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고추밭 정리
2024년 10월 5일 토요일
甲辰年 음력 구월 초사흗날
요즘 기온은 이침엔 5도 언저리, 낮은 20도
내외에 머문다. 한동안 이런 기온으로 이어질
거라는 장기 날씨예보이다. 이 정도라면 너무
좋은 가을 날씨가 아니겠는가 싶다. 봄, 가을은
자꾸 짧아지고 여름, 겨울이 길어지는 것이라
이젠 '춘하추동(春夏秋冬),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 라는 말은 못할 것 같다. 이러다가
봄과 가을이 실종되어 버린 환경에서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큰일이다.
하지만 아직은 그런 일은 없을 것 같은 날씨가
우리와 함께한다. '설마 그런 날이 오겠는가?'
하며 가을을 즐겼다. 어제 오전의 날씨를 보면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된다고나 할까? 그야말로
전형적인 가을이었으니 하는 말이다. 더 없이
높고 푸르른 하늘, 두둥실 떠가는 구름, 서늘한
기운이 꽤 감돌긴 했지만 맑고 상쾌한 공기는
가을을 느끼기에는 안성맞춤인 그런 날씨였다.
거기에 가을을 알리는 꽃, 구절초와 꽃향유는
이 촌부의 마음을 설레이게 했다. 가을은 이런
것이구나 했다. 누릴 수가 있을 때 실컷 가을을
즐겨야겠구나 싶다. 이 촌부는 가을에 태어난
가을 남자, 추남(秋男)이니까!
이제 계절은 수확의 계절이기도 하지만 더불어
정리의 계절, 비움의 계절이기도 하다. 봄날에
채웠던 밭은 이제 하나둘씩 비워지고 있는 것,
수확을 마친 밭은 밭설거지하여 오랜만에 흙이
드러나 보인다. 현대의 농사는 잡초 자라는 걸
억제하거나 방지를 하기 위해 흙이 보이지않게
멀칭비닐, 부직포로 모두 땅을 덮어 농사철에는
거의 흙을 볼 수 없을 정도이다. 결코 좋은 것은
아니지만 농작물 피해를 막고 뽑아내는 수고를
덜어주는 방법이라 어쩔 도리가 없다. 아마도
맨땅으로 농사를 짓는 농가는 거의 없을 듯하다.
어제 오후에는 두어 시간 고추밭을 정리를 했다.
고추밭이래야 네 종류의 고추를 겨우 세 이랑을
심은 것이 고작이다. 풋고추 따먹으려고 심은 것,
우리 두 집이 실컷 먹고도 남을 양이라서 풋고추
나눔도 꽤 많이 했다. 붉게 익은 고추도 꽤 많다.
이미 첫서리가 내렸고 풋고추로 따먹기엔 약이
바짝 오른 고추라서 부담스럽다. 그냥 뒀다가는
언제 된서리가 내릴지 몰라 일찌감치 정리하는
것이 그나마 끝물 고추를 건질 수 있는 것이다.
하나하나 고추를 따다보니 아까운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허나 농사는 때와 시기가 있는
법, 아깝다고 더 두었다가 된서리를 맞게 되면
그나마도 못 건지는 것이 되고 만다.
넘어지지 말라고 묶었던 고추끈을 풀은 다음에
한 그루씩 뽑아 큰밭의 밭고랑으로 옮겨놓았다.
퇴비장으로 옮기든지 낫으로 잘게 잘라서 그냥
밭고랑에 두면 내년 봄까지 썩어 거름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 꽂아놓았던 지지대도 뽑아서
한곳으로 옮겼다. 잡초의 자람을 방지하기 위해
밭고랑에 덮었던 부직포도 걷어 잘 보관을 했다.
내년에 다시 쓰려고 걷어낸 밭고랑 순서대로 잘
놓아두었다. 마지막 순서는 멀칭비닐 벗기기다.
봄날에 씌우는 것이 번거롭지 벗기는 것은 아주
쉽다. 하긴 이 일도 다년간 경험이 쌓여야 쉽지
그냥 쉬운 일은 아니다. 찢어진 비닐 한 조각도
밭에 남기지않고 다 걷어내야 하는 것이라서...
그나저나 끝물 고추를 따놓은 네 종류는 그다지
양이 많지않아 나눔을 하기도, 안하기도 애매한
양이라서 어떻게 할까 고민이다. 지난해까지는
고추농사를 많이 지어 끝물 고추를 꽤나 많은
분들에게 나눔을 했었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