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솔모에게 미안함을...여전히 안개가 자욱하여 앞이 흐릿한 아침에 뒷산에 다녀왔다. 가을의 한복판에 들어서니 분주하다고나 할까? 잣을 줍기 위해서 바쁜 것이다. 우연찮게 알게 된 잣줍는 방법은 이곳으로 이사오던 이듬해부터이니까 10년이 훌쩍 지났다. 잣은 높다란 곳에 열매를 맺기 때문에 촌부같은 사람이 딴다는 것은 상상을 못한다. 장비도 없을 뿐더러 위험하기도 하여 그저 동물의 힘을 빌리는 것이다. 청솔모 녀석이 따서 떨구어 놓은 것을 주워 오는 것이다. 많이 따서 떨구어 놓고 못찾는 것인지 아니면 먹고 남은 것인지는 모르겠다. 아주 오래전 잣나무숲으로 아침산책을 나갔다가 잣송이를 발견하여 줍기 시작한 것이 발단이 되어 지금껏 그리하고 있다. 잣나무숲에서 가만히 앉아 있으면 높은 잣나무에서 잣송이가 툭하고 떨어지면 주워 오기도 하는데 거의 대부분 풀섶에 떨어져 있는 것을 주워온다. 이렇게 하루에 몇송이씩 주워오는 잣이 꽤나 된다. 산골아낙과 둘이서 먹을 정도는 되니까 제법 많은 것이다. 잣 한송이에 약200여개의 알갱이가 나오니까... 그러나 잣은 먹기까지 참으로 손이 많이 가는 견과류이다. 우선 잣을 주워다가 껍질을 말려서 까면 다시 딱딱하고 단단한 껍질이 나온다. 다시 말렸다가 펜찌처럼 생긴 도구로 하나하나 까면 다시 얇은 속껍질을 벗기면 그제서야 한알갱이의 잣을 먹을 수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잣이 비싼 것이 아닐까 싶은 촌부의 짐작이다. 촌부가 잣을 얻는 방법이 제대로이던가 아니면 청솔모의 먹이를 탈취해오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미안한 마음은 든다. 어차피 청솔모가 안 먹거나 못찾아 못 먹으면 썩을 것이기에 나쁜 방법은 아니라는 생각인데... 이기적인 촌부의 마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