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예초기 작업하다가 땅벌에 쏘이다! 

 

2024년 10월 13일 일요일 

甲辰年 음력 구월 열하룻날 

 

이른 아침은 꽤 차갑다. 

아침 기온이 어제보다 떨어져 5도이다. 

오늘 아침에도 여전히 안개가 자욱하다. 

어제처럼 한낮은 햇살이 좋으려나 보다. 

이런 날씨가 좀 더 오래 머물기를 바래본다. 

촌부의 바람을 하늘이 들어줄까는 몰라도... 

 

단지의 풀깎기는 이제 거의 막바지, 

비탈진 언덕배기에 더덕씨를 뿌려놓은 지가 

몇 해가 지났는지 이젠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처음에는 밭처럼 보였지만 해가 가면 갈수록 

밭이라기보다는 그냥 산기슭의 언덕배기라고 

하는 것이 더 맞을 정도로 잡목과 풀로 덮혔다. 

그렇기는 하지만 더덕은 자라고 있고 해마다 

씨앗이 맺혀 여물고 땅에 떨어져 자연번식이 

되고 있다. 밭에 거름을 주고 심는 재배더덕과 

달리 언덕배기 산기슭을 대충 정리해 씨앗을 

뿌려놓고 자연상태 그대로 자라게 놔두었다. 

돌봐주는 것은 단지 해마다 한두 번씩 예초기 

작업으로 잡목과 잡풀을 깎아주는 것 뿐이다. 

그러다보니 크게, 굵게 자라지않은 자연산이 

아닐까 싶다. 몇 번 캐보지는 않았지만 캐보면 

매번 그렇게 큰 것은 별로 없었다. 풀깎기전에 

몇 뿌리 캐볼까 하다가 더 길러보자는 생각에 

더덕괭이를 챙겨나갔지만 캐는 것을 포기했다. 

 

잡목과 풀정리를 하려고 온갖 도구며 장비를 

총동원했다. 낫, 소형톱, 엔진톱, 제일 중요한 

칼날 예초기를 꺼냈다. 우선 입구 주변에 너무 

무성하게 자란 환삼덩굴을 낫으로 정리했다. 

번식력이 정말 대단한 풀이다. 더덕이 자라는 

곳이 아니었디면 제초제를 확 쳐버리고 싶을 

정도이다. 한 손으로 당겨지는 만큼씩 낫으로 

끊어가며 정리를 했다. 깔끄러운 가시가 돋힌 

식물이라 조심해야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더덕이 자라는 곳까지는 미치지 못하고 입구 

주변에서 그물망쪽을 향해 뻗어나온 것이다. 

 

그 다음 지긋지긋한 식물은 뚱딴지(돼지감자) 

이다. 십수년 전에 멋모르고 노란꽃이 예쁘게 

보여 이웃 마을 아는 형님께 부탁하여 못생긴 

똥딴지 알맹이를 조금 얻어다 심은 것이 우리 

단지에 정착한 것이다. 번식력이 횐상덩굴은 

저리 가라고 할 정도로 정말 대단한 식물이다. 

몇 해 전 다른 곳으로 옮기느라 다 캤다고 생각 

했는데 다음해 봄이 되자 다시 그대로 자라는 

것이었다. 이 녀석은 점점 더덕이 있는 곳으로 

침범을 한다. 이또한 더덕 때문에 제초제를 칠 

수가 없다. 줄기가 꽤나 굴고 키도 엄청 크다. 

지난해 낫으로 쳐내기 힘들어 엔진톱을 사용 

했었기에 올해도 준비했으나 가늘게 자라나서 

그럴 필요까지는 없었다.  

 

예초기를 짊어지고 뚱딴지는 물론이고 갖가지 

잡풀과 아카시아, 은사시나무, 오리나무, 찔레 

등등 온갖 잡목들을 깎고 베어버렸다. 해마다 

하다보니 크게 자라지는 못해 칼날 예초기로도 

충분하다. 아랫쪽부터 시작 윗쪽으로 올라가며 

깎을 생각으로 왼쪽으로 나가면서 순조롭게 잘 

깎았다. 그런데 갑자기 땡벌이 웅~거리며 달려 

드는 바람에 식겁을 했다. 땅속에 지은 벌집이 

있는 줄 모르고 예초기로 살짝 건드린 것이다. 

예초기 작동을 멈추고 줄행랑을 치기는 했지만 

다행히 왼쪽 귓가에 한방을 쏘인 것 외는 없다. 

 

오전에는 기겁하여 작업을 멈추었고 맥가이버 

마을 아우에게 연락해 땅벌집 제거하는 방법을 

물었더니 오후에 올라온다고 했다. 하던 일을 

안할 수가 없어서 오후에는 그물망모자를 쓰고 

완전무장을 한 다음 벌집이 없는 쪽을 깎았다. 

벌집 주변 가까이 까지 갔으나 안정된 상태가 

되었는지 덤비지 않아서 대충 마무리를 했다. 

마을 아우가 올라와 작은 음료수 페트병 뚜껑 

윗쪽에 구멍을 내고 경유를 담아 벌집있는 곳, 

땅을 향해 쏴놓고 불을 붙여서 주변을 태웠다. 

경유 냄새에 벌들이 돌아와 접근을 못했으며 

벌집에 있던 벌들은 불 때문에 전멸되었을 것 

같았다. 벌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위협을 가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아무래도 내년 초봄에는 더덕을 캐려고 한다. 

일부러 정교하게 베지는 않고 대충 깎아놓았다. 

싹대가 마르면 그 정도는 분간을 할 수가 있다. 

도라지삽으로 흙을 뒤집어 더덕을 캐면 된다. 

큰 것은 먹으면 되고 자잘한 것이 나오면 밭에 

옮겨심으면 된다. 또 떨어진 씨앗이 자라거나 

미처 캐지못한 것은 그 자리에서 자라나게 될 

테니까 이 다음에 또 캐면 되는 것이다. 더덕을 

길러 팔려고 심은 것이 아닌 우리가 먹으려고 

심은 것이라서 이래저래 아무래도 상관은 없다. 

어찌되었거나 예초기 작업을 하며 벌에 쏘이고 

긴장하며 일을 마무리하여 그런지 온몸, 특히 

양 팔이 뻐근하다. 오늘은 푹 쉬어야겠다.

 

20241013-1.jpg

 

20241013-2.jpg

 

20241013-3.jpg

 

20241013-4.jpg

 

20241013-5.jpg

 

20241013-6.jpg

 

20241013-7.jpg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4073 촌부의 단상-고추장 담그기 쉽지않군! file 2024.11.01
4072 촌부의 단상-하루해가 짧구나! file 2024.10.31
4071 촌부의 단상-대파 이삭줍기 file 2024.10.30
4070 촌부의 단상-시나브로 밭정리를 하다보니... file 2024.10.29
4069 촌부의 단상-사부작사부작 file 2024.10.28
4068 촌부의 단상-사과따기 체험후 산골집으로... file 2024.10.27
4067 촌부의 단상-영주 해담사과농원에서... file 2024.10.26
4066 촌부의 단상-하루사이에 이럴 수가... file 2024.10.25
4065 촌부의 단상-단풍놀이, 고구마 나눔 file 2024.10.24
4064 촌부의 단상-서리 대신 비내리는 상강(霜降)날에... file 2024.10.23
4063 촌부의 단상-뿌듯하고 흐뭇한 텃밭농사 추수 file 2024.10.22
4062 촌부의 단상-깊어가는 산골의 가을 file 2024.10.21
4061 촌부의 단상-사서 하는 고생, 그리고... file 2024.10.20
4060 촌부의 단상-낭만을 쓸어버리다! file 2024.10.19
4059 촌부의 단상-아내 자랑, 팔불출이래도 좋다. file 2024.10.18
4058 촌부의 단상-13넌생 더덕을 캐다! file 2024.10.17
4057 촌부의 단상-가을이 왜 좋냐고? file 2024.10.16
4056 촌부의 단상-가을색 짙어가는 산골 file 2024.10.15
4055 촌부의 단상-수확의 계절, 비움의 시기 file 2024.10.14
» 촌부의 단상-예초기 작업하다가 땅벌에 쏘이다! file 2024.10.13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30 31 32 33 34 35 36 37 38 39 ... 238 Next
/ 238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