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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예초기 작업, 정말 싫지만...

 

2021년 7월 18일 

음력 辛丑年 유월 초아흐렛날

 

어제 오전에 또 예초기를 짊어졌다. 

지난 봄부터 지금껏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뭉뚱거려 잡초라고 불리는 놈들이 잔뜩 불만 섞인

목소리로 너도나도 한 마디씩 하지 않았을까 싶다.

아마도 풀들이 오들오들 떨면서 이랬을 것이다.

 

"얘들아! 저놈의 영감탱이 또 예초기 짊어졌다!"

"쏟아지는 소낙비가 좋아 키를 많이 키웠는데..."

"오늘 몽땅 잘리게 생겼다야! 우짜노?"

"할 수 없잖냐? 또 키우면 되잖아!"

"맞아! 뿌리는 남아있으니까!"

"그래! 영감탱이, 백날 해보라지? 우릴 당하나?"

"맞아! 우리의 질긴 근성을 알고도 남을 텐데..."

"그러게 말이야! 저놈의 영감탱이는 할 일도 없나?"

"왜 없겠어? 있지만 깔끔을 떠느라 그러는게지!"

"그래도 얼마나 다행이냐? 제초제는 안 치잖아!"

"그런걸 보면 우린 자리를 잘 잡은거야! 그치?"

"호미를 들고 나서봐! 그땐 우리 모두 끝장이야!

"그렇기는 하지만 수시로 설쳐대니 걱정이지!"

"각오를 하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니까!"

"겨울이 오기전까지 몇 번은 더 짊어질 텐데..."

"뻔하지 뭐! 아마 그러고도 남을거야!"

"영감탱이 부지런한 것이 우리한테는 독이라니까!"

 

혼자 상상해본 녀석들의 말이지만 다 맞는 것이다. 

제아무리 촌부가 예초기로 풀을 베내고 잘라봐야

돌아서면 다시 고개를 쑤욱 내밀며 쑥쑥 자라게 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잡초다. 또한 그게 바로 잡초의

질긴 근성이고, 엄청 대단하리 만큼 왕성한 잡초의

생명력인 것이다. 그러니 촌부가 잡초를 잡을 재간

있겠는가? 그저 잡는 흉내, 겁주는 정도에 불과한

것이다. 솔직히 잡초라고 불리는 풀을 베느라 이런

고생을 하며 예초기 작업을 할 필요는 없다. 멋대로

자라게 그냥 놔둔다 해도 삼시 세끼 밥먹는 것에는

아무런 지장을 초래하진 않는다. 그저 눈에 보이는

너저분한 모습이 싫다고 힘들게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 힘든 짓은 바로 촌부의 과한 욕심에서

비릇된 것이고 기인한 것이라고 하는 것이 제대로

맞을 것이지 싶다. 

 

태초에 조물주가 삼라만상을 창조했을 당시에 세상

모든 것은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을 것이다. 만물의

영장으로 진화가 된 사람들 욕심 때문에 생긴 말이

잡초가 아닌가 싶다. 풀은 풀대로 역할이 있을 텐데

사람들 일상에서 불편을 초래한다고 모두 뭉뚱거려

잡초라고 부르며 닥치는대로 뽑거나 캐거나 베거나

하며 없애려고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촌부도 평범한 인간인지라 어쩔 수가 없다. 바보가

될 수는 없잖은가? 내가 필요에 의해서 정해준 곳

외에 자라는 것은 용납할 수 없으니 베는 수 밖에...

 

이번에는 단지 전체를 다 작업을 하지는 않았다.

대부분 통행에 불편을 초래하는 곳에 자라는 풀을

잡은 것이다. 장마철이라곤 하지만 계속 비가 내린

것은 아니고 거의 하루에 몇 차례 쏟아진 소나기성

비가 이번 장마의 특징이었다. 그 장맛비를 맞으며

풀들은 어찌나 잘 자라는지 모른다. 그러니 수시로

예초기를 짊어지게 된다. 기계를 다루는 작업중에

예초기 작업과 엔진톱 작업이 가장 힘들고 겁나고

하기가 싫은 작업이다. 늘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서

긴장을 하며 작업을 하게 되어 더 힘든 것이 아닌가

싶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이런 일은 산골살이를

하는 일상속의 한 방편인 것을...

 

날씨가 흐리고 바람이 살랑거려 그런대로 시원하다

싶어서 예초기 작업을 시작했는데 이내 구름속에서

햇볕이 나와 땡볕으로 변하는 바람에 고생을 했다.

온몸이 땀범벅이 되어 씻고 나와 아내가 오이냉국에

국수를 말아주어 너무 시원하게 잘 먹었다. 오후에

외출 계획이 없어 캔맥주로 시원하게 더위를 날리고

한낮에는 제발 바깥일을 못하게 하는 마나님의 분부

받들어 그냥 낮잠을 한잠 푹 잤다. 그사이 꽤나 거센

소나기가 내렸단다. 아내가 하는 말, "당신, 오전에

예초기 작업 참 잘했네!"라고 했다. 아내의 칭찬을

들으니 어깨가 으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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