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비와 앵초꽃
이른 아침 뻐꾸기 울음소리에 잠을 깼다. 하지만 몸이 무겁다. 그제 모종을 심었고 어제 새벽 119구급대 출동으로 잠을 설쳤고 종일 걱정했었는데 막내는 결국 며칠 입원해야 해서 저녁무렵 운전을 하여 병원에 다녀왔더니 피로가 쌓였나보다. 하지만 누워있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일어나 창문을 열었더니 오늘도 안개가 자욱한 아침이다. 현관문을 나섰더니 하얗게 꽃을 피웠던 팥배나무에서 꽃잎이 떨어져 날린다. 떨어진 꽃잎이 땅바닥을 하얗게 덮었다. ‘꽃비가 내렸네’라는 표현이 맞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아침이슬에 바지가랑이를 적셔가며 밭으로 나갔더니 엇그제 심은 모종들이 뜨거운 햇볕에도 한녀석도 처지지않고 잘 활착을 하고 있는 모습이라 조금 우울했던 촌부로 하여금 흐믓한 미소를 짓게 한다.
밭작물을 살피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집앞뜨락을 살피다보니 앵초꽃이 피었다. 이 녀석은 오래전 마을형님에게서 한그루를 분양받았는데 도대체 번식을 못하고 있다. 하지만 해마다 앙증맞은 꽃을 보여주니 고맙기는 하다. 몇해전 뒷산 먼곳에 올랐을 때 풀섶에 몇그루가 군락처럼 모여있어 욕심이 생겼지만 이내 그 마음을 접었던 기억이 난다. 앵초는 풀섶에 가려져 숨어서 피는 자그마한 꽃이라 자세히 살피지않으면 관찰하기가 다소 어렵다. 꽃말은 ‘행복의 열쇠, 가련’이라고 하고 외래종은 속명 그대로 ‘프리뮬러’라고 한다. 서양에서는 사랑의 묘약이라 하여 향신료의 재료로 사용한다고 하며, 뿌리에 사포닌을 함유하고 있어 한방에서는 감기, 기관지염, 백일해의 진해, 거담제로 사용하며 신경통과 류마티즘, 관절염에도 좋은 효능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이 녀석이 올해는 씨앗을 잘 맺고 잘 여물어 식구를 좀 늘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오늘은 하얗게 내린 꽃비와 이슬맞은 여린 채소들과 앙증맞은 앵초꽃이 촌부의 피로를 풀어주고 힘을 북돋아 주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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