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잣을 줍고, 제랴늄이 꽃핀 날...강한 바람을 동반한 거센 비가 많이 내릴 것이라던 예보에 비해 그렇지는 않아서 얼마나 다행인가 모른다. 요즘 내리는 가을비는 정말 아무짝에도 필요없고 익어가는 농작물에 피해를 주기만 하기 때문이다. 자연현상을 어찌 우리가 막을 수 있을까마는 그저 산골에 살다보니 주변에 농사짓는 이웃들이 걱정스러워 이런 바람을 가져보는 촌부이다. 구름사이로 햇살이 고개를 내민다. 반갑다고 해야하나? 오늘도 이른아침 산책삼아 이슬비를 맞으며 수풀을 헤치고 뒷산 잣나무숲에 다녀왔다. 산골아낙은 비오는데 무슨 청승맞게 산에 가느냐고 제발 발발거리지말고 집일이나 하라고 잔소리를 퍼부었지만 들은 체 만 체하고 올랐더니 역시 촌부의 판단이 제대로였다. 이슬비가 내리는데도 청솔모들은 많은 잣을 떨구어 놓았다. 올가을 가장 많이 주운 것이다. 무려 스물다섯개나...ㅎㅎ 배낭에 가득 담아 집에 내려오니 산골아낙 하는 말이 걸작이다. "비오는 날에도 올라왔냐고 청솔모가 감탄하여 많이 떨궈 주었나베? 고맙다는 인사나 하고 오셨수?" 라고...
이제 데크에 내다놓은 실내화초들을 다시 원이치 시켜야 할 것 같다. 늦봄에 내다놓고 가을이면 집안으로 들여오는 산골아낙이 애주중지하며 기르는 화초들이다. 녀석들은 주인의 정성을 아는지 돌아가며 사시사철 꽃을 피워 보답한다. 지금은 제라늄이 예쁘게 꽃을 피웠고 옆에도 꽃몽오리가 서있는 것을 보니 제법 오랫동안 꽃을 볼 것 같다. 제랴늄은 고향이 남아프리카라고 하는데 꽃말이 재미있다. "친구의 정, 결심, 그대로 인한 행복, 그대로인한 사랑"이라고 한다. 제라늄은 잎에서 향기가 나는 허브의 일종이며 잎과 줄기에서 오일을 채취하여 화장품의 원료로 사용하기도 하고 피부질환을 치료하는 약의 원료로 사용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