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하루 이틀 사이에...
그제 밤부터 어제 오전까지 50mm 가까운
단비가 촉촉하게 내려서 그런지 몰라보게
날씨가 변해버렸다.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른
그런 느낌이랄까? 마치 온탕에서 냉탕으로
들어간 그런 느낌이라는 비유는 어떨까?
그러니까 어제까지가 여름이었다면 오늘은
성큼 가을의 문턱을 넘은 듯한 날씨이다.
아침 기온이 지난 봄이후 처음 한자리 수로
떨어졌다. 영상 9도... 서늘하다 못해 한기를
느끼는 아침을 맞는다. 그새 가을이 왔나?
이른 아침은 반소매 옷이 다소 부담스럽다.
참 간사한 것이 촌부의 마음이 아닌가 싶다.
하루 이틀 사이에 이렇게 날씨가 변하다니...
오랜만에 내린 단비를 가장 좋아하는 것은
지금 한창 새싹이 돋아 본잎이 나온 무우...
어제 오후 아내와 함께 서너알씩 씨앗뿌린
무우 새싹을 튼실한 녀석으로 하나만 남겨
놓고 뽑았다. 그리고 흙으로 북을 주는 일을
하였다. 누구에게 배운 것도 아니고 어려서
할머니와 어머니께서 하시던 것이 생각났고
또한 그때 할머니께서 이웃집 할머니와 나눈
말씀이 머리에 스쳤다. '오데 갔다 옵니까?'
하는 말씀에 '솔등 무시밭에 북 좀 주고 오네'
하셨던 할머니 말씀이 새삼 촌부의 기억에
남아있었다. 바로 그 일을 촌부가 한 것이다.
아내는 새싹을 솎아내고 촌부는 모종삽으로
흙을 퍼서 하나하나 이랑에 북주는 일을...
하루 이틀 사이에 부쩍 자라버린 무우새싹이
너무나 예쁘게 보이는 아침이다.
그제 저녁엔 아내가 만든 두부로 넣고 끊인
두부찌개와 막내처제가 부쳐온 김치전으로
야식을 하였는데 어제 저녁에도 두부찌개와
줄콩밥, 무무새싹 겉절이, 오이지로 야식을
하였다. 그러고 보니 쌀을 제외한 식재료가
모두 우리가 기른 것들이다. 두부는 아내가
손수 만든 것이고 줄콩과 무우새싹, 오이는
우리밭에서 우리가 기른 것들이다. 이렇게
자급자족하는 산골살이에서 보람을 느낀다.
이렇게 살다보니 하루 이틀도, 한해 두해도
아닌 열여섯번째 산골에서 맞이하는 가을이
성큼 우리곁에 찾아왔다.



해갈은 충분했겠어
가을에 적당한 비만 있으면 소풍이라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