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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서리 대신 비내리는 상강(霜降)날에... 

 

2024년 10월 23일 수요일 

甲辰年 음력 구월 스무하룻날 

 

흔히들 아무짝에도 쓸모없다고 하는 가을비, 

농부의 애타는 마음을 헤아리지도 않은 채로 

꽤 거세게 쏟아지고 있는 아침이다. 설상가상 

바람까지 엄청 세차게 불어제낀다. 이 가을에 

강풍주의보가 내려졌다고 한다. 바람이 불어 

체감온도는 꽤 낮을 듯하다. 기온은 9도인데 

춥다는 말이 저절로 튀어나오니 하는 말이다. 

 

절기상 오늘은 찬서리가 내리기 시작한다는 

상강(霜降)이다. 24절기 중에 열여덟 번째로 

찬겨울로 접어드는 길목에 드는 가을 절기의 

마지막 절기이다. 앞으로는 점점 더 추워지면 

추워지지 따뜻해지는 것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다. 서리 대신에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 

이른 아침에 잠에서 깬 아내가 하는 첫 말은... 

"어휴~ 추워! 비내리고 스산한 날에 난롯불 

 안피우고 뭐해? 장작 많이 해놨다고 큰소리 

 뻥뻥 치더니 왜 이렇게 인색한겨? 어서빨리 

 난롯불 지피셔!" 라며 잔소리를 끓어붓는다. 

그렇잖아도 피울까 말까 망설였는데 진작에 

피워 놓을 걸 잘못을 했구나 싶었다. 부랴부랴 

불을 지폈다. 이미 난로 청소를 한 다음 불을 

지필 수 있게 쏘시개와 장작을 가득 채워놓아 

토치로 불만 붙이면 되는 아주 간단한 일이다. 

군고구마통에 엊그제 캐놓은 자잘한 고구마도 

4개를 넣어서 구웠다. 아침이라 우리 두 집 네 

식구 하나씩만 먹자고... 군고구마가 구워지는 

구수한 냄새가 너무 좋은 아침이다. 

 

그나저나 이번 가을비는 길게 내리긴 하지만 

많은 양이 내리지는 않은 듯하다. 어제 하루, 

오늘 아침까지 30mm쯤 내렸단다. 하필이면 

울긋불긋, 형형색색, 만산만홍의 단풍이 한창 

예쁘게 물드는 이 시기에 비는 물론 바람까지 

가세하여 비바람이 몰아쳐 단풍들이 맥없이 

뚝뚝 떨어져 축축한 땅바닥에 나뒹굴고 있다. 

가을을 좀 느끼며 만끽할 사이도 없이 말이다. 

그나저나 오늘 인근 오대산 월정사, 상원사에 

가서 단풍구경을 하고올까 싶은데 비바람에 

죄다 떨어지고 없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가을이 점점 깊어가는 시기, 비바람이 몰아쳐 

앞마당 화초들이 물기가 빠지고 비까지 맞아 

후줄근한 모습이 너무나 애처롭기까지 하다. 

파고라 모양으로 넝쿨이 감고 올라간 더덕의 

씨방에 맺힌 씨앗을 받아야겠는데 비에 젖어 

며칠 마른 다음 받을까 싶다. 매꽂넝쿨, 참취, 

곤드레, 잔대, 아스파라거스, 삼지구엽초 등등 

야생초들 꽃대도 정리를 해야만 할 것 같은데 

비가 내리고 있으니 마음뿐이다. 봄날 시작해 

여름을 거쳐 불과 얼마전까지는 푸르른 잎도, 

끝없이 뻗어가는 넝쿨도, 예쁜 꽃을 감상하는 

호사를 누렸지만 지금 모습은 왜 이렇게 추한 

모습으로 눈에 들어온다. 내년 봄을 기약하며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것이 야생초들에 대한 

최소한  아니 최대한의 예의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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