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주가 잘 뜨고 있네.저녁무렵 바깥에서 들어오니 메주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드디어 메주가 뜨는지 냄새가 나네?" 했더니 산골아낙은 "아까 잠시 열어보았더니 하얗게 곰팡이가 피었습디다. 잘 뜨고 있던데..." 했다. 2층 거실 뜨끈뜨끈한 전기온돌매트위에 볏짚을 깔고 덮고 그 위에 또 이불을 덮고 떡하니 자리하고 있는 메주가 잘 뜨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나 잘 뜨고 있소!" 하며 냄새를 풍기고 있다. 대부분 메주는 사람이 기거하지않는 방에다 불을 지펴서 띄우지만 우리는 "뭐 냄새가 좀 나면 어떤가?" 하며 함께 기거하고 있다. 지난 섣달 초이튿날 (12월 4일)이 말날이라 콩을 삼아 메주를 쑤고 보름후인 섣달 열엿새날(12월 18일)에 띄우기 시작하였으니 벌써 한 보름 넘게 찜질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하얗게 곰팡이가 피고 있다. 메주가 잘 뜨고 있는 모습이다. 이 하얗게 핀 메주 곰팡이를 고초균(바실러스 서버틸리스)이라고 하는데 간장과 된장의 맛을 좌우하는 바로 그 곰팡이라고 한다. 메주에 피는 곰팡이는 세가지 색깔로 핀다는데 검은색이나 푸른색은 잡균이라고 하며 하얀색 곰팡이가 핀 것이라야 제대로 메주가 뜬 것이라고 한다. 메주를 쑤고 만들고 말리고 띄우는 것이 처음이지만 지금까지는 제대로 된 것 같다. 이제 조금 더 띄운 다음 다시 말리고 장담그기에 길일이라고 하는 말날인 정월 열이렛날(2월 16일)에 장을 담글 것이다. 정월장이 잘 익고 간장과 된장이 맛있다고 하여 산골아낙은 꼭 정월장을 고집해 오고있다. 장을 담근후 약 40~50일쯤 지난후에 장을 뜨고 달이며 메주를 건져 다시 된장을 담근다. 그리고 약 2년이상을 잘 익힌 다음에야 된장맛을 보게 된다. 이렇게 느리게 여러 과정을 거치는 긴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여 슬로우푸드라고 하는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