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찬바람이 났나?
이른 아침 바깥에 나오니 풀벌레들의 소리가
들린다. 기온은 여전하지만 피부에 느껴지는
느낌이 다르고 아직 이어지는 한낮의 폭염과
달리 아침 공기는 서늘하고 상쾌하여 좋다.
유난스레 뜨겁게 달구었던 이 여름도 서서히
물러가려나 보다. 풀벌레소리는 가을을 여는
신호라고 하였다. 그래서 그런지 요란스럽기
까지 한 이 풀벌레들 합창이 정겹게 들린다.
하기사 절기상 입추도 지나고 말복도 엊그제
지났으니 당연히 여름은 고개를 떨구고 다음
계절 가을에게 자리를 넘겨줄 때도 되었다.
어쩌면 폭염속 더위에 지쳐있는 촌부의 몸과
마음은 저만치에 오고 있을 가을을 손꼽아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여름이 가고 있음은 풀벌레소리뿐만 아니다.
뜨거운 여름해를 따라 피었던 해바라기꽃과
두계절을 아우른다는 백일홍 그리고 줄콩의
잎과 오이잎, 덩쿨에서도 찾아볼 수가 있다.
해바라기는 꽃잎이 떨어지고 씨앗이 맺히기
시작한다. 꺽다리 해바라기는 무게를 못이겨
고개를 숙이는 것일까 아님 해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하는 것일까? 꽃이 피면서 쑥쑥 키가
자라는 백일홍은 꽃도 예쁘지만 자빠지지를
않고 꿋꿋하게 서있는 모습도 고마운 꽃인데
군데군데 씨앗맺히는 것이 보이기 시작한다.
줄콩과 오이도 이제 막바지에 접어드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제 성장을 멈춘 듯하고 잎과
줄기가 덤성덤성 서서히 마르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띤다. 한동안 빼곡하게 자란 잎에 가려
반대편이 보이지 않았으나 이젠 잎이 떨어져
훵하리 만큼인 것을 보니 여름도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어차피 시간이 흐르게 되면 계절은 바뀌게
되는 것이니까 안달복달을 할 필요는 없다.
그 마음 접어두고 밭에 나가서 잘 익은 참외
두개 따고, 노각 하나를 따가지고 들어왔다.
참외 한개는 장모님께 드리고 노각은 무쳐서
맛있는 반찬을 해달고 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