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날씨 좋은 가을날이라서...
9월 19일, 음력 庚子年 팔월 초사흗날
이른 아침, 이제 하루를 시작하는 시간은 컴컴하다.
해가 그만큼 짧아지면서 밤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긴 추분이 사흘앞으로 다가오고 있으니까
그럴만도 하겠지 싶다. 이젠 완연한 가을 한복판에
들어서 있는 느낌이다. 이른 아침, 이슬이 촉촉하게
내린 산을 오르면 옷이 젖는 줄도 모르고 걷게 된다.
'이슬처럼 맑고 깨끗한 물이 또 있을까?' 하면서...
이따금씩 꽃잎이나 풀잎, 나뭇잎에 맺혀있는 너무나
예쁜 자그마한 구슬과 같은 이슬방울을 넋을 잃고서
바라보기도 한다. 촌부 눈에 보이는 이슬은 식물에겐
자연이 주는 신비로운 생명수가 아닐까 싶다. 이슬을
머금은 잎파리는 너무나 싱그럽고 싱싱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햇살이 살며시 이슬방울에 비치면 이 세상
그 어떤 보석보다도 더 아름답고 예쁜 모습이 된다.
이런 생각하며 걷는 촌부라서 그런지 바지 가랑이가
젖어도 좋고, 소매 자락이 흠뻑 젖어 축축해도 좋다.
이렇게 가을날의 아침은 촌부의 기분을 좋게 한다.
낮에도 햇볕은 따사로운 느낌이라서 참 좋다. 이젠
여름처럼 덥다, 싫다 하면서 그늘을 찾거나 피하지
않는다. 내리쬐는 가을 햇볕을 그냥 그대로 즐기게
된다. 불과 얼마전까지 더위가 싫다고 징징거렸는데
그새 햇볕이 좋다고 돌변하는 것을 보면 정말 우습다.
그래서 이 세상에 가장 간사한 것이 사람이라고 하지
않았나 싶다. 부추밭에 또 부쩍 자란 잡초를 뽑다가
하늘을 쳐다보았다. 부드럽게 내리쬐는 햇볕에 눈이
부셨다. 그런데 싫지 않았다. 한참 동안 고개를 들고
하늘을 올려다 보고 있었다. 파란 하늘에 두둥실 떠
있는 구름까지도 너무나 예쁘게 보였다. 누가 봤다면
'저놈의 영감탱이 일은 안하고 하늘은 와 쳐다보노?'
라고 했을게다. 산골살이를 하면서 계절에 상관없이
하늘을 자주 올려다보게 된다. 이제는 거의 습관처럼
되어버렸다. 좋아서 하는 짓이니 좋은 버릇이겠지?
점심 무렵, 밭에서 일을 하다말고 갑자기 절에 다녀
오고 싶은 생각이 났다. 김매느라 들고 있던 호미를
팽겨치고 집에 들어와 아내에게 "여보! 절에 가자!"
라고 했더니, "그렇잖아도 나도 그러고 싶었다우!"
라고 했다. 이심전심이라고 서로 뜻이 통했나 보다.
부랴부랴 씻은 다음 자동차를 몰아 오대산 월정사로
향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한동안 부처님 뵈러 절에 가지를 못했다. 법회 참석
하는 것도 아니고 잠시 법당에 들려 참배만 하고 오는
것이라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평일이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는 시기라서 그런지 너무나 한산했다.
참배를 하고 걸어서 주차장까지 오면서 아내가 하는
말이 "이상하게 절에 오기전까지는 무거웠던 마음이
참배를 하고 법당을 나오는 순간부터는 가벼워지는
느낌이야! 자주 와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되니..." 라며
말을 흐렸다. 촌부도 마찬가지로 마음이 아주 가볍다.
월정사에서 나온 시간은 이미 점심 때가 훨씬 지났다.
배가 고팠다. "우리 진부 온 김에 짜장면이나 먹고
갈까?"라고 했더니 "뜬금없이 왠 짜장면이야?"라고
하더니만 "난 짬뽕이야!"라고 하면서 아내가 웃었다.
그 길로 진부읍내로 내달렸다. 이따금씩 가는 진부의
음식점에서 아내는 짬뽕을, 촌부는 짜장면 곱배기를
시켜서 맛있게 먹었다. 때마침 진부 5일 장날이라서
장구경을 하면서 마른 대추를 조금 샀다. 그냥 집으로
오려다가 날씨가 너무 좋아 드라이브 삼아 장평에서
봉평으로 들어가 舊 도로를 돌아다니다가 들어왔다.
느리게 살자고 다짐했으니 실천을 했다고나 할까?
날씨 좋은 가을날이라서...
참, 잊을뻔 했네.
저녁무렵 택배가 두 개씩이나 왔다.
하나는 아내 친구 모임에서 보낸 영주 해담사과이고
또 하나는 촌부의 고교 모임인 삼오회에서 보내준
보성녹돈 선물세트이다. 맛이 좋은 영주 해담사과는
막내처제 부부가 운영하는 과수원 것이라서 그런지
아주 맛있다. 또 보성녹돈은 친구가 경영하는 회사
제품이라서 그런지 더 좋고 맛있게 보인다. 이렇게
이른 추석명절 선물을 받고보니 벌써부터 추석명절
분위기가 나는 것 같다. 기쁨을 준 친구들이 고맙다.
"보내준 선물 고맙고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