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또 물기 머금은 습설이 잔뜩...ㅠㅠ
2025년 12월 14일 일요일
음력 乙巳年 시월 스무닷샛날
어젯밤 습설이 내려 쌓이는 것을 보고 잠들었다.
이른 아침 일어나보니 쌓인 눈이 장난이 아니다.
기온은 영하 4도, 아무래도 제설작업이 쉽잖을
것 같았다. 먼저 난롯불을 지폈다. 온기가 좋았다.
잠시 생각에 잠겼었고 이럴까, 저럴까 머뭇거렸다.
"눈이 바람돌이(브로워)로 밀릴까? 한번 해봐?"
부랴부랴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나가 빗자루 챙겨
현관에서 중앙통로 입구까지 쓸고 내려갔다.
아랫쪽 바람돌이를 보관한 펜션에 들어가 꺼냈다.
연료를 가득 채워 시동을 걸었다. 잔설이 내리고
있고 아직 동이 트기전이라서 어두컴컴하긴 했다.
바람돌이 짊어지고 카페앞 주차장에 내려갔으나
눈이 제대로 밀리지 않았다. 습설에 밑바닥이 얼어
버린 것이다. 혹시나 했던 예상이 빗나갔다. 어쩔
도리가 없어 바람돌이를 벗어두고 넉가래를 들고
눈을 치워야만 했다. 진입로쪽의 카페 주차장부터
치우고 경사가 심한 진입로를 치웠다. 바닥이 꽤나
미끄러워 두어 번 넘어지기도 했다. 조심해야했다.
그렇게 우리 길은 모두 치워갈 무렵 아내가 전화를
했다. "왜 혼자서 눈을 치우고 있는거야? 다 함께
해야지! 어서 올라와요. 이따가 함께 치웁시다!"
조금 남은 것을 마저 치워서 마무리하고 올라왔다.
"고생은 했겠지만 제발 혼자 나가지 말라니까!"
라고 또 혼쭐이 났다. 생각하는 마음은 알지만...
눈이 그치고 나면 다시 식구들과 함께 나가서 마저
마무리를 해야겠다.
어제는 종일 집에서 아내와 함께 집에서 이런저런
일을 했다. 일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지만 뿌듯했다.
바우골 형수님께서 주신 자잘한 사과로 좋은 양념,
미림(맛술)을 담갔다. 아내는 오래전부터 이 양념을
손수 만들어 왔다. 해마다 막내네 사과 흠과를 얻어
만드는 것인데 좋은 양념이다. 올해는 우리동네의
바우골 형수네 사과로 만들었다. 기왕 일을 시작한
김에 담가놓은 돌배주, 다래청, 오미자청도 걸렀다.
열매를 꺼내고 이물질을 분리하여 맑은 술과 청을
내리는 작업이다. 산골에 살다보니 이런 일을 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내가 낮에 일을 도와주어 고맙고 수고했다면서
감싱이(감성돔) 조림을 해주어 맛있는 저녁식사를
했다. 그뿐만아니다. 우리가 기른 고구마를 이용해
야식을 만들었다. 이름하여 고구마 피자, 맛이 좋다.
둘이 맛있게 먹으며 아들 생각이 난다고 이구동성,
똑같이 말했다. 오늘이 하나밖에 없는 자식, 아들
생일이다. 멀리 도시에 있으니 함께 식사도 못한다.
아침에 축하 문자를 보냈더니 이렇게 답장이 왔다.
"낳아주고 길러주신 은혜 늘 감사합니다^^"라고...
그건 그렇고 챙겨입고 제설작업 하러 나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