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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9월 27일, 음력 庚子年 팔월 열하룻날

들깻잎이 상하여 몽땅 뽑아내고 그 자리에 늦었지만

무우씨앗을 뿌려놓았다. 꽤 자라 새싹을 솎아낸 뒤

퇴비장에서 흙을 퍼와서 북을 듬뿍 주는 일을 했다.

겨우 한 이랑도 안되는데 아내도 돕겠다면서 나왔다.

밭에서 무슨 일을 하더라도 서로 손발을 맞춰 가면서

일하면 수월하고 기분도 좋다. 환상의 복식조랄까?

애초에 한 구멍에 대여섯 알을 넣었는데 하나만 남겨

두고 솎아야 한다. 혹시나 하여 두 그루씩 남겨두고

뽑았더니 양이 꽤 된다. 아내는 무우싹을 잘 손질해

겉절이를 만들었다. 아주 맛있는 한끼 반찬으로 손색

없다.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효과를 누린다고 할까?


이제 나흘 후면 민족의 큰 명절, 추석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말미암아 이동을 자제해달라는 정부와 방역

당국의 신신당부가 있어 올 추석은 어떨지 모르겠다.

그런데 메스컴 보도에 의하면 정부의 당부에 명절을

쇠러 고향은 가지않으면서 휴양지가 있는 제주도와

강원도로 여행객이 몰리는 현상이 발생할 것 같다며

우려를 하고 있단다. 이런 기현상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 것일까? 아무리 청정지역이라고 하더라도 전국

방방곡곡에서 모여들게 되면 또 문제가 발생하는 것

아닐까 싶어 심히 우려스럽다. 그럴 것이라면 차라리

고향을 찾는 것이 더 낫지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지만 그건 아니다. 정부와 지자체, 방역당국이 모두

전국민을 상대로 이동 자제를 신신당부하고 있지만

정작 일부의 국민들은 이기적인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아 참으로 안타깝다. 오죽하면 국무총리께서 직접

나서 '이번 추석엔 총리를 파세요.'라고 하는 만화를

시리즈물을 만들어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실정인데

다시 한번 생각하고 협조를 하면 어떻겠는가?


올 추석은 코로나19로 인하여 다소 우울한 명절이

될 것 같은데 얼마전부터 여기저기에서 명절 선물이

많이 들어왔다. 어려운 시절임에도 불구하고 선물을

보내주신 많은 분들께 너무나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아내가 그랬다. "당신은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싶어요. 어려운 시절에 이렇게 당신을 잊지않고 많은

분들이 고맙게도 선물을 보내주시니 말입니다.ㅎㅎ"

그 말을 듣고 기분은 좋았지만 보내주신 분들께는 참

많이 미안하고 죄송스러워서 "나라를 구하기는 무슨,

보내주신 분들의 마음이 감사한 것이지!"라고 했다.

그리고 나서 "선물을 보내주신 분들의 은혜를 우찌

갚아야 하겠노? 참 걱정이다, 그쟈? 우짜모 좋겠노?"

라고 했다. 아내도 "그러게, 어쩌지? 받아서 참 좋긴

하지만 걱정이네?"라며 함께 말을 이었다.


어제는 멀리 경북 영주에서 사과농장을 운영하시는

'선농일치'의 농부 수행자이신 생활실천 기도 도량 

'정로암'의 선농 스님(페이스북 이름-가산초당)께서

인터뷰 기사가 게재된 불교잡지 '선으로 가는 길'과

함께 스님께서 애써 길러 수확하신 명품 사과를 꽤

많이 보내주셨다. 스님 은혜에 어찌 보답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 스님의 나눔과 비움에 대한 가르침을

다시금 새겨본다. "스님! 감사하게 잘 먹겠습니다."


또 저 멀리 고향 남해 다랭이 마을에서 '농부 맛집'을

운영하시고, 다랭이팜 영농조합법인의 대표이사이신

이창남 향우님께서 다녀간 연구, 개발을 통하여 탄생

시킨 전통 막걸리 '다랭이팜 생막걸리'를 추석명절에

쓰라시며 보내주셨다. 이창남 향우님은 오래전부터

로컬 푸드 투어리즘을 추구하는 선진 농업과 정보화

농업을 위하여 앞장서고 계시는 참 훌륭한 분이시다.

"향우님! 너무 고맙고 감사합니다."


서울에서 학교 후배이자 예전에 다니던 회사 후배가

고급 와인 세트를 보내왔다. 이젠 산골 촌부가 되어

그 옛날의 와인 맛을 잊어버렸을까봐 상기시키느라

챙겨보내준 것이리라. 어려운 시절이라서 힘들텐데

늘 챙겨주는 후배의 정성에 감사함이지만 선배로서

해주는 것 없이 이렇게 늘 받기만 하니 염치가 없다.

"아우님! 고맙고 감사하네."


회사에서는 아내가 좋아하는 생필품 세트를 선물로

주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운 시기라서 선물까지

챙겨주리라고는 생각하지도 않았는데... 값비싼 것이

아니라도 생활에 필요한 것을 챙겨주는 것이 너무나

고맙다. 아내가 좋아하니 보는 촌부도 흐뭇하다.


허허~ 그러고보니 오늘은 띠동갑인 막둥이 여동생의

53회 생일이구나. 이 아우와는 12살 차이 띠동갑에

추석을 사이에 두고 나흘 전이 아우 생일, 나흘 후가

오라비인 촌부의 생일이다. 그러니까 이 아우 생일은 

잊어버릴 수가 없다. 가까이 있으면 맛있는 밥이라도

한끼 함께하면 좋으련만  오라비라고 멀리 산골에서

살고 있어 그럴 수도 없으니 전화나 해주어야겠다.IMG_20200927_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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