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첫 서리가 내렸다!
9월 21일, 음력 庚子年 팔월 초닷샛날
이른 아침,
바깥에 나갔더니
서늘한 공기에 호호 입김까지 나왔다.
어느새 찬바람이 난 것일까?
어제 아침은 영상 7도이더니
오늘 아침은 더 내려가 영상 5도이다.
우와~ 지붕 위가 하얗다!
첫 서리가 내린 것이다.
올해는 여느 해에 비해 훨씬 빠르다.
아내는 도시에서 온 처제 부부를 위해
난롯불을 지폈으면 하여 장작에 불을 붙였다!
어제는
일년전 너무 이른 나이에
홀연히 우리곁을 떠나버린
하나밖에 없는 처남의 1주기였다.
수목장으로 지내 나무 아래 잠들어 있는
용인의 처남 산소를 찾아 추모식을 가졌다.
일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실감이 나지않는다.
부디 좋은 곳에서 영면하기를 바랄뿐이다.
코로나19가 사라지고 시절이 좋아지면
다시 찾아오마 인사를 하고 돌아섰다.
둘째네와 함께
짠한 마음을 가슴에 안고 산골집으로 돌아왔다.
오랜만에 산골집에 왔으니 뭔가 먹여야 하는데...
가족이니 걱정할 필요없다고 했지만 어디 그런가?
마침 엇그제 고교 반창 모임 '삼오회'에서 보내준
보성녹돈 삼겹살을 구워 먹으면 좋겠구나 싶었다.
밭에 나가
상추를 뜯고, 풋고추 두 종류를 따고
호박밭에 가서 호박잎을 조금 땄다.
쏘물게 심어놓은 김장 배추를 몇 포기 솎았다.
그리고 손괭이를 들고 나가 더덕 몇 뿌리도 캤다.
아내와 처제는
배추를 절여 겉절이를 만들고
대파를 잘게 채썰어 파무침을 하고
더덕도 껍질을 벗겨 편으로 썰어놓았다.
요즘 금추라고 하는 가을 상추와 풋고추도 씻고
호박잎을 손질하여 찜기로 데쳐놓았다.
묵은지는 포기째 꺼내놓았다.
보글보글 된장찌개도 끓이고 쌈장도 만들었다.
마음이나 달래자며 소주와 맥주도 준비를 했다.
보성녹돈 삼겹살, 고기가 참 좋다.
고기를 굽고, 더덕과 묵은지도 올렸다.
자글자글 고기가 익고 더덕도 향을 내며 익었다.
데친 호박잎과 상추에 고기 한 점, 더덕, 묵은지,
배추겉절이, 파무침, 풋고추을 조금씩 올리고
쌈장으로 마무리하여 쌈을 싸서 한 볼테기 했더니
볼따구니가 터질듯 하다며 모두 다 한바탕 웃었다.
처제와 이서방은
이런 웰빙 음식이 어디 또 있겠느냐며
언니. 형부, 처형. 형님 덕분이라며 너무 좋아했다.
어찌나 맛있게 잘 먹는지 우리도 덩달아 잘 먹었다.
이런 날 바빠서 못온 막내네가 빠져 너무 아쉬웠고
이구동성으로 막내네와 조카 딸내미와 아들 녀석도
함께 챙겼으나 다들 일이 바빠 못오니 어쩌겠는가?
둘째네 덕분에 모처럼 즐거운 식사를 했다.
아내가
주방 아일랜드 식탁위에
지난봄에 채취하여 말려놓았던
고사리와 표고버섯을 물에 불려놓은 것이 보였다.
아우 부부에게
아침에는 뭘 해서 먹이려고 불려놓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