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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인동꽃이 피었는데...

 

2021년 7월 5일 

음력 辛丑年 오월 스무엿샛날

 

장맛비는 어제도 하루종일 추적거렸다. 전날 밤의

요란하고 거센 비는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여느날

처럼 바깥일을 하지않고 집에서 머무르다가 잠시

비가 주춤한 틈을 타서 밭을 둘러보곤 했다. 어제

한 일이라고는 아주 잠시 부추밭의 잡초를 뽑은 것

뿐이다. 얼마전 진잎이 된 것을 모두 잘라주었더니

새로 잎이 돋아나 머잖아 부추를 베어다 먹을 것

같다. 요즘 잦은 비에 사이사이에 자라는 잡초들이

볼상 사나워 이슬비를 맞으며 깔끔하게 뽑아버린

것이다. 오늘 일기에는 딱히 화두가 될 만한 것이

없어서 부추밭의 옆과 뒤에서 한창 꽃이 피고있는

인동꽃에 대한 것을 화두로 삼아볼까 한다.

 

산골살이를 하면서 생긴 버릇이라고 할까, 아니면

취미라고나 할까? 야생초, 야생화에 매료가 되어

온갖 풀을 단지로 조금씩 옮겨오거나 씨앗을 받아

번식을 시켜왔다. 그러다보니 곳곳이 다 풀밭이다.

남들이 보면 산이나 들에 자라는 풀을 굳이 집에서

기르느냐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어차피 화초는 다

자연에서 자연스레 자라는 것을 사람들에 의하여

선택되어 화단이나 화분으로 기르게 된 것이고 또

품종을 개량하여 사람들의 관리를 받게 된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니까 야생화는 선택받지 못한 꽃이

아닐까 싶다. 지금껏 야생화를 자연스럽게 기르며

관찰하고 감상하는 것을 나름의 취미로 여겨왔다.

 

이런 야생화들 중에 요즘 한창 꽃이 피는 꽃이 있다.

인동초(忍冬草), 인동(忍冬), 인동덩굴이라 불리는

야생초의 꽃이다. 이름 그대로 겨울 추위를 견디고

이겨내는 것이라고 하여서 그렇게 불리는 것이다.

대부분의 덩굴성 식물들은 겨울이 오기전에 덩굴이

말라 없어져 이듬해 봄에 다시 덩굴이 생기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인동은 다르다. 추운 겨울에도 덩굴,

잎사귀가 살아있다는 것이다. 다만 녹색 잎사귀가

약간 변하여 돌돌 말린 상태로 겨울을 나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꽤 재미있는 것은 덩굴이 다른 나무,

다른 식물을 감고 올라가며 자라는데 오른쪽으로

감고 올라가는 특징이 있다. 꽃은 더 특이하게 핀다.

처음에는 흰색으로 피었다가 차츰 노란색으로 변해

가는 특징을 가졌다. 그래서 금은화(金銀花)라고도

불린다. 야생화 중에 이런 꽃은 드물다. 향기가 좋은

서양 화초 브룬펠시아 자스민꽃은 보라색으로 피어

흰색으로 변하며 지는데 꽃색깔은 달라도 인동꽃과

비슷하긴 하다. 인동꽃을 관찰하다가 꿀 따는 벌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 녀석들은 흰색꽃만 골라서 꿀을

따는 것을 알 수 있다. 노란꽃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그냥 스쳐 지나가는 것 같다. 노란꽃은 지는 꽃이라

꿀이 없는 모양이다. 이런 것이 야생화를 관찰하는

재미라고 해야겠지?

 

 아주 오래전 우리 단지에 온 인동은 처음에 집입구

축대 부근에 심었다. 어찌나 번식력이 좋고 덩굴이

잘 뻗어나가는지 빼곡할 정도였다. 그런데 어느해

무성한 인동덩굴 사이 축대에 뱀이 숨어있는 것을

본 아내가 기겁하며 인동덩굴을 걷어냈으면 했다.

아내의 간곡한 청에 뿌리째 모두 걷어내 밭입구에

있는 파고라 주변에 일부를 심고 나머지는 비탈진

절개지에 던져 버렸다. 생명력이 강한 식물이라서

그런지 뿌리가 흙에 닿기만 해도 자라는 것 같았다.

장소를 옮긴 것이 오히려 잘 된 것 같다. 번식력이

강한 덩굴성 식물이라서 지금 절개지에는 꽤 넓게

퍼져 자라고 있고, 심은 것은 파고라를 다 덮었다.

올해는 꽃을 따서 말려 차로 우려 마셔볼까 했는데

장마가 지는 바람에 틀렸다. 

 

그러고보니까 올해는 인동꽃 뿐만이 아니라 제철에

못한 것이 많다. 지난 6월 아카시아꽃이 피었을 때

향긋한 꽃을 따서 튀김으로 해서 먹는 것도 못했고,

오디를 털어서 골라 냉동보관을 시켜놓고 두고두고

먹을 수 있게 하는 것도 못했다. 핑계같지만 잦은 비

때문에 차일피일 하다가 그만 시기를 놓치고 말았다.

결국 촌부의 게으름이 문제인 것이라서 할 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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