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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IMG_20171021_4.jpg : 촌부의 단상-짧고도 길고 지루했던 하루...IMG_20171021_2.jpg : 촌부의 단상-짧고도 길고 지루했던 하루...IMG_20171021_1.jpg : 촌부의 단상-짧고도 길고 지루했던 하루...[촌부의 단상]
짧고도 길고 지루했던 하루...

요즘은 하루의 일교차가 꽤나 심하다. 이른 아침에는
서리가 내려서 지붕위가 마치 눈이 내린 것처럼 온통
하얀색이다. 오늘도 마찬가지로 기온이 뚝 떨어져서
6시 영상 1도를 기록하고 있다. 아마도 한 새벽에는
영하로 떨어지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나 예보상으론
낮기온은 영상 22도까지 오른다고 한다. 어제 낮엔
더위를 느낄만큼 기온이 오르고 화창한 가을 날씨라
좋았으니 오늘도 그렇지 않을까 싶다. 촌부의 바람은
그래야 일하기도 좋고 말리고 있는 농작물이 잘 마를
터니까...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들깨를 베지못하고 밭에다가
그냥 세워두고 산새들에게 좋은 일만 시켰는데 드디어
어제 베었다. 들깨는 잎을 따 먹으려고 심었지만 이젠
씨가 여물어 베어다 말리면 들깨를 수확할 수가 있다.
얼마 안되기는 하지만 잘 말려서 털게 되면 우리 먹을
만큼은 될 것 같다. 밭에서 베어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닌데 차일피일 미루다보니 여물어 가는 들깨를
산새들이 날아와 쫒아 먹느라 잔치상을 차려놓은 격이
되었다. 이러다간 들깨를 한 톨도 수확을 못할 것 같아
낫을 들고 들어가 베어 손수레로 나르고 햇볕 잘 드는
카페앞 데크에 널어 놓았다. 잘 마르면 털어야겠다.
아내는 밤새 카페안에 두었던 고추를 꺼내 말리느라고
바쁘다. 아침에 꺼내 널고 저녁에 들여놓기를 반복하고
있다. 태양초로 말리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닌듯...

잠시 남는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까 생각하다가 지게를
지고 뒷산에 올랐다. 이웃 밭에 간벌해 쌓아둔 나무를
나르기 위해서다. 어깨에 매고 나르기도 하지만 지게로
나르는 것이 쉬울 듯하지만 길다란 통나무라서 말처럼
그렇게 쉽지는 않다. 균형을 잘 잡지못하면 넘어지고
자빠진다. 그나마 몇 해를 했다고 이제는 그런 일까진
생기지 않는다. 문제는 너무 크게 잘라놓아 걱정이다.
엔진톱으로 잘라서 나르기도 그렇고 하여 그냥 나르다
보니 통이 크거나 긴 것은 무겁고 나르기가 불편하다.
올겨울 장작으로 쓸 땔감용 나무는 이미 준비를 다 해
놓았지만 기왕 갖다 쓰라고 할 때 미리 확보해놓으면
좋을 것만 같은 욕심이 들어 힘이 들어도 나르고 있다.
시나브로 하면 되는데 어디 사람의 욕심이 그렇던가?
아직도 한참 남았는데 틈틈히 가져다 나른 나무더미가
꽤 많이 쌓였다. 더 추워지기 전에 모두 나르고 잘라야
하는데 이 일만 할 수가 없으니 마음이 바쁜 촌부이다.

이렇게 바쁘게 일을 하다보니 아내와 함께 병원에 갈
시간이 되었다. 지난번에 내분비내과와 소화기내과의
검진결과는 좋았지만 기왕 검진을 하는 김에 심장에
관한 검진도 받아보려고 심장내과에 예약을 해두었던
것이라 검진일이 되어 다녀와야했다. 심전도 검사하고
X-ray를 찍고 다시 진료를 하고 또 기다렸다 초음파
검사를 하고나니 오후 4가 넘었지만 다행히도 별다른
이상이 없는 결과라서 한시름 놓았다. 그런데 혈압이
일정하지않고 오르내린다고 하여 검사를 하는 김에
다음주에 다른 방법으로 한 번 더 해보자고 한다. 다시
이틀을 예약했다. 지금 상태로 봐서는 별다른 문제는
없겠지만 이참에 모두 검사를 해볼 작정이다. 병원에
가면 기다리는 시간이 그렇게 지루할 수가 없다. 어제
병원에서 기다린 한나절이 어찌나 지루하고 초조하고
힘들었는지 모른다. 촌부가 이럴진데 정작 당사자인
아내는 어떠했을까? 서로 말도 못하고 그저 얼굴만
바라보았다. 그래도 결과가 좋으니 다행이다. 다음주
검진결과도 좋기를 바라며 산골집으로 돌아오니 해는
지고 저녁이 되었다. 참으로 바빠서 짧고 또 지루해서
긴 하루를 보낸 산골부부의 가을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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