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말장난
2021년 8월 8일 일요일
음력 辛丑年 칠월 초하룻날
이른 아침,
걷기운동을 하던 아내가 다가오더니
"여보시오! 저 아래 더덕밭 입구 땔감나무 하려고
세워놓은데 메꽃이 피었던데 보셨소?"
"벌써 메꽃 필 시기가 되었나? 세월 빠르네!"
"입추인데 필 때가 되었지!"
"그러네. 입추무렵이면 필 때가 되었지!"
"일 좀 그만하고 내려가서 사진이나 찍지?"
"알았네. 이따 내려가서 찍을게. 지금은 바빠!"
하던 일을 마치고 내려가 메꽃 사진 몇 컷을 찍었다.
일년생인 나팔꽃을 닮은 듯한 메꽃은 덩굴성 다년생
야생초다. 연분홍색 꽃은 가냘픈 느낌이 든다. 아마
그래서 '수줍음'이란 꽃말을 가졌는지도 모르겠다.
아내가 걷기운동을 하는 사이,
요며칠 새로 일구어 만들고 있는 밭뙈기에 나갔다.
지나가던 아내가 걷기운동을 하다말고 멈춰서서
"또 뭘하려고 일찌감치 나오셨나?"
"거름도 뿌리고 두둑과 고랑도 만들어야제!"
"적당히 하지? 뭐가 그리 급하다고 서둘러?"
"어차피 해야하는 일인데 생각날 때 해치워야지!"
"기왕 하는 거라면 밭고랑 좀 넓게 하시오! 당신은
밭고랑을 좁게 만들어 지나다니기 불편하다니까!"
"알았어! 당신 뛰어다닐 만큼 넓게 해줄게!"
거름을 적당히 뿌리고 대충 삽질을 한 다음 두둑을
만들고 아내의 당부대로 밭고랑을 넓게 만들었다.
아내가 운동을 마치고 들어간 후,
하던 일을 대충 마무리를 해놓고 들어오다보니
장독대 입구에 청개구리 한 마리가 앉아있었다.
발로 슬쩍 건드려도 꿈쩍도 안하는 것이었다.
"야~ 이 녀석아! 왜 여기에 와있어?"
"니 엄마 무덤있는 시냇가에 가서 지켜야제!"라고
혼잣말로 중얼거리고 있었더니 아침마다 마시는
과일주스를 만들어 마시라며 들고 나온 아내가
"혼자 뭘 그렇게 중얼거리고 있는거야?"
"허허~ 저기 저 청개구리 녀석에게 한마디 했어!"
"도대체 알아듣지도 못할 텐데 뭐라고 했는데?"
"시냇가에 가서 지 엄마 무덤이나 지키라고 했지!"
"그래, 청개구리가 당신을 말을 알아들읍디까?"
"글쎄? 알아들었는지 어디론가 폴짝폴짝 가던데..."
"하여간 이 양반 요즘 이상하다니까? 꽃들을 보고
중얼거리지를 않나, 이번엔 청개구리하고...ㅎㅎ"
"이 사람아! 자연에 살다보면 모두 대화상대가 돼!"
"아이고~ 내가 미친다, 미쳐!ㅎㅎ"
아침식사를 마치고,
아내가 설거지를 하는 동안 쇼파에 드러누워 TV를
켜고 뉴스를 보고 있는데 설거지를 마친 아내가
"커피 뭘로 마실라우? 달달구리, 아니면 원두를
갈아서 내린 커피..."
"알아서 주시게! 당신이 주는 대로 마시야제!"
"그게 뭐야? 확실하게 대답하라니까!"
"당신 마시고 싶은 걸로 하라고..."
"묻는 내가 잘못이지! 내린 커피로 마셔!"
"옛썰~~ㅎㅎ"
조금 후에,
원두를 갈아서 내린 커피를 함께 마시면서
"오늘 봉평장날인데 나갈까 말까?"
"뭐 사올거 있나? 있으모 나갔다 와야제?"
"우유 말고는 별로 살 건 없는데..."
"그러면 조금 있다가 점심때쯤 나가자!"
"날도 더운데 갔다올거면 일찌감치 갔다오지?"
"오랜만에 진부에서 해물짬뽕이나 한 그릇 하자구?"
"그렇잖아도 점심에 또 뭘 해먹을까 걱정했는데..."
"이 사람아! 내가 당신 속을 꿰뚫고 있는거 몰라?"
"아주 똘똘한 생각이네. 그럼 그럽시다!"
그렇게 하여 오랜만에 진부까지 25km를 달려가서
아내가 무척 좋아하는 해물짬뽕을 맛있게 먹고 왔다.
모처럼 아내에게 꽤나 후한 점수를 땄다. 점수 딸 거
뭐 또 없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