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제발 일 좀 만들지 마소!
2021년 7월 8일
음력 辛丑年 오월 스무아흐렛날
요즘은 장마철이라서 그런지 날씨예보가 시시각각
바뀐다. 장마전선이 오락가락이라서 그런 것인가?
그래도 예전과는 달리 잘 맞는다. 어제는 아침부터
비소식이 있었으나 잠시 이슬비가 내리는가 싶더니
이내 그치고 구름 사이로 햇살이 비췄다. 오후에는
보건진료소의 행사에 가야한다며 아내가 일찌감치
장에 다녀오자고 했다. 은행에 볼 일도 있어 오전에
봉평 오일장을 다녀왔다. 오전이라서 그런지 아님
장마철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장골목이 한산했다.
딱히 살 것은 없지만 구경삼아 한바퀴 돌아보았다.
시골장은 언제나 정겹고 생동감이 넘치는 것 같고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좋아서 돌아보곤 한다.
오후 2시까지 보건진료소에 가야한다는 마나님을
모시고 갔는데 해프닝이 벌어졌다. 소장님이 올린
공지에서 날짜를 보지않고 수요일이라는 것만 보고
어제로 착각을 한 것이란다. 아내를 내려주고 바로
돌아설까 하다가 혹시나 해서 잠시 머뭇거린 것은
촌부가 참 잘한 것이다. 안그랬으면 집으로 오다가
다시 되돌아 갈 뻔했으니까 말이다. 어이가 없어서
"엄마 계신 곳에 가고싶나? 제발 정신 차리거래이!"
라고 한마디 했더니 그저 멋쩍은 웃음으로 떼운다.
아내가 없는 동안에 혼자 계획한 일을 해치우려고
했는데 해프닝 때문에 하는 수 없이 알게 되었다.
앞마당 보수를 하려고 한 것인데 아내가 미리 알면
쓸데없이 고생을 왜 사서 하느냐고 말렸을 테니까.
2~3일은 비는 내리지 않았으나 주춤했던 장마가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고 하여 마무리를
해볼까 싶었다. 해프닝 때문에 아내의 도움을 받아
오히려 다행이긴 했다. 목공실옆에 놓아둔 잡석을
아내와 함께 차에 싣고 올라와 둘이서 들고 날랐다.
엄청 무거웠다. 플라스틱 양동이로 2통을 혼자서
나르려고 했으니... 아내의 도움이 없었다면 혼자
고생 꽤나 했을 것이다. 아내가 집으로 들어간 후,
자동차에 플라스틱 양동이 6개를 싣고 아랫쪽으로
내려가 모래를 가득 담아 싣고 올라와 앞마당으로
날랐다. 이또한 엄청 무거웠으나 잡석보다는 훨씬
가벼웠다. 왜 집으로 안들어 오느냐고 하면서 나온
아내가 이게 뭐냐고 하며 놀라는 것이었다. 혼자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 6통을 나르느라 기진맥진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땀이나 식히라며 우유에 얼음을
넣고 미수가루를 타다주어서 시원하게 잘 마셨다.
사실 이 일은 해도 그만이고, 안해도 그만인 일이다.
약간 경사가 진 마당을 새로 꾸미면서 모래를 조금
깔았는데 비가 내리면 밑으로 쓸려내려 가는 것이
마음에 걸려 보수를 해보려고 해던 것이다. 집쪽에
잡석을 깔아놓고 아랫쪽에 모래를 보충하여 경사를
조금 완만하게 하면 괜찮을 것 같았다. 생각 같아선
모래를 조금 더 싣고와서 깔면 완전할 것 같았는데
아내가 노발대발하며 말렸다. "왜 사서 고생하려고
하느냐?"하며 "제발 일 좀 만들지 마소!"라고 했다.
그래도 마무리 해놓은 것을 보고는 흐뭇하다는 듯이
빙그레 웃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