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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이 녀석들 보게!


9월 26일, 음력 庚子年 팔월 열흘날

단지 어디선가 태어나 어미와 함께 사방 돌아다니다

어느날부터 어미와 새끼 한 마리는 보이지않고 이젠

두 녀석이 데크에서 놀기도 하고 밤에는 잠을 잔다.

한동안 아내가 녀석들이 너무 불쌍하다며 집에 있는

스팸이란 스팸은 녀석들에게 다 잘라주었다. 이러다

길냥이들이 집고양이가 될 것 같다면서 고민을 했다.

먹이를 계속해 주자니 야생성을 잃을 것 같아 문제가

될 것 같고 그렇다고 눈에 빤히 보이는 녀석들을 그냥

못 본 척하는 것도 마음이 너무 쓰인다고 했다. 하긴

이 촌부도 아내와 같은 마음이다. 녀석들이 보이다가

눈에 띄지 않으면 어떻게 된 것인가 궁금해지니까.


사실 우리 부부는 고양이를 썩 좋아하지는 않았다.

그동안 꽤 많은 길냥이들이 단지에서 살면서 새끼를

낳았고 독립을 시켰는지는 잘 모르지만 대를 이어서

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려니 하면서 쫓아내겠다는

생각은 하지않았고 그냥 함께 사는 야생동물 취급을

했다. 이 녀석들이 단지에 살게 된 것은 오랫동안을

함께 지내던 진도견 태평이가 세상을 떠난 이후부터

이곳에 영역을 삼은 것 같다. 녀석들 덕분에 들쥐는

물론 하절기에 꽤나 많이 출몰하던 뱀을 볼 수 없다.

아내가 워낙 겁을 내고 무서워 하는 뱀이고 들쥐라서

녀석들이 사는 것을 방해하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썩

좋아하는 것은 더 더구나 아니었다. 그냥 길냥이들이

단지에 살고 있구나 하는 정도의 관심이었다. 어쩌면

잘 된 것이라고 생각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번에 낳은 세 마리는 느낌이 달랐다. 처음엔

새끼를 낳은 어미가 좀 불쌍하다며 먹이를 챙겨주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새끼들을 데리고 다니는 어미도,

갓난쟁이 새끼 세 마리가 너무 안스러워 보여 가끔씩

먹이를 챙겨준 것이 바로 문제의 시발점이 된 것이다.

아내와 촌부는 새끼들의 모습을 보고 지금은 없어진

녀석을 얼룩이덜룩이, 까만색 두 녀석 중 온통 까만

녀석은 깜장이, 입주변과 앞가슴과 다리에 하얀색이

있는 녀석을 장화라고 불렀다. 세 녀석 중에 장화가

가장 예뻤다. 처음에는 가까이 가면 줄행랑을 치더니

요즘은 우리가 서있으면 그냥 지나가기도 하고 어떤

때는 앉아서 쳐다보곤 한다. 먹이를 준다고 이젠 많이

친해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며칠전 읍내 장에 나갔을때 아내가 길다란 소시지를

하나 고르는 것이었다. 소위 말하는 옛날 소시지였다.

값이 저렴하고 양이 많은 것 같았다. 옛날처럼 소시지

부침을 하려고 그러나 했더니 새끼 길냥이들에게 줄

먹이라고 하여 웃었다. 집에 오자마자 아주 잘게 썰어

데크에 있는 녀석들을 불러서 주려고 문을 열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쏜살같이 달려들어 먹는 것이었다.

그런데 녀석들에게도 서열이 있는 것인지 깜장이가

으르렁 거리면서 장화의 접근을 막자 뒤로 물러나서

쳐다보고 있었다. 안되겠다 싶어 먹이 그릇을 빼앗아

멀찌감치 거리를 두고 두 군데로 나눠주었더니 각자

어찌나 잘 먹는지 모른다.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꼭

두 군데로 나눠주고 있다. 그나저나 이제 창문만 열면

먹이를 주는 줄 알고 두 녀석이 가까이로 달려온다.

그뿐만이 아니다. 어딘가는 모르지만 돌아다니다가

언제 들어왔는지 데크에 와서 두 녀석이 꼬옥 붙어서

서로 사이좋게 잠을 자고 있거나 놀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우리 단지가 이 녀석들의 영역이 되었나 보다.

이 녀석들 보게! 이제 집고양이가 되었는가베?IMG_20200926_4.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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