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산골에서 맛보는 가을 전어회
9월 18일, 음력 庚子年 팔월 초이튿날
모처럼 인근 도시 원주에 다녀왔다. 원주는 이곳에
사는 동안 가장 자주 나가는 도시이다. 생필품 구입,
병원 진료, 그 외 이런저런 볼 일을 보러 가게 된다.
그러니까 도시로의 외출이라면 거의 원주로 나가는
것이다. 예전에는 오랫동안 생활했던 서울을 밥먹듯
그렇게 드나들었는데 이제는 한두 달이 아니고 거의
일년에 몇 번 갈까말까 한다. 친구, 친지, 친척, 지인,
형제가 대부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살고 있는데
어머님 작고하신 뒤로는 이상하게 잘 가게 되지않는
것 같다. 사실 최근엔 원주에도 자주 나가지 못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을 한
것도 있지만 하절기에는 일이 많은 것도 그 이유이다.
하지만 기일이 정해져 있는 자동차 정기검사는 미룰
수가 없다. 이제 자동차도 12살이 되어 노후되었다.
그래서 검사를 받으려면 카센터에 가서 미리 점검을
하고 가야한다. 언젠가 한번은 그냥 갔다가 꽤 많은
지적사항이 부적격 판정을 받아 비용이 엄청 들었던
적이 있어 그 이후로는 원주에 단골 카센터를 정해
놓고 원주에 나갈 때마다 들려서 점검, 수리를 한다.
지금 타는 이 자동차는 12년전 작고하신 아버님의
마지막 선물이었다. 2008년 9월 어느날 병환으로
고생하신 아버님을 모시고 세검정 집에서 풍납동에
있는 현대아산병원으로 진료를 받으러 가다가 그만
도심 번화가 회현동 4거리에서 자동차가 고장이 나
서버린 것이라 고생을 했다. 그 일이 생긴 후 폐차를
하고 지금 이 자동차를 친구가 운영하는 대리점에서
구입을 했던 것이다. 그때 아버님께서 하신 말씀을
기억을 해보면 "큰아야! 차 바까삐라! 올마모 되노?"
라고 하시면서 계약금을 주셨다. 그 자동차를 지금껏
타고 다닌다. 이번에도 비용이 꽤 들었지만 검사를
잘 마쳤다. 최소한 2년 동안은 괜찮겠지 싶다.
자동차 점검, 수리, 검사를 하는 시간이 꽤 걸린다며
카센터 사장이 볼일을 보고 오라며 자동차를 빌려줘
몇 군데 돌아다녔다. 50일만에 나온 원주 나들이라
볼일이 많았다. 마지막으로 대형마트에서 이것저것
그동안 못샀던 필요한 생필품을 사다보니 꽤 많았다.
다른 것을 좀 사야한다고 백화점과 함께있는 또다른
대형마트에 갔다. 아내가 필요한 것이 있는 코너로
간 사이에 수산물 코너를 지나다가 촌부의 눈이 번쩍
했다. 다양한 생선회 중에 전어 막회가 보인 것이다.
촌부는 섬놈이라 전어는 가을이 제철이라 맛있다는
것을 잘 안다. 얼마나 기름지고 맛있으면 이런 말이
있겠는가? 예로부터 전해오는 이 말은 틀림이 없다.
'가을 전어는 깨가 서 말이다.'
'가을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
보아하니 값도 비싼 것 같지않아 스티로폼으로 만든
접시에 가지런히 썰어놓은 전어 막회 한 접시를 샀다.
생선회를 즐기지않는 아내의 허락도 없이 사서 많이
미안했지만 아내는 그렇잖아도 생선회를 한 접시 사
주려고 했단다. 고마운 마나님이다.
집에 오자마자 밭에 나가 상추와 풋고추를 조금 땄다.
전어회와 함께 먹을 생각으로... 아내는 그 사이 감자
두어 개를 강판에 갈아 브로콜리, 양파, 당근을 넣고
감자전을 부쳤다. 생선횟집에 가면 서비스로 나오는
곁들이 안주처럼 마련을 했다고 하여 한바탕 웃었다.
요즘 SNS에 고향 남해의 향우님 한 분이 거의 매일
생선회 사진을 올리셔서 늘 입맛만 다셨는데 이렇게
강원도 산골에서 전어회를 먹게 되니 감개무량이다.
"참말로... 전어회가 그리 좋나? 천하의 이용식이가
촌부 되더니 참 안됐다야. 전어회 한 접시에 감동을
다 하다니, 앞으로 마트에 가면 자주 사줄께!"하면서
웃었다. 전어막회는 뼈가 씹히는 것이 아주 고소하고
맛이 좋았다. 또한 우리가 기른 가을 상추, 풋고추와
함께 먹으니 그 맛이 한층 더 나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