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축축한 습설이 내린 날
2025년 12월 12일 금요일
음력 乙巳年 시월 스무사흗날
오늘은 또다시 기온이 곤두박질, 영하 6도...
올겨울 특히 12월에는 기온이 오락가락이다.
여느해 겨울과는 많은 차이가 나는 듯한 느낌,
12월 중순임에도 불구하고 물기를 잔뜩 머금은
습설(濕雪)이 내리는 것은 참 이례적이지 싶다.
25년의 산골살이에서 이맘때 이런 눈이 내리는
것은 그다지 경험을 못했던 같아서 하는 말이다.
하찮은 존재, 촌부가 왈가왈부 해본들 무슨 소용
있으랴마는 산중턱에서 살다보니 습설이 내리면
제설작업이 그야말로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라서
혼자 지껄이는 푸념이면서 하소연이라고 할까?
어제 아침나절,
산골 식구들은 중무장을 하고 제설작업에 나섰다.
촌부와 이서방, 두 동서는 넉가래와 눈삽을 번갈아
가며 단지에서 시작하여 진입로를 따라 저 아랫쪽
입구 다리까지 치우느라 온몸이 땀범벅이 되었다.
그렇게 많이 내린 눈은 아니지만 잔뜩 물기 머금은
습설이라서 넉가래로 밀리지 않았다. 어느 정도를
밀어놓고 눈삽으로 퍼올려야만 했다. 그러다보니
힘은 몇 배로 들고 작업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으니
시간 또한 꽤 많이 걸렸다. 가능하면 이런 이야기는
하고 싶지않은데 짜증이 나서 또 언급을 하게 된다.
우리 길은 눈이 내린 그대로 있으니 작업을 하기가
한결 수월하다. 아랫쪽은 제설작업을 하지도 않은
길을 아랫쪽 사람들이 그냥 자동차를 몰고 다닌다.
위험천만한 행동들이다. 그러다보니 미끄러지면서
바퀴자국이 나고 그대로 다져지고 얼어붙는다. 꽤
미끄럽고 제설도구로 작업하는 것도 너무 힘든다.
그렇다고 어느 집 하나 나와보지도 않는다. 옆집도
마찬가지다. 손님이 오는 주말 아니면 아예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어떻게 사람들이 이럴까? 반상회에
나오는 집도 몇 집 안되지만 나와도 건성건성이다.
그렇게 부탁을 하고 당부를 해도 우이독경이라서
소용이 없다. 우리도 눈이 내리든, 길바닥 얼어붙어
통행이 되든 말든 그냥 넵둘까 하는 생각을 안해본
것은 아니다. 맨윗쪽에 사는 것이 죄 아닌 죄 인지라
그냥 마음을 비우고 오랜 세월 치워왔다. 정말이지
이런 者들과 한 골짜기에서 산다는 게 참 창피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각 집이 일정 금액을 갹출하여
제설작업 외주계약을 하였다는 것이다. 그렇기는
하지만 제설차로 작업해도 뒷마무리는 손이 간다.
어제도 제설차가 지나가면서 많은 눈은 치웠지만
큰 도로와 달리 산골 도로라서 깔끔하게 치워지지
않는다. 그래서 뒷마무리는 사람들이 제설도구로
해야하는 것이다. 그 일을 두 동서가 힘들게 했다.
정말 이웃 복이 없는 우리들이다. 젠장~~!!!
그렇게 땀을 뻘뻘 흘리고 올라오니 아내와 처제가
주차장의 무거운 눈을 치우느라 애를 쓰고 있었다.
함께 마무리를 했더니 오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이놈의 물기 머금어 축축한 습설이 내리는 바람에
서울의 송년모임에도 못갔고 대신에 마을 노인회
송년회에 가서 송어회나 한 점 하고 올까 싶었더니
그마저도 못해 집에서 라면으로 점심을 대신했다.
오늘 수고했다며 저녁에 아내의 특기 수제 돈가스
정식을 해주어 쏘맥 한 잔을 하며 피로를 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