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8월에 난롯불을 지피다!
2021년 8월 24일 화요일
음력 辛丑年 칠월 열이렛날
가을 장마에 태풍까지 가세하여 비가 오락가락이다.
12호 태풍 오마이스는 밤사이 고향 남해부근 고성
쪽으로 상륙하여 지금은 동해상으로 빠져나갔단다.
부산을 비롯한 영남지방은 태풍으로 인한 비피해가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빠른 복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렇잖아도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인데
태풍으로 물난리까지... 시련을 겪는 분들께 뭐라고
위로를 해야할까? 그저 마음뿐이라서 죄송스럽다.
다행히 이곳 산골은 연일 비는 이어지고 있긴 해도
바람도 없고 평상시의 비내리는 모습이다. 그렇다고
거세게 내리는 비는 아니고 추적거리기만 하고 있다.
며칠째 이런 날씨가 계속 이어져 집안이 좀 눅눅한
느낌에 꿉꿉하기까지 한 것 같았다. 잠자리에서 깬
아내가 "집안이 꿉꿉한 것 같은데 난롯불 피울까?"
라고 하자마자 "나도 그 생각했네. 좀 피우지 뭐!"
라고 하면서 부랴부랴 이미 난로안에 채워져 있는
장작에 불을 붙였다. 겨울철과 달리 훈훈함이 이내
온 집안으로 퍼져서 금방 뽀송뽀송해지는 듯하다.
보일러를 켜도 되긴 하지만 그보다 이렇게 난롯불
지피는 것이 습기 제거에는 빠르고 더 좋은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라 난롯불 위에 물도 끓이고 찌개도
뎁히게 되니까 이래저래 연료 절약까지 되어 좋다.
8월에 난롯불을 지핀다는 것은 듣기에, 보기에 좀
어색하고 어울리지 않는 듯한 모습이지만 우리는
여름 장마에도 이따금씩 난롯불을 지피곤 했었다.
이렇게 여름날우 끝자락에 지피는 난롯불도 남다른
운치를 느끼게 되는 것 같아 좋다. 산골살이에서나
경험할 수가 있는 일상의 즐거움이라고나 할까?
요며칠 비로 인해 바깥일을 제대로 못했다. 하더라도
비가 주춤하는 사이 아주 잠시잠깐 하게 되는 것 뿐,
어제는 이래도 되는 걸까 하는 생각을 하며 하루종일
유유자적(悠悠自適)하며 빈둥거렸다. 어제 촌부가
했던 일은 늦은 오후에 잠시 나가 현관 입구 양쪽에
쓰잘데기 없이 잡초를 뽑은 것이 고작이다. 아내가
벌써부터 통행에 지장을 초래하는 풀을 좀 뽑아내면
좋겠다고 했는데 그까짓것 뭐 어떠냐며 묵살했던 게
미안스러웠던 것이 생각났던 것이다. 진작 할 걸...
일이라고 하기도 그런 잡초를 뽑고나서 우산을 바쳐
들고 밭에 나가 부추를 한 줌 자르고 땡초 청양고추
서너 개를 따가지고 들어와 2층에 쉬고 있는 아내를
불러 "비오는 날이라 매콤한 부침개 생각이 나네."
라고 하며 부침개로 좀 부쳐먹으면 좋겠다는 표시를
했다. 그랬더니만 "이 매운 청양고추를 넣겠다고?"
라고 하면서 아연실색을 하는 것이 아닌가? 아내는
촌부처럼 매운 것을 잘 못먹어 그랬던 것이다. 이내
아이디어를 냈다. 아내에게 "먼저 당신이 먹을 것을
부쳐놓은 다음에 청양고추를 쫑쫑 썰어넣고 부치면
되잖아?"라고 했더니, "그게 그렇게 먹고 싶었는데
그동안 왜 말을 안했을꼬? 나 때문이야?"라고 하여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아이고~ 이 양반아! 그게
무슨 어려운 일이라고 말을 안했노? 알았다! 금방
부쳐줄께!"라고 하며 촌부가 불쌍하다는 듯이 혀를
껄껄 차며 이내 부침개 부칠 준비를 시작하는 아내,
그렇게 매콤하게 부쳐준 부침개에다 소주 한 잔을
했더니 맛도, 기분도 좋아 아내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며 연신 웃었다. "행복, 먼 데 있는 것 아니구나!"
라고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