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개운함과 허전함, 감사함까지...
2023년 10월 13일 금요일
음력 癸卯年 팔월 스무아흐렛날
오늘 이른 아침은 여느날과 달리 기온이 높게
시작한다. 영상 6.5도, 서리는 내리지 않았고
대신 이슬이 내려 땅바닥이 촉촉하게 젖었다.
나뭇가지에 맺혔던 이슬이 마치 비가 내리듯
뚝뚝 떨어진다. 기온이 조금 높게 시작을 해도
피부로 느끼는 서늘함은 매한가지다. 앞으로는
점점 더 차가워지면 차가워지지 더 따스해지진
않을게다. 예보에 내일은 또 짖궂은, 쓰잘데기
없는 가을비가 내릴거란다. 오늘 늦은 오후에
서울에 가려는데 아무래도 접는 소형 우산을
가방에 챙겨야겠다.
고추농사는 시작부터 그렇지만 기르고 수확을
하는 동안에도 그렇듯이 마무리를 하는 것 또한
정말로 손이 많이 가는 농사이다. 어찌되었거나
올해 우리 부부가 생각했던 자급자족의 목표는
달성한 것 같다. 고춧가루를 빻아봐야 하겠지만
건조기로 말려놓은 건고추가 여느해보다 훨씬
양이 많은 것 같아 아내도 촌부도 만족스럽다.
하지만 올해를 끝으로 고추농사는 풋고추를 따
먹을 만큼만 짓기로 생각을 굳혔다. 아내와 함께
결정을 하고나니 어째 마음이 좀 찜찜하긴 하다.
결국 꽤 오랜 세월 해오던 나눔까지 멈추게 되어
그것이 못내 마음에 걸리는 것이다.
그건 그렇고 할 일은 해야겠기에 밭으로 나갔다.
드디어 어제 고추밭의 고추대 정리를 다 마쳤다.
1차 밭설거지를 끝낸 것이다. 다섯 번이나 묶은
고추끈을 제거하여 담은 비닐봉지가 두 개이다.
조그만 비닐조각 하나라도 밭에 남아있지 않게
모두 주워담았다. 그 다음은 200여개의 지지대
뽑아내는 일인데 박을 때도 그랬듯이 뽑는 것도
만만찮다. 이제 고추농사를 중단하려니 이 많은
지지대를 어디에 활용을 할까? 차차 생각해보자.
고추대를 하나하나 뽑아 흙을 잘 털고 손수레에
싣고 퇴비장으로 나르느라 여러번 왔다갔다를
반복했다. 솔직히 말해 힘은 들지만 힘들다는 것
보다 이 고생도 올해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더
들어 아쉬운 미련과 같은 것이 남았다고 할까?
일을 마치고나니 개운하면서 허전함이 남았다.
이제 다음 단계, 멀칭비닐과 부직포를 걷어내는
작업은 서울에 다녀와서 시나브로 할 생각이다.
그렇게 하고나면 밭설거지가 완전 마무리 된다.
어제는 우리 부부에게 무슨 복이 터졌는지 모를
선물이 여기저기에서 잔뜩 왔다. 페이스북에서
소통하고 있는 송주하 가수님이 산골살이 하는
촌부에게 활력을 팍팍 주시겠다며 6년근 홍삼
앰플을 보내오셨다. 지금껏 일면식은 없었지만
늘 어제 본 듯한 느낌이 드는 좋은 인연이시다.
감사한 마음, 어찌 보답을 드려야할지 모르겠다.
고향 남해에서 우리밀영농조합과 남해국수집을
운영하고 있는 친구가 우리밀 밀가루와 국수를
보내왔다. 산골살이 하는 친구에게 고향 보물섬
남해의 맛을 보라면서 보내온 친구의 그 마음이
너무 고맙다. 내 친구의 자랑을 하자면 아나운서
하지혜와 요즘에 한창 인기를 누리는 트롯가수
하동근의 엄마이다. 아마 동근이는 노래를 아주,
너무 잘하는 엄마를 닮은 것이 아니겠는가 싶다.
그뿐만이 아니다. 처제 후배가 보내왔다며 품질
좋고 맛좋은 김을 갖다주었고, 저녁무렵에는 또
청바지클럽 회원이며 마을 아우인 이장 부부가
올라오며 충남 공주에 갔다가 사왔다는 맛있는
밤과 복숭아, 대추를 넣어 만든 맛있는 카스테라,
주방용 다용도 가방까지 가지고 와서 주었다.
뭐든 나누려는 그 마음이 너무 고맙고 감사하다.
비록 외딴 산골에 살지만 이렇듯 소중하고 좋은
인연들이 많이 있어서 우리 부부는 외롭지 않다.





모두에게 고맙고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