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붉은 고추 건조 시작
2021년 8월 23일 월요일
음력 辛丑年 칠월 열엿샛날, 처서(處暑)
어느새 계절은 가을로 접어들었다. 아침, 저녁으로
찬바람이 나서 선선해진 것을 피부로 느끼게 된다.
하긴 오늘은 절기상으로 아침, 저녁 일교차가 점점
커지고 더위가 그친다는 뜻을 가진 처서(處暑)이니
그럴만도 하다. 이제 계절은 무더웠던 여름을 뒤로
하고 가을의 문턱을 넘어선 것은 틀림없는 것이다.
옛 선조들로부터 내려오는 이맘때 날씨를 표현하는
속담을 살펴보면 참 재밌고 기발한 생각인 것 같다.
"모기도 처서가 지나면 입이 삐뚤어진다"라고 했고
"처서가 지나면 풀도 울며 돌아간다"라고 하였다.
이 계절, 이 시기를 재미있게 묘사한 것 뿐만아니라
일상에서도 풀이 더 이상 자라지 않고 씨앗을 맺는
시기라서 씨앗이 여물기 전에 논두렁 밭두렁의 풀을
베는 일을 했다고 한다. 조상들은 낫을 들었겠지만
촌부는 이번 가을 장마가 지나가고 나면 또 한번 더
예초기를 짊어지고 풀을 깎아야만 할 것 같다.
하루종일 가을 장맛비가 내릴 것이라는 예보였으나
이따금씩 소나기처럼 후드득거리기만 했을 뿐 종일
잔뜩 흐린 날씨였다. 바깥일을 하기엔 너무 애매한
그런 날씨라서 봉평장에 나갔다가 온 것 외는 딱히
한 일이 없이 빈둥거렸다. 아니구나! 너무나 중요한
일을 하였는데 그냥 넘기려고 하다니 이놈의 촌부도
나이를 먹어 그런지 생각없이 자꾸 깜빡깜빡이다.
엊그제 첫물로 딴 붉은 고추를 카페 바닥에 널어서
이틀간 숙성을 시켰다. 미리 꼭지를 따고 하나하나
일일이 깨끗이 닦아서 은박돗자리에 널어놓고 까만
그물망으로 덮어놓은 것이다. 그렇게 해야 속성이
잘 될 뿐만아니라 고추를 건조시켰을 때 색깔이 잘
나온다고 들었다. 아침에 걷기걷기을 마친 아내가
숙성시켜놓은 고추를 건조기에 넣자고 하여 둘이서
카페에 내려가 건조기 채반에 고추를 골고루 담았다.
담아놓고 보니까 둘의 성격이 보였다. 아내는 고추를
하나씩 정말 가지런하게 담아놓았는데 촌부가 담아
놓은 채반은 아무렇게나 흩어진 모양이었다. 나름 한
꼼꼼하는 성격이라고 생각했는데 꼼꼼한 건 아내를
따를 수가 없구나 싶었다. 첫물로 딴 고추가 그다지
많지는 않아 틈이 보일만큼 대충 여섯 개의 채반에
나눠담아 건조기에 넣었다. 지난해부터 시작하였던
건조기 사용법을 아내가 나름 터득한 시간을 맞춰서
건조시켜 놓았다. 드디어 올해 산골부부의 고추농사
첫 결실이 눈앞에 다가오게 된 것이다.
오랫동안 건조기도 없이 햇볕에만 의존하여 고추를
말리느라 아내가 고생을 했다. 도저히 햇볕의 힘만
믿는 것은 무리였다. 잘 마른 고추보다 진물러 썩은
고추가 더 많아 버리면서 아내가 애를 태우고 속을
얼마나 끓였는지 모른다. 그래서 지난해 이맘때 큰
맘 먹고 우리 수준에 맞는 건조기를 구입했다. 근래
한 일 중에 가장 잘한 일이라며 아내가 얼마나 좋아
했는지 모른다. 그래서 지난해는 버리게 된 고추가
없이 제대로 건조했고 색깔도 너무 곱다고 주변의
칭찬이 자자하여 아내가 어깨를 으쓱했던 기억이
난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고추를 더 많이 심었으며,
수확하는 것이 조금 빠르다. 뿐만아니라 밭에 익고
있는 고추도 지난해보다 더 튼실하여 지금 이대로
잘 익어준다면 기록의 갱신은 틀림이 없을 것 같다.
그런데 그다지 많은 농사도 아닌 텃밭농사 수준의
고추농사로 너스레를 떨고 있는 것 같지만 이 정도
농사에, 이 만큼의 수확이면 우리는 대만족을 한다.
전문적인 농사를 짓는 분들이 보면 우습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