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성큼 다가온 가을이지만...
2024년 9월 24일 화요일
甲辰年 음력 팔월 스무이튿날
이른 아침 기온이 한 자릿수로 뚝 떨어졌다.
올가을 들어 처음 영상 8도를 기록하는 오늘,
자욱하게 짙은 안개와 함께 하루를 시작한다.
미뤄 짐작건데 한낮에는 날씨가 좋고 일교차
또한 상당히 나지않을까 싶다. 어찌되었거나
선선하고 상쾌한 아침을 맞이하는 것이 좋긴
하다. 하도 날씨가 변화무쌍해 혹여 이러다가
가을이 실종되어 곧바로 겨울로 치닫는 것은
아닐테지?
늦봄이랄까? 아님 초여름이랄까? 오랜 시간
피고지기를 반복하던 백일홍은 이제 마감을
해야할 시기가 도래되었지만 앞서간 꽃들의
명맥을 이어가려는 듯 아직도 꿋꿋하게 견뎌
안개속에 핀 모습이 외로워 보이고 안스럽다.
또한 가을을 영접하듯이 나란히 도열하여 핀
과꽃은 정작 가을이 오자마자 가을꽃이라는
이름값을 못하고 그새 아름다움을 잃어가는
모습이라 이또한 애잔하고 쓸쓸해 보인다.
보는 눈에 따라 다르다고는 하지만 오늘따라
촌부의 눈에는 그렇게 보인다. 가을이라서
그런가?
어제는 모처럼 전형적인 가을 모습이 좋았다.
파란 하늘은 코발트색이었고 간간이 떠가는
구름마저도 그렇게도 좋아보일 수가 없었다.
가을에 태어난 가을 남자라서 그런 것일까?
이 세상에 소풍을 나와 수십 번을 맞이하지만
올가을처럼 가을이 좋다, 가을 하늘이 멋지다,
가을이 아름답다고 느낀 건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좋아하는 계절이긴 하지만 유별나게
올해는 더 그런 느낌으로 가을을 맞이하는 것
아닌가 싶다. 워낙 극성스럽게 기승을 부렸던
폭염의 더위가 남기고 간 선물이라서 그런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제는 오전에 시니어클럽
일을 다녀와서 오후엔 이렇다할 일은 못했다.
이상하게 피곤이 몰려와 그냥 좀 쉰다는 것이
낮잠으로 이어져 곯아떨어지고 말았다. 아마도
시간반은 족히 오수를 즐겼던 것 같다. 그래도
일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긴 하지만 자잘한 일
몇 가지를 했다. 며칠전부터 거실등이 두어 개
나간 것을 교체했다. 높아 긴 사다리를 펼쳐야
해서 차일피일 미루다보니 아내 눈치가 보여
어차피 내가 해야하는 일이라 서둘러 해놨다.
또다른 일 하나도 긴 사다리를 펼쳐놓고 올라가
해야하는 것이다. 장작집 이음새 부분 한 곳이
비가 오면 뚝뚝 빗물이 새고 아침으로 이슬이
내리면 그 부분만 물이 새는 것이 보여 올라가
테이프를 붙여 응급조치를 해놓았다. 어차피
장작집이라 굳이 그렇게 할 필요까진 없지만
뭐 하나라도 빈틈없이 하는 것이 좋은 촌부의
지랄같은 성격탓에 그냥 두고 보지는 못한다.
절반은 집에서 일을 하는 농부요, 또한 절반은
밖에 나가서 시니어클럽 일을 하는 촌부이다.
그러다보니 늘 바쁘게 움직인다. 그렇긴 해도
올해는 고추농사를 짓지않아 얼마나 한가한지
모른다. 촌부 성격상 그런 한가로움을 헛되이
하지않으려고 종종거린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음과 생각은 있으되 예전과 같지가 않음을
느끼게 된다. 한 해 한 해 많이 다르다고 할까?
나이는 못속이는 것인가 보다. 그 만큼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이겠지 싶어 서글픈 생각이다.
그래도 아직은 젊다고 느끼고 있는데 말이다.
오늘은 집에 있는 날, 무슨일을 할까 궁리하는
아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