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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가을채소 무우 수확


2026년 10월 27일 화요일

음력 丙午年 구월 열이렛날


지난밤에 소나기가 잠시 지나갔었나?

땅바닥이 촉촉하게 젖은 흔적이 보인다.

이슬이 이렇게 많이 내렸을리는 없는데...

아침 기온은 어제와 비슷한 9도 언저리,

하지만 오후부터는 점점 떨어질 것이고

내일은 영하 5도까지 곤두박질을 하여

한파주의보가 내려질 것이라는 예보이다.

뿐만아니라 주간예보에는 비소식도 있고

한동안 쌀쌀한 날씨가 이어질 것이란다.


어제 오후에는 푸른 하늘, 햇살이 좋았다.

가을날이라서 그런지 스산한 느낌이었다.

풍성하고 풍요로운 수확의 계절이긴 해도

너무 짧아 아쉬운 계절이기도 한 가을이다.

봄처럼 화사하진 않지만 울긋불긋 단풍이

마음을 따스하게 물들이는 가을이라 좋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 켠에는 걱정이

자리한다. 다가올 혹독한 추위, 눈보라의

겨울 때문이다. 흔히들 걱정은 미리할 필요

없다고는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지난 세월 경험에 의하면 빤히 보이는데...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에 

금풍옥로(金風玉露)가 좋으나 

엄동설한(嚴冬雪寒) 다가오니

추수동장(秋收冬藏) 하자꾸나!


오곡백과 무르익는 좋은 계절이다.

선선한 바람, 구슬 같은 이슬도 좋지만

머잖아 추위와 눈보라가 다가올 테니

어서 가을걷이하여 겨울채비를 하자!


이렇게 머리속으로 중얼거리며 밭에 나갔다.

아무래도 냉해에 약한 무우는 뽑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내일부터 또 영하로 떨어진다는

예보에 괜시리 마음이 더 조급해졌다. 언젠가

한해 영하의 기온, 된서리에 무우가 냉해를

입어 낭패를 당한 적이 있다. 무우는 바람이

들면 무우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없는 채소다.

그래서 해마다 이맘때면 신경을 곤두세운다.


밭에 나가 무우를 보며 많이 망설였다.

이놈들을 뽑아야하나? 더 두어야하나?

어차피 차가워지는 날씨에 더 둔다고 자라면

얼마나 더 자라겠는가 싶었다. 더 욕심 부릴

필요가 없다고 단정을 짓고 팔을 걷어붙였다.

먼저 늦게 파종한 것부터 뽑았다. 아주 작다.

아내 말처럼 짠지무우로는 안성맞춤 크기다.

다음은 먼저 제때에 파종한 무우를 뽑아냈다.

전업 농부님들이 기른 시중에서 파는 굵직한

크기는 아니지만 아주 알맞은 크기라서 좋다.

파는 농사가 아닌 자급자족을 위한 농사라서

이 정도 크기에 이 만큼의 수확이면 풍작이다.

촌부 혼자만의 느낌이고 생각이기는 하지만...


뽑아서 장작집에 가지런히 쌓아놓았다.

함께 농사지은 아내에게 손맛 보여주지 못해

다듬는 것으로 손맛 보여주려고 놔둔 것이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내가 둘이 함께하면 될 걸 

왜 혼자 힘들게 했냐며 걱정했다. 수고했다고

칭찬하며 무우가 예쁘다면서 싱글벙글 웃었다.

해질녘까지 둘이서 무우와 무청을 분리했다.

무우는 크기별로 구분하여 담아 다용도 창고에

들여놓았다. 그리고 잘 다듬은 무청은 데크로

옮겼다. 전부터 시래기 덕장처럼 만들어놓은

거치대에 하나씩 가지런히 걸어두고 시간이

지나면 시래기가 된다. 촌부가 사다리에 올라가

아내가 널기좋게 무청을 반으로 벌려 전해주면

거치대에 널었다. 이또한 산골부부의 텃밭농사

환상의 복식조 모습이다. 두어달 햇볕과 바람에

잘 마르면 영양좋은 식재료 시래기가 될 것이다.


무우를 뽑아내고 곧바로 밭정리도 해버렸다.

멀칭비닐을 걷어내고 밭고랑도 삽으로 메웠다.

밭고랑이야 그냥 그대로 두어도 상관이 없지만

머잖아 펠렛 들여오려면 트럭이 장작집 가까이

까지 와야해서 미리미리 준비를 해놓은 것이다.

어쨌거나 무우를 뽑고 밭설거지도 하고 무청도

말려놓아 마음이 한결 가볍고 무우농사가 잘 돼

너무 뿌듯하고 기분이 좋다. 이제 밭에는 배추와

청갓만 남아있다. 이번 주말쯤 김장을 하게되면

산골부부의 올해 농사는 마무리가 된다.



https://band.us/band/7070781/post/430598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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