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나, 이런 사람이야! 

 

2024년 10월 8일 화요일 

甲辰年 음력 구월 초엿샛날 

 

"가을 곡식은 찬이슬에 영근다. 

 한로가 지나면 제비도 강남으로 간다." 

옛부터 전해오는 절기에 관한 속담들이다. 

오늘은 말 그대로 찬이슬이 내리기 시작한다는 

24절기 중 열일곱 번째 절기 한로(寒露)이다. 

 

이렇듯 점점 가을은 깊어만 가고있다. 

높고 푸르른 하늘도 곱지만 두둥실 떠다니는 

옅은 구름 위에 겹치기로 떠있는 구름마저도 

곱게 보인다. 보는 이의 시각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촌부의 눈에는 너무나 좋게 보인다. 

가을이 보이는 것은 하늘, 그것뿐만이 아니다. 

옆산 층층이나뭇잎도 단풍이 들기 시작하고 

앞마당 산뽕나뭇잎도 노랗게 물들기 시작했다. 

 

이제 숲은 훤해지고 있다. 물기가 빠진 풀들의 

잎파리가 떨어지고 줄기도 맥없이 쓰러진다. 

나뭇잎은 낙엽되어 바람에 떨어진다. 옛부터 

전해오는 추풍낙엽(秋風落葉)이라는 그 말을 

지금 이 시기, 이 계절에서 실감한다고나 할까? 

가을이면 식물은 하나둘 옷을 벗지만 우리네 

사람들은 반대로 점점 두터운 옷을 껴입는다. 

이렇게 또 가을은 우리들 곁에 와있지만 잠시 

잠깐 머물다 가는 짧은 계절이 되고 말겠지? 

 

어제 오후에 구름 사이로 간간이 가을 햇살이 

보였다. 어느새 덥다는 생각보다는 따스하다는 

말을 하게 된다. 일을 하기에는 좋은 계절이다. 

커다란 플라스틱 박스, 플라스틱 의자를 들고 

큰밭가 기다랗게 한 이랑을 심은 고구마밭에 

나갔다. 고구마순을 따러 간 것이다. 밭을 옮겨 

잘 될까 걱정했는데 뿌리는 잘 들었는지 몰라도  

고구마 넝쿨과 고구마순은 튼실하게 잘 자랐다. 

사실 우리밭은 황토가 아닌 마사토라서 그런지 

고구마는 그리 잘 들지않는다. 하지만 우리의 

목적은 고구마가 아닌 고구마순을 수확하려고 

심은 것이기에 고구마가 잘 들면 좋고 아니면 

말고 라서 별 상관은 없다. 

 

별써 몇 차례 고구마순을 따서 우리도 먹었고 

여기저기 나눔도 꽤 많이 했다. 날씨가 더 춥기 

전에 고구마순을 따놓아야겠구나 싶어 시작한 

일인데 생각처럼 쉽지는 않다. 하나하나 따야만 

하고 잎파리 또한 일일이 뜯어버려야 하는 아주 

손이 많이 가는 꽤 번거로운 작업이라고 할까? 

하긴 이보다 더 번거로운 일은 이 다음 일이다. 

껍질을 벗겨야 부드러운 고구마순을 먹을 수가 

있어 하나하나 껍질을 벗기는 일은 꽤 지루하다. 

어떤 식재료이든 맛있게 먹으려면 수고를 해야 

하는 댓가를 치르게 되는 것이겠지? 

 

이런저런 생각하며 두어 시간동안 고구마순을 

땄다. 밭고랑 사이 플라스틱 의자를 놓고앉아 

고구마순 따는 모습을 누가 봤으면 참 우스운 

농부도 있네 했을게다. 그러든지 말든지 내가 

편하게 일할 수 있다면 그것이 장땡이잖은가? 

플라스틱 박스가 거의 채워졌고 마나님 모시러 

갈 시간이라 밭에서 나왔다. 순간 떠오른 생각,  

"고구마순으로 마나님 체면 좀 살려줄까?" 

비닐봉지에 따온 고구마순을 주섬주섬 담았다. 

두 봉다리에 나눠 담았더니 따온 것의 절반을 

더 넘게 담은 것 같다. 아내에게 갖다주었더니 

즉시 두 분께 전해드렸단다. 다들 고마워하고 

좋아하시더라며 촌부더러 이렇게 칭찬을 했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다했냐?"라고...  

그렇게 웃는 아내에게 촌부가 뭐라고 했을까? 

"나, 이런 사람이야! 나눔을 아는 사람이라니." 

그랬더니 아내가 이렇게 말하여 함께 웃었다. 

"알지! 아주 잘 알지! 

 농사 지은거 이리저리 다 퍼돌리는 사람..." 

 

20241008-1.jpg

 

20241008-2.jpg

 

20241008-3.jpg

 

20241008-4.jpg

 

20241008-5.jpg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4053 촌부의 단상-가을 소리 들리고 가을 모습 보인다! file 2024.10.12
4052 촌부의 단상-소설가 한강, 노벨문학상 수상자 선정!!! file 2024.10.11
4051 촌부의 단상-보일러실 단열작업 그리고... file 2024.10.10
4050 촌부의 단상-한글날이면 생각나는 은사님 file 2024.10.09
» 촌부의 단상-나, 이런 사람이야! file 2024.10.08
4048 촌부의 단상-월정사 대신 상원사에 다녀오다. file 2024.10.07
4047 촌부의 단상-수확의 기쁨, 나눔으로 보람을... file 2024.10.06
4046 촌부의 단상-고추밭 정리 file 2024.10.05
4045 촌부의 단상-연통 청소를 하고 난롯불을 지피다! file 2024.10.04
4044 촌부의 단상-블랙카펫이네! file 2024.10.03
4043 촌부의 단상-10월 시작과 함께 첫서리가... file 2024.10.02
4042 촌부의 단상-가을은 바쁘다! file 2024.10.01
4041 촌부의 단상-언제봐도 반가운 얼굴들... file 2024.09.30
4040 촌부의 단상-탱글탱글 너무나 싱싱한 고구마순 file 2024.09.29
4039 촌부의 단상-가을에 태어난 추남(秋男)은 바쁘군! file 2024.09.28
4038 촌부의 단상-일년만에 잣나무숲을 찾았는데... file 2024.09.27
4037 촌부의 단상-마을 울력, 입맛 돋구는 고향 생선 file 2024.09.26
4036 촌부의 단상-멋진 가을날 예초기 작업을... file 2024.09.25
4035 촌부의 단상-성큼 다가온 가을이지만... file 2024.09.24
4034 촌부의 단상-바깥일 하기 딱 좋은 날씨라서... file 2024.09.23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31 32 33 34 35 36 37 38 39 40 ... 238 Next
/ 238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