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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의 단상

[촌부의 단상]

뿌듯한 하루였네!

 

2021년 7월 20일 

음력 辛丑年 유월 열하룻날

 

이제 상추도 환갑, 진갑이 지나 쫑대가 나오려 한다.

때가 되었다는 신호이다. 지난 5월 중순에 심어 꽤

많은 수확을 했고, 참 많이 먹고, 제법 많은 나눔도

했다. 이제 상추로 인한 즐거움, 기쁨, 보람도 그만

누려야 할 것 같다. 이번주에 조카 딸내미를 데리고

막내네가 산골집에 다니러 온다고 하여 아주 맛있고

싱싱한 상추를 먹이고 싶어 몇 포기 남겨두고 모두

꺾었다. 이대로 두면 쫑대가 올라와 못먹을 같았다.

꽈리고추를 조금 따고 호박도 몇 개를 땄다. 박스에

담고, 비닐봉지에도 담았다. 나눔을 하기 위해서...

아내와 함께 보건진료소를 들렸다가 얼마전에 그만

둔 회사에 가서 함께 일하던 동료에게 조금씩 나눠

먹으라고 전해주고 왔다. 회사를 그만두었는데도

챙겨주는 것이 너무 고맙다며 난리였다. 촌부의 답,

"인연은 칼로 무우 자르듯 끝나는 것이 아니라네!"

라고 하며 미소를 지으면서 나왔다. 뿌듯함이라서

개폼을 잡았나?

 

외출을 하기전에 시간이 좀 남아 뭘할까 궁리끝에

엊그제 예초기 작업을 하다가 힘이 들어 남겨둔 세

곳이 있어 잠시 예초기를 짊어졌다. 이번에는 칼날

장착한 예초기, 긴장하고 조심해야 하는 작업이다.

먼저 모터울 주변을 정리하고, 두 번째는 구절초가

자라는 밭의 반절인데 지난번 베어놓고 그냥 두는

바람에 또다시 자라나 이번에는 칼날 장착 예초기로

짧게 잘라버렸다. 조금 시원한 날에 삽질을 하려고

한다. 요즘은 너무 더워서 삽질이나 괭이질을 하는

일은 급한 것이 아니면 뒤로 미루고 있다. 그다음은

큰밭가 통로에 그새 풀이 자라 통행에 불편을 초래

하는 것 같아 몽땅 베어버렸다. 풀이 무성하면 뱀이

있을 확률이 높아 아내가 밭에 들어가는 것을 몹시

꺼려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얼마전 절개지쪽을 지나

가다가 뱀을 보고는 기겁을 하여 저녁산책 코스를

바꿨고 한동안 가지못하는 겁이 엄청 많은 아내를

위해 풀이 우거진 곳은 모두 베어버렸다. 깔끔하게

정리된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

 

올해는 참으로 오랜만에 큰밭가에다 옥수수 20여

그루를 심었다. 거의 15년, 그 이상인가? 모르겠다.

그동안 멧돼지 때문에 포기하고 심지못했는데 올해

모험을 시도했다. 밭가에다 그물망을 쳐놓아 괜찮을

것 같았다. 옥수수를 잘먹는 아내가 너무 좋아한다.

풀을 베다보니 개꼬리가 나오고 자그맣게 옥수수를

보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여기서 '개꼬리'라는 건

옥수수 숫꽃 수술을 개꼬리를 닮았다고 하여 일컫는

말이다. 옥수수가 자라고 있는 밭가에는 풀이 많이

자라 아내가 가기를 꺼려하는 곳인데 풀을 다 베어

깔끔하게 해놨으니 아내더러 와서 구경하라고 했다.

와서 보더니 개꼬리가 나오고 옥수수를 밴 모습이

신기하다는 듯이 바라보며 얼마나 좋아라 하는지...

옥수수를 따는 날은 기절하는 것 아닌가 몰라?ㅎㅎ

요즘 아내가 좋아하는 것이 또 있다. 산책길, 밭에서

이제 열려서 익기 시작하는 방울토마토 몇 개 따고,

산책이 끝나는 부근에서 잘 익은 블루베리 몇 개를

따는 재미에 신난다고 한다. 신기해 하는 그 모습이

촌부는 더 신기하고 재밌고 기쁘고 즐겁고 보람되고

뿌듯하다. 그러고보니 어제는 하루종일 뿌듯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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