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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IMG_20171025_5.jpg : 촌부의 단상-참 바쁜 하루였구나!IMG_20171025_4.jpg : 촌부의 단상-참 바쁜 하루였구나!IMG_20171025_3.jpg : 촌부의 단상-참 바쁜 하루였구나![촌부의 단상]
참 바쁜 하루였구나!

서리가 내리고 첫 얼음이 얼던 날, 촌부의 하루는 참
바빴다. 가을을 채 느끼기도 전에 성큼 다가와 버린
차가운 겨울이 문턱을 넘었기 때문이다. 미처 준비도
안되었는데 이렇게 갑자기 추위가 엄습하면 몸보다
마음이 더 앞서가는 것이다. 해마다 이런 경험은 매번
반복되고 있으니 무엇이 문제라는 말인가?

갑작스런 추위가 몰려왔다고 아침 산행을 게을리 할
수는 없다. 차디찬 서리가 내려 눈 내린 것처럼 온통
하얗다. 이제 산길을 걷는 것도 조심조심 해야 한다.
사그라진 풀잎에 서리가 미끌미끌하다. 운동삼아 늘
오르는 뒷산이지만 이제 겨울이 다가오니 당분간은
단지내 산책으로 대신해야겠다.

이른 아침은 서리가 깨기 전이라 밭일을 할 수 없다.
서리가 깨기를 기다리는 동안 뒷산에 쌓아둔 나무를
끌어다 날랐다. 윗밭의 주인이 나무를 어찌나 크게
잘라놓았는지 어깨에 맬 수도 지게에 질 수도 없다.
그렇다면 통나무를 굴리는 수 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
엔진톱으로 토막을 쳐서 나를까 하다가 그냥 굴려서
옮겼다. 이런 방법도 제법 재미가 있네. 얼마 하지도
않았는데 아내가 부른다.

난로 연통 청소를 하잖다. 이미 했어야 하는 일인데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조금 늦었다. 지난해는 9월말
마무리를 했는데 올해는 뭐하느라 여태껏 못했지?
난로가 있는 거실과 연통이 있는 집 밖에 사다리를
갖다놓고 준비를 하는 동안에 아내는 긴 막대기에다
타올을 감아서 묶어 놓았다. 오늘은 손발 척척 맞는
굴뚝 청소부 부부이다. 안, 밖의 연통 일부분 해체를
한 다음 작업이 시작되었지만 이내 끝난다. 이 일은
준비나 마무리를 하는 것이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그 다음 일은 서리가 깨었으니 밭에서 총각무우 뽑는
일이다. 이제 서리도 내리고 첫 얼음까지 얼고 추워
총각김치를 담글 때가 되었다. 때마침 막내 처제네가
왔다. 아내와 함께 모두 뽑았는데 씨알이 잘다. 처음
솎아주어야 했었는데 시기를 놓쳐서 그냥 두었더니
이 모양이다. 그런데 그렇게 작지는 않고 적당하다며
애써 변명을 하는 촌부에게 아내도 처제도 괜찮다고
위로를 하였다. 내년에는 잘 길러줘야 하겠는걸...

점심후에 처제를 큰처남댁에 내려주고 아내와 함께
읍내에 다녀왔다. 아내가 총각김치 담글 준비도 하고
은행 일도 봐야한다기에... 아내가 은행 일 보는 동안
수집상에 들려 올해의 마지막 잣송이를 팔고 왔다.
값이 그새 조금 올랐지만 이제 올가을에는 마지막...
지난해 보다는 훨씬 못하지만 그런대로 용돈벌이는
하였다. 운동도 하고 자연이 주는 선물로 용돈까지
벌었으니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내년을 기약하자.

읍내에 갔다오다가 큰처남댁에 들려 처제를 태우고
집으로 왔다. 장모님을 모시고 아내와 처제는 총각
김치 담글 준비를 하느라 바쁜 오후였었던 것 같다.
촌부는 빨리 서둘러야 하는 일이 있다. 아침에 내린
찬서리에 고추의 줄기와 잎사귀가 마치 데쳐 놓은
모습이다. 다행히 고추는 괜찮으니 빨리 따지않으면
안된다. 익은 고추도 많고 풋고추도 아직은 싱싱하다.
식구들은 각자의 일이 바쁘다 보니 끝물 고추따기는
촌부 혼자서 해야만 했다. 아까워서 하나하나 가지를
들춰가며 따는더 그새 해가 서산 너머로 지고 있었다.
막내 동서가 마지막에 도와주지 않았으면 어두울 때
까지 땄을 것 같다. 카페로 옮겨놓고 분류작업을 하는
것도 만만찮다. 어느새 땅거미가 져서 불을 밝혀야만
했다. 그렇게 익은 고추 분류작업 마칠 무렵 아내가
전화를 했다. 식사 때가 지났는데 뭘 그렇게 열심히
하느나며 빨리 올라 오란다. 메뉴는 막내네가 준비해
온 대파 삼겹살구이... 간만에 먹는 것이라 소주까지
곁들여 맛있게 잘 먹었다. 술김에 그랬는지 피곤해서
그랬는지 아내의 총각김치 담그는 것도 돕지못하고
여느 날과는 달리 초저녁에 그만 잠에 빠져 버렸다.
참으로 짧고 길고 많은 일을 한 촌부의 하루였다.
Atach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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