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이제 완연한 가을이 보이네!
9월 28일, 음력 庚子年 팔월 열이튿날
중앙통로 벚나무는 단풍으로 물들어 바람에 흩날려
어느새 바닥에 나뒹군다. 달 속에 있다는 계수나무,
맨 꼭대기부터 노랗게 단풍이 들기 시작했다. 단풍이
아랫쪽까지 들 무렵이면 지금 물던 단풍은 흔적없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 하얀 몸통 자작나무 밑에 자리한
비비추 무리는 봄부터 불과 얼마전까지 파릇파릇함,
싱싱한 푸르름을 뽐내더니 오는 계절앞에는 어쩔 수
없는가 보다. 잎파리가 노랗게 변해가는 것을 보니
이제 계절은 확실한 가을이구나!
구절초가 피었다. 이제 산골에 완연한 가을이 보인다.
하긴 벌써 추석명절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으니 그럴
법도 하다. 민족의 가장 큰 명절이라서 웃고 떠들고
신이 나야 하는 것인데 코로나19가 창궐하여 아직도
진정이 되지않고 있으니 올해 추석명절은 여느해와는
많이 다른 모습이 아닐까 싶다. 객지에 나가있는 자식,
고향에 계시는 부모님을 만나 즐겁게 정담을 나눠야
하는 것이 명절인데 과연 그럴 수가 있을까? 엊그제
아들 녀석이 아내에게 전화를 하여 집에 오고싶은데
걱정스럽다고 했다. 그래도 명절에 부모님 찾아뵙는
것은 뒤로 하고 정부와 지자체, 방역당국의 이동자제
당부에도 불구하고 여행을 계획하는 많은 사람들의
엇박자를 놓는 짓은 하지않으니 다행이라서 고맙다.
이제 봉숭아가 쓰러져 가고 있다. 맨드라미는 빨갛게
씨앗 맺고 있다. 여름꽃 마지막 모습이 아닌가 싶다.
그 옆에는 꺽다리가 되어 꽃을 피워 무게를 못이기고
허리를 숙인 개미취가 마치 여름꽃들에게 잘가라고
인사를 하는 듯하다. 이제 계절은 가을속으로 깊숙이
빠져들고 있다. 어느새 9월도 막바지, 정말로 세월이
참 빠르다. 이러다 좋은 계절, 가을도 금새 가겠지?
가을이 깊어갈수록 배추는 무럭무럭 잘 자란다. 이젠
서로 비좁다고 아우성이라 솎아주기로 했다. 애초에
모종은 많고 심어야 하는 밭의 공간은 제한적이라서
욕심을 냈던 것이다. 쏘물게 심어서 솎아내려는 속셈
이었다. 그 욕심은 배추가 자라는 모습이 너무 좋아서
솎아내지 못했다. 그러나 그냥 두었다가는 이도저도
안될 것 같다는 생각에 과감하게 사이를 벌려 놓듯이
솎아버렸다. 그렇게 해야 크게 튼실하게 자랄테니까.
몇 포기는 나눔을 했다. 아내는 솎은 배추의 겉대는
얼갈이 배추처럼 데쳐 냉동보관을 하고 연한 속대는
김치를 담갔단다. 쏘물게 심은 배추가 결과적으로는
이런 효과도 있구나 싶다.
태어난 곳이 바다로 둘러쌓인 섬출신이라서 그런지
촌부는 김을 무척 좋아한다. 촌부뿐만 아니라 아내도
김을 상당히 좋아한다. 이런 산골부부의 취향을 어찌
알고 김을 보내주었을까? 오래전에 함께 일을 했던
아우님이 요즘은 코로나19로 인하여 만나 대포 한잔
기우릴 기회도 없으니 너무 아쉬운 마음이라며 김을
사서 보냈단다. 아우님! 너무 고맙고 너무 감사하오.
이 어려운 코로나 시절에 연일 선물을 받으니, 좋긴
하지만 받기만 하고 딱히 줄 게 없으니 낯이 뜨겁다.
우짤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