앗을
보내주신 서울 어머님께도 보내드리고...
어제 오전 봉평에 볼 일보러 나가면서 인근
큰처남댁에 잠시 다녀왔다. 가기만 하면 꼭
밭을 둘러보며 살피는 것이 아주 재미있다.
형수님의 농사를 짓는 솜씨랄까 능력이랄까
그런 흔적을 두루 살펴보면 참으로 대단하신
분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70이 다된 분이
이 정도의 농사를 혼자 멋떨어지게 짓는다는
것은 쉽지않은데 그저 감탄을 하고 한편으론
반성을 하게 되는 촌부이다. 이제 하나둘씩
수확을 하는 시기라서 바쁘시단다. 고추도
따서 하우스에 말리고 호박도 따고 감자도
캐야하고 잡초도 마저 뽑아야 한다고... 올해
처음으로 기른 양파가 어찌나 실하고 좋은지
모르겠다. 막내네와 함께 10Kg씩 사기로
하고 받아왔는데 값이 얼마냐고 했더니 잘
모르겠단다. 우리가 시세를 알아보고 값을
치러야 할 것 같다.
저녁에는 모처럼 다니러 온 막내네 식구와
함께 아내가 구운 웨지감자와 우리밭에서 딴
참외에다 시원한 맥주 한잔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특히 웨지감자를 해서 먹을
때마다 막내제부에 대한 미안한 생각이 늘
든다고 했던 아내였는데 트라우마같은 그
미안함을 씻게 되었다는 아내의 말에 모두
웃었다. 언젠가 세동서가 웨지감자와 함께
맥주를 마시다가 막내 동서가 더 해줬으면
했는데 아내가 다음에 해주겠다고 했던 걸
아내는 두고두고 미안했었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