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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사부작사부작...  

 

2024년 10월 28일 월요일 

甲辰年 음력 구월 스무엿샛날 

 

올가을은 

지난해와 달리 따스한 날이 이어진다. 

따스해 좋긴 하지만 작년 일기를 뒤져보았다.  

지난해 가을 이맘때는 이미 영하의 기온에 

눈도 내렸었고 꽤나 추웠다고 적혀있다. 

 

오늘 이른 아침 

산골의 기온은 영상 8도,  

춥다는 느낌은 거의 없다고 할까? 

다만 안개가 자욱하고 잔뜩 흐린 하늘이라서 

다소 스산한 그런 느낌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하룻밤과 반나절을 끙끙 앓았다. 

여간해서 감기하곤 친하지가 않은 촌부인데 

무리를 한 것인지, 면역력이 떨어진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간만에 무기력에 빠져 혼이 났다. 

그렇다고 심하게 앓진 않았고 이내 회복됐다. 

 

정작 앓는 본인보다 아내가 더 걱정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바싹 마른 체질이긴 하지만 

여간해서 아프지 않는 촌부라서 그랬을게다. 

아내와 식구들의 걱정 때문에 마음놓고 아플 

수가 없다고 하면 엉뚱하고 웃기는 소리겠지? 

 

어찌되었거나 회복이 되었으니 그건 그렇고... 

이제 밭에는 가을채소 무우와 청갓, 대파가 

남아있다. 지난해 가을 같았으면 이미 뽑았을 

시기가 지났다. 일기예보에 11월 초순까지는 

한동안 지금같은 기온, 날씨가 이어질 거란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이라 망설이게 된다. 

무우를 뽑아야 할까? 아님 더 놔두어야 할까? 

사실 무우는 배추와 달라 냉해를 입으면 절대 

안되는 채소이다. 무우는 얼면 끝장이 나니까! 

오늘 비가 그치고 나면 내일이나 모레쯤에는 

무우를 다 뽑아 다용도 창고에 보관하는 것이 

안전할 것 같다. 설마 갑자기 기온이 떨어지고 

된서리가 내리는 것은 아니겠지? 요즘 기상청 

일기예보가 잘 맞는 것 같으니 믿어보자! 

 

어제 오후, 봉평 오일장날이라 아내와 처제를 

데리고 봉평장에 다녀왔다. 고추장 담근다며 

방앗간에서 엿기름을 비롯한 재료준비를 하러 

간 것이란다. 구경 삼아 장골목을 돌아다녔다. 

처제가 형부 좋아하는 순대를 한 접시 샀다고 

하여 웃음으로 답했다. 집에 와서 함께 맛있게 

잘 먹었다. 다른 때 같으면 소주도 한잔 곁들여 

먹었겠지만 몸살 중이라서 꾹 참아야만 했다. 

 

아내가 오후에는 제발 발발거리지 말고 그냥 

푹 쉬라고 성화를 했다. 명령이라나 뭐라나? 

삐딱선을 탄 촌부, 몸이 조금 회복되었으니까 

뭐라도 해야만 몸도, 마음도 가벼울 것 같았다. 

문득 며칠전 서리를 맞을까봐 데크 안쪽으로 

들여놓은 실내화초 화분이 생각났다. 머잖아 

추위가 닥치면 그때는 늦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깨끗이 손질하여 집안으로 들여놓기로 

했다. 쉬라고 성화 부리던 아내도 졌다는 듯 

걸레를 들고나와 함께 도왔다. 화분 받침을  

들고 시냇가에서 깨끗이 씻는 동안에 아내는 

진잎을 따내고 화분 겉면을 깨끗이 닦았다. 

 

화분 배치는 아내의 몫이라 아내의 분부 대로 

하나하나 제자리에 갖다놓았다. 문득 화분을 

그냥 놓아두는 것 보다는 밑에 장식을 좀 하면 

어떨까 싶었다. 초창기 카페에서 쓰던 나무로 

된 의자가 생각났다. 창고에 가서 의자 몇 개를 

꺼내와 깨끗이 닦아 그 위에 화분을 앉혔더니 

꽤 그럴싸한 느낌이 아닌가? 아내도 좋아했다. 

그렇게 아래윗층을 오가며 화분배치를 해놨다. 

기존에 화분받침으로 쓰던 나무책꽂이를 들고 

활용방법을 생각하다가 현관으로 나와 도구함 

위에 수납공간으로 놓아두었더니 그럴싸했다. 

내친김에 장작더미 위에 놓아둔 늙은 호박을 

가져다 장식장 위에 올려놓고보니 이또한 꽤 

그럴싸한 실내인테리어 효과를 보는 것 같다. 

호박을 잘라 말리기 전까지 잠시잠깐이지만 

이렇게 놔두면 산골의 정취를 듬뿍 느끼게 될 

것 같았다. 아내도 생각 참 잘했다고 칭찬을... 

큰 일, 많은 일은 아니가 하지만 사부작사부작 

할일을 제대로 골라서 한 것 같아 흐뭇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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