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나눔 릴레이인가?
2021년 7월 1일
음력 辛丑年 오월 스무이튿날
요즘 비가 자주 내려서 그런지 밭에 상추가 너무나
풍성하게 잘 자란다. 아내와 둘이 실컷 먹고도 남을
정도이다. 상추가 많다고 주구장창 쌈만 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난해까지는 꽤 많이 심어 나눔을
자주 했었다. 올해는 고추농사를 늘리는 대신 상추,
콩종류를 대폭 줄였다. 그렇지만 두 이랑은 심어야
할 것 같았다. 우리가 먹는 것에 비해 자라는 속도,
풍성한 양은 너무 빠르고 많다. 아내가 지인들에게
나눔을 하자고 했다. 마을분들은 모두 자급자족을
하니까 나눔을 할 필요가 없어 어디에 나눔을 할까
생각하다가 비록 회사는 그만두었지만 함께 일하던
동료들에게 나눔을 하면 좋을 것 같았다. 아내 또한
그랬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분들은 인근 도시에서
사는 분들이라 좋아할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엄청 좋아하고 고마워했다. 이렇게 올해 첫 나눔을
상추로 했다.
참 재미있는 일이 생겼다. 나눔을 하면 나눔을 받게
되는 것일까? 늘 안부를 물어오고 이따금씩 나눔을
주는 친구와 막내 아우에게 머위를 잘라서 내에
나가 택배를 보내고 왔더니 아내가 늘 많은 도움을
주는 마을 아우네에게 고향 남해에서 보내온 미니
밤호박, 염장 다시마, 염장 미역줄기를 갖다주자고
하여 함께 내려갔다. 때마침 마을 입구의 밭에서
부부가 브로콜리 수확을 하고 있었다. 잦은 비에
어찌나 빠르게 꽃이 피는지 감당 못할 지경이라고
했다. 그래서 마지막 수확을 하고 난 뒤에 2모작을
위해 갈아엎어야 한다고 했다. 호박을 심을 것이라
했다. 우리 밭의 브로콜리는 이제 피려고 하는데
마을은 이미 끝날 무렵이라고 하니 같은 마을에서
윗쪽의 우리집과는 기후 차이가 꽤나 많이 난다.
아우가 그렇잖아도 브로콜리 갖다먹으라고 전화를
하려고 했는데 때마침 잘 내려왔다며 서로 마음이
통한 것 같다고 하며 웃었다. 제수씨가 브로콜리를
잔뜩 베어다 주며 손질하여 가지고 가라고 했다.
우리 마을분들은 뭘 준다 싶으면 엄청 많이 잔뜩
주곤한다. 고맙게 잘 먹겠다고 했더니 아우네도
잘 먹겠다며 인사를 하여 서로 웃었다.
집에 왔는데 이번에는 반장님께서 전화를 주셨다.
앵두를 따놨으니 빨리 건너와서 가져가라고 하셨다.
바쁘다 바빠! 노인네들이 농사짓느라 바쁜 와중에
우리에게 준다며 앵두를 따놓은 모양이었다. 요즘
두 분 다 건강이 좋지않으셔서 보기가 안타까운데
챙겨주시는 마음이 너무 감사하다. 이따금씩 집에
있는 것을 조금씩 나눠드리고 명절에 인사를 하곤
하는데 그게 그렇게 고맙다고 하시며 챙겨주신다.
따놓으신 앵두가 상당했다. 아내가 무게를 재보니
3kg이나 된다고 했다. 자그마한 앵두를 따는 것은
보통일이 아니다. 따다보면 땅에 떨어지는 것이 더
많고 성가신 일인데 이 정도를 따려면 꽤나 고생을
하셨을 것이다. 감사하다고 인사를 꾸벅하고 왔다.
아내는 이 많은 브로콜리와 앵두를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브로콜리는 생으로 오랫동안 저장
할 수가 없고, 앵두는 생과로 먹는 것도 한계가 있어
저장 방법을 찾는 것 같았다. 문득 어딘지는 몰라도
언젠가 브로콜리 장아찌를 먹은 기억이 나서 검색을
하여 아내에게 알려주었더니 좋은 생각이라고 했다.
그 사이 아내는 앵두쨈을 만들까 하다가 불앞에서
두어 시간 서있는 것이 너무 힘들 것 같다면서 그냥
앵두청을 담그기로 했다고 하며 앵두를 씻어 놓았다.
아내가 브로콜리 장아찌를 만들었는데 그 맛이 아주
좋다. 두고두고 오랫동안 먹을 수 있어 좋을 것 같다.
앵두는 청을 담가놓아 발효가 되면 걸러서 음료로
마시려고 한다.
그러고보니 주고받고, 받고주고를 반복한 것 같아서
이래저래 기분이 좋다. 나눔이란 물건도 물건이지만
그보다 앞서 나누려는 마음이 전해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 주는 즐거움, 받는 기쁨을 누린 나눔 릴레이를
한 것 같아 흐뭇하며 뿌듯하고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