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맏이의 마음
2021년 8월 17일 화요일
음력 辛丑年 칠월 초열흘날
이놈 촌부가 나이를 먹으면서 늘 입에 달고 사는 말,
"세월 참말로 빠르네! 우째 이리도 빨리 가는고?"
시간의 속도, 세월의 흐름은 일정한 것인데 그것을
느끼는 촌부의 마음이 문제라는 것은 잘 알고 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지나온 세월에
대한 미련, 다가올 시간에 대한 기대가 많아서 그런
것이리라! 결국 이런 생각은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겠는가 싶다. 극히 평범한 사람이라서 그렇긴
하겠지만 지나간 세월은 되돌아 보지도 말고 다가
올 시간에 대한 기대도 하지말고 바로 오늘이 내가
살아있는 동안의 가장 최고의 날이라고 생각하며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것이 현명함이겠지?
양배추를 수확했다. 조금 더, 조금만 더 기다리다가
이제 더 이상 둘 수가 없었다. 어차피 뽑아내야 그
자리에 가을 채소 무우씨앗을 파종할 수 있기 때문,
차일피일 미루다가는 양배추는 더 단단하게 여물긴
하겠지만 무우 파종시기를 놓치게 되면 오히려 더
손해를 볼 것 같았다. 지난 봄에 15그루의 모종을
심었으나 수확은 영 형편이 없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아서 벌레가 다 파먹었고 그나마 건진 것도 모두
다 벌레가 먹은 흔적들이 있는 것들이다. 그렇지만
건강한 먹거리란 생각에 온전한 것이 나올 때까지
벗기고 또 벗겼더니 아주 조그마한 미니 양배추가
되어버렸다. 벗겨낸 잎사귀가 온전한 것 보다도 더
많아 손수레 가득이다. 그래도 우리가 기른 건강한
농작물 수확이라고 여기게 되어 마음은 뿌듯하다.
비록 한 이랑이지만 양배추 뽑아낸 밭에는 가을채소
무우 씨앗을 뿌려놓았다. 그리고 얼마전 새로 일군
밭에 심은 쪽파는 움이 트고 있고, 무우 씨앗 파종한
것은 떡잎이 올라오고 있다. 모종삽으로 흙을 퍼서
북을 주었다. 씨앗 넣으며 얕게 흙을 덮어놓아더니
가냘픈 새싹들이 불안해 보였다. 혹시라도 비바람
불면 꺾어질세라 가만가만 고운 흙을 골라 덮었다.
그리고 배추 모종들이 심하게 몸살을 하는 것 같아
해질녘에 동서의 도움을 받아서 물을 듬뿍 주었다.
저녁 산책을 하며 살폈더니'나 살았소!'라고 하면서
꼿꼿히, 싱싱하게 일어나 있었다. 이제 가을 채소는
청갓 씨앗을 뿌리면 끝난다. 올해는 총각무는 심지
않으려고 한다. 우리 부부는 둘 다 치아가 시원찮아
총각 김치는 생략하기로 했다. 대신 무우를 조금 더
많이 심어 무우가 남으면 무우말랭이로 말리고 또
무우청은 시래기로 말리려고 한다.
지난주 산골집에 휴가를 겸해 다니러 온 둘째네가
오늘 간다고 한다. 자기네 집이 여기에도 있으니까
이따금씩 다니러오긴 하지만 이제는 세컨하우스가
되었고 별장처럼 되었다. 이번에 내려와있는 동안
우리도 많은 도움을 받았고 함께 지내며 힐링을 한
것 같다. 하필이면 오는 날부터 아내가 아팠고 처제
도움 덕분에 아내의 회복이 빨라진 것 같아 고맙다.
동서도 이런저런 촌부의 일을 많이 거들주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아내가 수확한 양배추를 비롯하여
청양고추와 꽈리고추를 따고, 며칠전 반장님댁에서
주신 감자와 알감자, 마을 아우가 가져 온 양배추와
호박을 양가 아우들에게 조금씩 보내주자고 했다.
둘째네는 왔으니 가져가면 되고 나머지 아우들에겐
오늘 읍내에 나가 택배로 보내주려고 박스에 나눠
담아놓았다. 우리 부부는 양가에서 다 맏이, 이젠
챙겨주는 부모님이 계시지않아 우리가 그 역활을
하게 된다. 예전에는 몰라지만 이제는 부모님께서
자식들을 챙기셨던 그 마음을 조금은 알 것만 같다.
비록 별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농사를 지은 것이고
또 정겨운 마을분들의 마음이 담긴 것이라서 더욱
의미가 있는 것이라 여겨지는 나눔이 아닐까 싶다.
이런 것이 맏이의 마음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