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아내 자랑, 팔불출이래도 좋다.
2024년 10월 18일 금요일
甲辰年 음력 구월 열엿샛날
지난해 이맘때 가을과는 달리 올가을은 사뭇
다른 꽤 온화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좋다고
해야할지, 아님 이런 따뜻한 가을이 이어지는
날씨의 변화를 걱정해야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우리네 서민들이야 추운 날씨보다는 따스함이
좋긴 한데 말이다. 기상학자들은 지구촌 곳곳
기상이변이 속출하고 있는 것을 우려스럽다고
한다. 궁금증이 동하여 지난해 일기장을 들춰
보니 영하의 기온이었고 찬서리에 수확이 끝난
고추, 호박 등 농작물은 폭삭했다고 적혀있다.
올가을은 아직 그 정도는 아니라서 다행이다.
오늘 아침은 오후쯤에 가을비 소식 때문인지는
몰라도 기온이 많이 떨어지지 않은 영상 10도,
연일 끼던 안개는 없다.
어젯밤 8시 26분의 달은 올들어 가장 밝고 큰
달, Super Moon이라고 했다. 그 시간에 맞춰
나가봤더니 정말 휘영청 밝고 크게 보이는 것,
미신같지만 큰 달을 바라보며 달님에게 빌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처럼만..." 이라고...
이 나이에 무슨 큰 바람이 있겠는가? 남들에게
손을 벌리지않고 우리 스스로 노력한 댓가로
얻은 우리가 가진 것으로 별 탈없이 사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 여긴다. 욕심없이, 미련없이,
배려하는 생각으로 작은 것 하나라도 나눌 수
있는 마음이면 그게 바로 채움이 아닌 비움의
마음이 아닐까 싶다.
가을은 비움의 계절이라 세 계절 동안에 많은
것을 내어준 밭을 비워 겨울은 쉬게 해야한다.
촌부네 밭도 많이 비워지고 있다. 그렇긴 해도
아직 몇 종류가 남아있다. 봄에 심은 것 중에는
호박과 고구마가 남아있고 김장용 가을 채소
무우와 청갓이 잘 자라고 있다. 하필 값이 꽤
비쌀거라고 예상되는 김장배추는 심지않았다.
연작으로 인한 뿌리혹병 때문에 한 해 걸러 볼
생각이었다. 어쩌면 잘한 생각인지도 모른다.
심어 낭패를 보아 속상하는 것 보다는 비싸긴
해도 이웃에게 사먹는 것이 더 나은 것일지도
모르니까. 올해는 고추농사를 포기하고 마을
아우네에서 고춧가루를 사왔더니 아주 편하고
좋다는 아내의 그 말이 지금도 귓전에 맴돈다.
이제는 힘들게 짓는 농사보다는 몸도, 마음도
편한 농사를 지어야겠다고 스스로 다짐하며
호박밭을 이리저리 뒤졌더니 아~ 글쎄! 늦게
열린 호박을 자연마트 장바구니 가득 채웠지
뭔가? 썰어 호박오가리로 말리고 아마 올해의
마지막이 될 듯한 나눔도 조금 해야겠다.
이 가을에는 아내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엄청, 많이, 무지하게 바쁜 아내의 일상을 잠시
들여다보면... 이른 아침에 동이 트기전이지만
일찍 일어나 바나나, 사과, 귀리가루, 요거트,
우유를 넣고 건강주스를 만들어 함께 마시고
곧장 바깥으로 나가 걷기운동을 한 시간 가량
하고 들어와 아침식사를 준비한다. 오전 내내
집안청소, 빨래는 기본이고 여기저기서 얻어온
배추로 김치를 담그고 고구마순, 호박오가리를
만들어 말리고 그것도 모자라서 촌부가 얻어온
산밤을 삶아 껍질을 까서 알밤을 만들어 겨우내
생강계피차에 넣어 먹을 것이라며 냉동시킨다.
오후에는 인근 초등학교 늘봄교실 보조역으로
세 시간동안 일을 나간다. 시니어클럽 일이다.
어제는 오면서 대파를 잔뜩 얻어와 큰 화분에
심어달라고 했다. 당연히 분부 받들어야 했다.
아내는 그랬다. 남이 해주는 밥이 맛있다고...
그런데 아내는 먹기위해 산다는 식충이이자
삼식이인 촌부를 위해 늘 정성껏 밥상을 차려
준다. 고맙고 감사한데 지금껏 촌부는 아내를
위해 밥상을 차려주지는 못했다. 많이 미안한
마음인데 그걸 못하고 있으니 한심한 남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내는 어제 저녁상에 아주
특별한 특식을 만들어 주었다. 그건 이름하여
'생더덕 샐러드' 이다. 더덕과 배를 잘게 채썰고
잣, 배, 올리브유, 레몬즙, 소금 한 꼬집을 넣고
갈아 소스를 만들어 끼얹으면 더 없이 향긋한,
상큼한, 신선한 영양 만점의 샐러드가 된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와중에도 삼시 세끼 정성
다해 차려주는 아내의 밥상을 받는 이놈 촌부는
복 받은 사람이라고 해야겠지? 이런 아내에게
제대로 보답을 못하면서 늘 말과 글로 떼우려는
팔불출이기도 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