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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산골살이, 낙(樂)이 뭐냐고?
 
2021년 7월 17일 
음력 辛丑年 유월 여드렛날
 
간혹 친구들이나 지인들이 이런 질문을 하곤 한다.
"적막한 산골에서 무슨 낙(樂)으로 살아갈까?
 편안하게 잘 살던 도시를 떠난 이유가 궁금해..."
20년째 산골살이를 하는 촌부는 이렇게 되묻는다.
"복잡한 도시에 사는 사람은 왜 시골을 좋아할까?
  벗어나지 못하고 벗어날 용기도 없으면서..."
우문현답(愚問賢答)이라고 해야할까?
현문우답(賢問愚答)이라고 해야할까?
서로의 질문에 대한 정답은 없다고 해야겠지 싶다.
도시든, 농어촌이든, 산골이든 간에 누구나 각자의
위치에서 만족하는 삶을 영위한다면 그런것이 바로
낙이요, 보람이요, 행복인 것이라 여겨진다. 남들이
어디서, 어떻게 살아가더라도 비웃거나 간섭하거나
자기의 삶과 비교를 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위에서 말한 질문 중에 무슨 낙으로 살아가느냐에
대한 대답은 '유유자적(悠悠自適) 할 수 있는 삶'
이라고 말하고 싶으며, 두 가지만 예를 들어본다.
 
요즘 우리 부부는 저녁 산책을 즐기는 재미에 빠져
있다. 밭일을 늦게까지 하지않는 이상은 거의 매일
비슷한 시간에 산책을 한다. 산책 코스는 단순하다.
집에서 출발하여 밭을 돌면서 농작물을 살펴보며
이런저런 농사 이야기를 나눈다. 산속의 퇴비장에
음식물 쓰레기를 묻어놓고 일반 쓰레기와 재활용
쓰레기를 내려다놓은 다음 주차장을 거쳐 아랫쪽
커플룸 주차장 한바퀴 돌면서 변모해가는 주변의
경치가 어쩌니 저쩌니 하며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진입로를 내려가 건너편 다른 사람이 농사를 짓는
밭주변에서 되돌아 올라와 넓은 정원을 돌아본다.
온갖 꽃들이 피는 것에 대한 이야기, 잡초가 너무나
빨리 자라 걱정스럽다느니 등등... 이야기 거리는
그날그날 다르고 많다. 요즘 산책 마지막 코스는
블루베리밭이다. 지난해와 올봄에 심은 12그루의
블루베리는 어리지만 열매가 달려 익어가고 있다.
그날그날 익은 블루베리 몇 알을 따먹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 아내가 어찌나 좋아하는지 모른다. 어서
빨리 쑥쑥 자라라며 나무를 쓰다듬어 주기도 한다.
이런 것이 산골살이 즐거움 중의 하나이다. 
 
어제는 아내가 지난 초복에 복달임도 못해줬는데
읍내 은행에 다녀오는 길에 장평에서 닭튀김이나
한 마리 사다 먹으라고 했다. 얼씨구나 좋구나 하며
얼마전 모임때 갔던 옛날 통닭집에 들려 자그마한
옛날식 통닭 한 마리를 튀겨왔다. 닭고기를 즐기지
않는 아내지만 통닭과 함께 시원하게 마시라면서
소주, 맥주를 챙겨 마당의 야외탁자에 내다주었다.
고마웠다. 소위 말하는 '만원의 행복'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아마 만원도 안될게다. 통닭이
7,000원, 소주 1병 1,200원, 맥주 한캔 800원
합계 9,000원이다. 아내의 정성은 값을 매길 수가
없다. 아무튼 더운 여름날 저녁무렵 산속의 시원한
그늘에서 즐기는 여유로움은 그 어떤 것과 바꿀 수
없는 즐거움이요, 보람이요, 행복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것이라 여긴다. 산골살이, 낙이 뭐냐고?
바로 이런 맛이요, 이런 멋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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