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맷돌호박이 넝쿨째...
2025년 10월 2일 목요일
음력 乙巳年 팔월 열하룻날
이제 계절은 완연한 가을이다.
우리 고유의 명절, 한가위 추석이 나흘 앞이다.
아침은 안개가 자욱하고 밤새 내린 이슬이 마치
비가 내린 듯하고 밭에 들어가면 바지가랭이가
축축하게 젖는다. 그래도 느낌은 싫지않음이다.
기온은 아침 11도, 한낮은 23도, 가을날 햇볕이
따사롭다. 전형적인 가을날의 느낌이 너무 좋다.
모처럼의 긴 휴일이 이어진다.
지루하다는 느낌은 전혀 없다. 누구나 그렇겠지?
쉰다는 것은 재충전의 기회이면서 일상에 쫓겨서
미처 못한 일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며칠 여행을 다녀오느라 살피지 못했고 오자마자
잣송이 줍는 것에 몰두하다보니 밭일이 소홀했다.
적당히 자란 애호박을 수확했다.
이른 아침 스틱을 들고나가 호박덩굴을 뒤적거려
어린 맷돌호박을 잔뜩 땄다. 지금 이 시기에 열리는
맷돌호박은 머잖아 서리가 내릴 때까지 익힐 수가
없어 애호박으로 따서 먹어야만 한다. 정작 애호박
농사는 좀 지지부진했는데 맷돌호박이 그 역할을
대신해준다. 며칠 안땄더니 꽤나 큰 것부터 적당히
자란 것까지 자연마트 장바구니 한가득을 채웠다.
내일 가족모임에 오는 아우들에게 나눠주기로...
잘익은 늙은 맷돌호박을 수확했다.
지난 봄날 맷돌호박 모종 5그루를 3,500원 주고
사서 큰밭가에 심었다. 어찌나 잘 자랐고 뻗어가는
넝쿨은 사방을 맷돌호박 영토를 만들었다. 그만큼
호박의 위세는 대단했다. 넝쿨을 뻗어가며 마디에
커다란 꽃이 피고 열리는 호박을 보면 참 신기하다.
잎이 다른 농작물에 비해 큼직하여 호박이 열려도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열렸는지를 모른다. 특히
커가는 속도는 가히 상상초월, 열렸구나 싶었는데
무심코 있다가 어느날 보면 그새 커다랗게 자라서
떡하니 자리를 잡고 앉아 익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오늘 아침에 잘익은 맷돌호박 일곱 덩어리를 땄다.
너무 오래 두면 안될 것 같았다. 혹시나 벌레들이
침투하거나 습기에 손상되어 썩을까 싶어 땄는데
무게가 장난 아니었다. 저울에 달아볼까 싶었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있겠는가 싶어 막설했다.
뿌듯하고 흐뭇하여 보람을 느낀다.
겨우 3,500원 들여 모종을 샀다. 호박농사는 다른
농작물에 비해 밑거름만 제대로 하여 심어놓으면
거의 손이 안가는 작물이다. 넝쿨이 뻗어갈 자리만
있으면 알아서 쭉쭉 뻗어가며 호박이 열리는 아주
손쉬운 농사라고 할 수 있다. 이 정도라면 수지맞는
농사이지 싶다. 파는 농사는 아니지만 나눔을 할 수
있어 돈보다 더 소중한 것을 얻는 느낌이라 마음이
너무나 흐뭇하고, 뿌듯함이다. 지금껏 이 애호박을
따서 우리도 실컷 먹었고 주변 지인들에게 나눔도
수없이 많이 했다. 오늘 딴 늙은 호박도, 밭에 있는
조금 덜익은 호박도 잘익으면 따서 거의 대부분을
나눔으로 마무리를 하게 될 것이다.
이따금씩, 왜 농사를 짓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이 촌부 대답은 간단하다. '밭이 있어 농사를 짓고,
자급자족을 하려고 농사를 지으며, 파는 농사 아닌
농사라서 거의 90% 가까이 나눔으로 해결하려고
농사를 짓는다'라고 하면 모두 고개를 갸우뚱한다.
그럴 수도 있을 게다. 요즘같은 세상에 애써 지은
농산물을 그냥 공짜로 퍼주느냐고... 모르는 소리다.
우리는 농사를 지어 먹고 사는 전업농부가 아니다.
그렇다고 자그마한 밭뙈기의 텃밭농사도 아니다.
텃밭농사라고 말은 하지만 그보다는 훨씬 더 넓다.
소농 정도까지도 안될 뿐더러 전업농사로는 턱없이
많이 모자란다. 지난해부터는 옥수수 농사를 지어
일부를 팔았으나 파는 것보다 나눔이 훨씬 더 많다.
다시 말해 우리의 농사는 자급자족을 위한 것이며,
나눔으로 보람을 느끼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그런
농사인 것이다. 나눔을 통한 뿌듯함과 흐뭇함, 또
기쁨과 보람은 경험을 해본 사람이 아니면 모르는
그런 우리의 농사인 것이다.
오늘 저녁식사는 맛있고 멋지고 즐거웠다.
얼마전 멀리 고향 남해에서 죽마고우가 고향 맛을
느껴보라며 싱싱한 전어를 급냉시켜 잔뜩 보내왔다.
드디어 오늘 산골에서 전어를 구워 냄새를 풍겼다.
가을에 전어를 구우면 '집 나간 며느리도 전어 굽는
냄새를 맡으면 돌아온다’고 했다. 그 정도로 더없이
고소하고 맛이 좋다는 의미이다. 그나저나 촌부는
며느리가 없으나 오늘 구운 전어 냄새를 맡은 어떤
처자가 며느리 되겠다고 찾아오지 않을까 몰라?ㅎ
정말이지 참 오랜만에 전어구이로 배를 채워봤다.
밥은 안먹었지만 전어구이에 빠질 수가 없는 것은
당근, 당연히 소주 아니겠는가? 전어구이에 소주는
그야말로 찰떡궁합, 맛있게 기분좋은 전어파티였다.
친구야!
고맙고 감사하네.^^
덕분에 참말로 전어구이 맛있게 잘 묵었네.
이 은혜 잊지않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